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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 돌산읍 금오산 남쪽 자락에는 바다와 맞닿은 천년 고찰 향일암이 있다. 해안 절벽의 가파른 바위 사이로 전각이 이어지고, 경내에 오르면 크고 작은 섬이 떠 있는 다도해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향일암 입구에서 계단을 오르다 보면 거대한 바위 사이로 난 좁은 길이 나타난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만한 폭이라 자연스럽게 걸음을 늦추게 되고, 바위 사이를 빠져나오면 전각과 바다가 한꺼번에 시야에 들어온다.
원효대사가 세운 암자, 여러 이름을 거쳐 향일암이 되다
향일암의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659년 무렵 원효대사가 금오산에 암자를 세우고 원통암이라 불렀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임진왜란 때 건물이 불에 탄 뒤에는 오랫동안 제 모습을 잃었으며, 조선 숙종 때인 1713년부터 1715년 사이 인묵대사가 다시 세웠다. 향일암이라는 이름도 이 무렵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1984년에는 전남 문화재자료로 지정됐고, 2022년 12월 20일에는 여수 금오산 향일암 주변이 명승으로 지정됐다. 지정 구역은 약 19만 6713㎡로, 사찰 건물과 주변 해안 절벽, 주상절리, 파도가 바위를 깎아 만든 동굴까지 포함한다. 향일암만 따로 지정한 것이 아니라 금오산 남쪽 해안의 자연 지형까지 보호 구역에 넣었다.
좁은 바위길을 지나 만나는 향일암
향일암에서는 전각만큼 바위 사이로 난 길도 눈에 띈다. 일주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거대한 바위가 맞닿아 생긴 좁은 통로가 여러 차례 나온다. 해탈문 또는 돌문으로 불리는 길이다. 계단길 초입과 평길 입구, 상관음전으로 오르는 길, 흔들바위 앞까지 모두 일곱 개의 돌문이 이어진다.
대웅전과 관음전, 용왕전, 삼성각은 금오산의 바위 지형을 따라 자리 잡고 있다. 남해를 바라보는 해수관음상 앞에 서면 가까운 섬부터 수평선 부근의 섬까지 여수 앞바다가 넓게 보인다. 경내에는 원효대사가 앉아 수행했다고 전해지는 좌선대도 남아 있어 향일암의 오랜 역사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CNN이 소개한 한국의 아름다운 사찰
향일암은 해외 언론에도 소개된 여수의 사찰이다. CNN은 한국에서 가볼 만한 아름다운 사찰 33곳을 소개하면서 향일암을 목록에 포함했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해안 절벽과 거대한 바위 사이에 전각이 들어선 모습이 다른 사찰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으로 소개됐다.
향일암은 해돋이로 잘 알려져 있지만 해가 지는 모습도 함께 볼 수 있다. 새벽에는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해를 보기 위해 일찍부터 계단을 오르는 방문객이 많다. 해가 뜨는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므로 출발 전에 확인하는 편이 좋다. 새벽에는 계단과 바위길 주변이 어두운 데다 일부 구간이 가파르기 때문에 손전등이나 휴대전화 조명을 준비하고 천천히 이동해야 한다.
금오봉으로 이어지는 동백나무 숲길
향일암 뒤편 탐방로는 금오봉 정상 방향으로 이어진다. 길을 따라 오르면 시야가 트이는 구간이 나오고,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크고 작은 섬과 여수 앞바다가 내려다보인다. 7월에는 숲이 짙은 초록빛으로 덮이고, 능선 너머 푸른 바다가 이어져 여름 산길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
탐방로 주변에는 동백나무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 겨울에는 붉은 동백꽃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지만, 여름에는 잎이 무성해 햇볕을 가려주는 숲길이 된다. 향일암을 둘러본 뒤 금오봉 쪽으로 조금 더 걸으면 사찰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던 해안과 섬까지 볼 수 있다.
무료입장과 찾아가는 길, 템플스테이까지
향일암은 별도 입장료 없이 둘러볼 수 있으며 예약도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 개방 시간은 일출부터 일몰까지다. 입구 주변에는 공영주차장과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 마련돼 있어 자가용으로 찾기도 어렵지 않다.
여수 시내에서는 111번과 111-1번, 116번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향일암까지 갈 수 있다. 배차 간격이 길 수 있어 출발 전 운행 시간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강풍이나 폭우가 이어지는 날에는 절벽 탐방로 일부가 통제될 수 있으므로 날씨와 현장 안내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사찰에서 하룻밤 머물고 싶다면 템플스테이를 이용할 수 있다. 조용히 쉬는 휴식형과 사찰 생활을 경험하는 체험형으로 나뉘며, 일정과 참가비는 향일암 템플스테이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뒤 예약하면 된다.
향일암 산행 뒤 들르기 좋은 여수 식당 3곳
향일암을 둘러본 뒤에는 돌산갓김치와 게장, 갈치조림 같은 여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향일암으로 들어가는 길과 돌산읍 주변에는 해산물 정식과 백반을 내는 식당이 모여 있어 산행 전후로 들르기 좋다.
향일암로 초입에 있는 '종점식당'은 갈치조림과 간장돌게장, 양념게장, 생선구이가 함께 나오는 향일암정식을 판매한다. 여러 메뉴를 한 상에서 먹을 수 있어 여수 음식을 한꺼번에 맛보려는 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언덕마루' 식당에서는 해물된장찌개와 돌산갓김치, 생선 반찬을 곁들여 식사할 수 있다. 식당이 높은 곳에 있어 창가 자리에서는 남해 바다를 바라보며 밥을 먹을 수 있다.
돌산읍에 있는 '동백한식'은 백반과 한정식을 주로 내며 생선구이와 불고기, 잡채, 게장 등이 함께 나온다. 반찬 종류가 많고 여러 사람이 함께 먹기 좋은 메뉴가 많아 가족 단위 방문객도 자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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