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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에 있는 안반데기는 해발 1100m 고지에 자리한 마을이다. 국내에서 사람이 사는 마을 가운데 가장 높은 곳으로 알려졌으며, 여름이면 산비탈을 따라 넓은 배추밭이 펼쳐진다.
안반데기라는 이름은 마을이 들어선 지형에서 나왔다. 떡메질할 때 쓰는 넓고 오목한 받침판을 '안반', 평평한 터를 '데기'라고 부르는데, 산 위에 넓게 자리 잡은 마을 모습과 닮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
안반데기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고랭지 채소 재배지이기도 하다. 비탈이 가파른 밭이 많아 농기계가 들어가기 어려운 곳에서는 지금도 사람이 직접 밭을 오가며 농사를 짓는다.
화전민이 곡괭이로 일군 200만㎡의 밭
안반데기에 화전민이 들어와 밭을 일구기 시작한 것은 1965년 무렵이다. 나무와 돌이 뒤엉킨 산비탈을 곡괭이와 삽으로 고르고, 경사진 땅을 조금씩 다듬어 배추와 감자를 심을 밭으로 바꿔갔다. 트랙터조차 오르기 힘든 급경사지라 작업 대부분을 직접 해야 했고, 발을 헛디디면 비탈 아래로 미끄러질 만큼 위험한 곳도 많았다.
이렇게 주민들이 여러 해에 걸쳐 넓힌 밭은 1995년 약 28가구가 토지를 매입하면서 정식으로 주민들의 땅이 됐다. 현재 농경지 면적은 약 200만㎡에 달하며, 여름이면 굽이치는 산비탈을 따라 배추와 감자가 자라 안반데기 능선 전체를 초록빛으로 채운다.
배추밭과 풍력발전기가 함께 만드는 안반데기 풍경
7~8월 안반데기에 오르면 짙은 초록빛 배추밭이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산비탈을 가득 채운 밭 사이로는 10여 기의 풍력발전기가 천천히 돌아가며 고원 마을만의 풍경을 만든다. 넓은 농경지와 대형 풍력발전기가 한눈에 들어오는 모습은 국내에서 흔히 보기 어려워, 처음 찾은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외국의 고원에 온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계절이 바뀌면 안반데기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봄에는 호밀밭이 산비탈을 채우고, 가을에는 높은 산자락을 따라 단풍이 번진다. 겨울에는 능선과 밭 위로 눈이 쌓이며 여름의 초록빛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안반데기, 별과 은하수가 선명해지는 밤
안반데기는 별을 보기 위해 밤에 찾는 사람도 많다. 해발 1100m 고지에 있고 주변 불빛이 적어 날씨가 맑으면 은하수가 눈에 들어온다. 은하수를 보기 좋은 시기는 오는 8월부터 내년 3월까지다. 달빛이 밝은 보름 무렵은 피하고 초승달이나 그믐에 맞춰 방문하는 편이 좋고 구름과 안개가 적은 날을 고르면 밤하늘의 별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밤하늘을 본 뒤 새벽까지 머물면 능선 아래를 가득 채운 운해와 일출도 만날 수 있다. 해가 뜨기 시작하면 구름과 산자락이 붉게 물들어 별을 보던 밤과는 또 다른 장면이 펼쳐진다. 은하수와 일출을 한 번에 보기 위해 밤늦게 도착하거나 동이 트기 전부터 안반데기를 찾는 여행객과 사진가도 많다.
밤길 운전과 큰 일교차, 안반데기 방문 전 준비
안반데기는 해발 1100m에 있어 한여름에도 밤과 새벽에는 기온이 크게 내려간다. 낮에는 덥더라도 해가 지면 금세 쌀쌀해지므로 긴소매 겉옷이나 얇은 패딩, 담요를 챙겨가는 편이 좋다.
마을로 올라가는 도로는 긴 오르막과 가파른 구간이 많고 가로등도 드물다. 밤이나 새벽에 운전할 때는 맞은편 차량과 굽은 길을 살피며 천천히 올라가야 한다. 차량은 마을 복지회관 주변 공용 주차장에 무료로 세울 수 있으며, 주차한 뒤 일출을 볼 수 있는 곳까지 걸어서 이동하면 된다.
입장료 없이 둘러볼 수 있지만 야영과 취사는 제한
안반데기 마을과 주변 농경지는 별도 입장료 없이 둘러볼 수 있다. 별과 일출을 보려고 차 안에서 밤을 보내는 방문객도 많지만, 밭과 주민 생활 공간 가까이 텐트를 치거나 음식을 조리하는 야영은 제한된다. 화장실과 개수대, 캠핑 시설이 있는 곳에서 머물고 싶다면 인근 강릉안반데기관광농원을 미리 예약해 이용할 수 있다.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주변 명소까지 묶어 하루 일정으로 돌아보기 좋다. 바우길 17구간인 운유길을 걷거나 양떼목장과 노추산 돌담길을 둘러본 뒤, 매봉산 풍력발전단지와 고랭지 배추밭으로 알려진 귀내미마을까지 이동할 수 있다. 안반데기로 들어가는 길은 출발 방향에 따라 달라지며, 평창에서는 피득령을 지나고 강릉에서는 닭목령을 넘어 마을로 들어간다.
안반데기 여행 뒤 들르기 좋은 맛집 3곳
안반데기에서 고원 풍경과 밤하늘을 둘러본 뒤에는 강원도식 한 끼로 일정을 마무리하기 좋다.
안반데기 마을에서 가까운 대기리 '벌말식당'은 산나물과 채소로 차린 한식 메뉴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화려한 구성보다는 소박한 밑반찬과 따뜻한 밥, 국을 한 상에 내는 방식이라 산길을 걷거나 오래 운전한 뒤 편하게 식사하기 좋다.
시원한 면 요리가 생각난다면 왕산면 백두대간로에 있는 '고단막국수'로 향하면 된다. 메밀면에 매콤한 양념을 비빈 막국수와 차가운 육수를 부은 물막국수를 판매하며, 부드럽게 삶은 수육을 함께 곁들이는 손님도 많다.
안반데기에서 대관령 횡계리 방향으로 이동할 때는 오삼불고기로 알려진 '납작식당'도 들러볼 만하다. 오징어와 삼겹살을 매콤한 양념에 볶아 내며, 불판에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마무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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