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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한낮, 에어컨 바람이 닿지 않는 야외에 나가면 10분도 안 돼 이마에 땀이 맺힌다.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던 중 사람 많은 해수욕장이나 계곡 대신 조용히 걸을 만한 곳을 찾는 이들이 많다.
전남 담양군 고서면 후산리 마을 초입에서 흙길을 따라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명옥헌 원림을 만날 수 있다. 겉으로는 소박한 정자와 연못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년 7월이 되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방문객들로 붐빈다. 연못을 둘러싼 배롱나무 고목들이 한꺼번에 진분홍빛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담양 명옥헌 원림, 조선 왕도 찾았던 명승
명옥헌 원림은 조선 중기 문인 오희도가 은거하던 터에서 시작됐다. 이후 그의 아들 오이정이 이곳에 정자를 짓고 계곡물을 끌어들여 연못을 만들면서 지금의 원림 형태를 갖췄다. 위쪽 연못은 따로 석축을 쌓지 않고 땅을 파내 큰 우물처럼 조성했고, 아래쪽 연못은 자연 암반의 경사지를 살려 둑만 쌓아 만들었다. 정자 뒤편 암벽에는 '명옥헌 계축'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어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자 북쪽에 남아 있는 은행나무에도 사연이 있다. 조선 제16대 왕 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오희도를 등용하려 세 차례 이곳을 찾았고, 그때 타고 온 말을 이 나무 아래 매어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함께 있던 오동나무는 말라 없어졌지만, 은행나무는 지금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사연 덕분에 명옥헌 원림은 1972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58호로 지정됐다.
연못 수면 위로 번지는 진분홍빛 '배롱나무 고목'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 사이, 명옥헌 원림은 한 해 중 가장 붐비는 시기를 맞는다. 수령 약 300년에 이르는 배롱나무 고목들이 연못 주변을 둥글게 둘러싼 채 일제히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짙은 초록빛 여름 숲을 배경으로 진분홍 꽃송이가 무리 지어 피어난 모습은 다른 배롱나무 명소와도 다른 밀도를 보여준다. 특히 아래쪽 사각 연못 수면에 배롱나무꽃과 하늘이 함께 비치는 모습은 이곳을 찾는 대표적인 이유다.
방문 시간과 요금, 붐비지 않게 즐기는 방법
명옥헌 원림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중무휴로 개방한다. 입장료와 주차비는 모두 무료다. 후산리 마을 초입에 방문객용 공용 주차장이 마련돼 있어, 차를 세운 뒤 흙길을 따라 짧게 걸어 들어가면 원림 입구에 닿는다.
배롱나무가 절정에 이르는 7월 하순 주말 낮 시간에는 전국에서 찾아온 방문객들로 현장이 붐빈다. 인파를 피하려면 오전 9시부터 10시 사이에 방문하는 편이 좋다. 이른 시간에는 이슬이 맺힌 배롱나무꽃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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