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간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는데…” 가뭄 극복하려 만든 231만㎡ 규모의 무료 도심 저수지
부산 회동수원지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부산관광공사
부산 회동수원지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부산관광공사

부산 금정구 오륜동과 회동동 일대를 흐르는 수영강 상류에는 도심 저수지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해운대나 광안리처럼 해변을 낀 관광지가 아니라 강물을 막아 만든 인공 호수인데, 최근 이곳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평일 오후 산책을 나온 인근 주민부터 주말 나들이객까지 호수를 낀 숲길을 걷기 위해 모여든다.

이름은 회동수원지다. 오랫동안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여 일반인 출입이 제한됐던 곳이지만, 지금은 입장료 없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둘레길로 바뀌었다. 숲과 물이 맞닿은 구간을 따라 걷다 보면, 도심 한복판에서 느끼기 힘든 고요함이 이어진다.

회동수원지, 가뭄에서 시작돼 45년 만에 열린 저수지

부산 회동수원지. / ⓒ한국관광콘텐츠랩-부산관광공사
부산 회동수원지. / ⓒ한국관광콘텐츠랩-부산관광공사

회동수원지는 1930년대 후반 극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 문제가 불거지면서 조성이 시작됐다. 1938년 12월 수영강 보조 수원지에 양수 기관을 세워 취수를 시작했고, 1940년에는 동래군 동래읍 회동리 일대 수영강 상류에 표고 30m, 총면적 231만㎡ 규모의 제언을 쌓는 계획이 수립됐다. 계획은 이후 확대돼 1946년 명장 정수장과 함께 준공됐다.

부산 인구가 늘면서 원수 수요도 커졌다. 1957년 착공한 확장 공사가 1959년 마무리됐고, 1963년 직할시 승격 이후에도 인구 증가가 이어지자 1967년에는 마을을 철거하는 추가 확장 공사가 벌어졌다. 1971년 극심한 가뭄으로 저수지 바닥이 드러났을 때는 오륜대 고분이 발견돼 돌방무덤과 독널무덤, 철제품 등 유물이 나오기도 했다.

1964년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 일대는 이후 45년 넘게 민간인 출입이 제한됐다. 낙동강 원수를 끌어오는 1983년 확장 사업과 1984년 매리 취수장·덕산 정수장 개소를 거치며 회동수원지는 보조 취수장 역할로 넘어갔고, 2010년에 이르러 일반에 개방됐다. 2012년 12월에는 댐에서 수영강 유지용수를 하루 3만 톤 방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21m 낙차를 이용한 소수력 발전 시설도 완공됐다.

맨발로 걷는 땅뫼산 황토숲길

맨발로 걷는 황토길. / ⓒ한국관광공사 제공
맨발로 걷는 황토길. / ⓒ한국관광공사 제공

개방 구간 중 눈에 띄는 곳은 상현마을과 동천교를 잇는 땅뫼산 황토숲길이다. 부산갈맷길 8-1구간에 포함된 이 길은 1㎞ 남짓 이어지며 오르내림이 거의 없어 걷는 부담이 적다. 시멘트 포장 대신 흙을 채워 넣은 구간이 있어 맨발로 걸을 수 있고, 길 끝에는 호수 위로 뻗은 수변 데크가 놓여 있다. 흙길을 지난 뒤 발을 씻을 수 있는 세족시설도 마련돼 있다.

탐방로는 경사와 턱을 최소화한 형태로 조성돼, 유모차를 끄는 보호자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방문객도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다. 화장실을 비롯한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어 장시간 머무는 데 큰 불편이 없다.

부산 회동수원지 둘레길 1. / ⓒ한국관광콘텐츠랩-부산관광공사
부산 회동수원지 둘레길 1. / ⓒ한국관광콘텐츠랩-부산관광공사
부산 회동수원지 둘레길 2./ ⓒ한국관광콘텐츠랩-부산관광공사
부산 회동수원지 둘레길 2./ ⓒ한국관광콘텐츠랩-부산관광공사

회동수원지 둘레길은 목적에 따라 세 가지 동선으로 나뉜다. 1시간 안팎으로 호수를 감상하며 걷는 짧은 구간부터, 인적이 드물어 조용히 걸을 수 있는 중간 거리 구간, 그리고 저수지 전체를 한 바퀴 도는 약 11.8㎞ 길이의 순환 구간까지 선택지가 갖춰져 있다. 특히 장거리 구간은 부산의 도보 네트워크인 갈맷길과 연결돼 주말마다 걷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회동수원지는 지금도 시민 식수로 쓰이는 상수원이다. 이 때문에 야영과 취사, 낚시, 쓰레기 투기는 금지돼 있다. 상시 개방돼 있어 밤 시간대 산책도 가능하지만, 장마철에는 흙길이 질어지고 데크가 미끄러워질 수 있어 맑은 날 방문이 권장된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