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황무지가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70만 그루 대나무가 만든 4km 강변 숲
대나무들이 가로등 시설과 함께 길게 뻗어 숲길을 이루고 있다.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대나무들이 가로등 시설과 함께 길게 뻗어 숲길을 이루고 있다.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울산 도심을 흐르는 태화강 옆에는 길이 약 4㎞의 대나무 숲이 있다. 태화강 국가정원 안에 있는 십리대숲이다. 대나무가 빽빽하게 자란 길로 들어서면 강한 햇볕이 가려지고 숲 사이로 바람이 지나 한여름 낮에도 강변보다 덜 덥게 느껴진다. 

십리대숲은 입장료가 없고 정해진 휴무일도 없다. 계절에 상관없이 문이 열려 있어 태화강 국가정원을 둘러보다가 편하게 걸어볼 수 있다. 도심 안에서 대나무 숲길을 길게 걸을 수 있고 별도의 체험 비용도 들지 않아 여름철 산책 장소로 찾는 사람이 많다.

홍수를 막기 위해 심은 대나무, 100년 뒤 숲이 되다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태화강 국가정원' 로고가 새겨진 초승달 모양의 포토존.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태화강 국가정원' 로고가 새겨진 초승달 모양의 포토존.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십리대숲은 처음부터 관광을 위해 만든 곳이 아니었다. 일제강점기 당시 태화강이 자주 넘치면서 강 주변 농경지가 물에 잠기자 주민들이 백사장에 대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넓게 뻗는 대나무 뿌리가 흙을 붙잡아 강물이 불어날 때 토사가 쓸려 내려가는 것을 막아줬다.

강변에 심은 대나무는 오랜 세월 자라면서 태화강을 따라 긴 숲을 이뤘다. 약 100년이 지난 지금은 울산을 알리는 산책 명소가 됐으며, 십리대숲이 자리한 태화강 국가정원은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태화강 일대는 환경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전국 20대 생태관광지역에도 포함됐다.

십리대숲은 울산 중구 태화동을 중심으로 태화교와 삼호교 사이에 자리한다. 대나무 숲길은 태화강을 따라 길게 뻗어 있으며, 강 건너편 산책로와 국가정원의 여러 정원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70만 그루가 만든 4km 초록 터널

대나무 숲 안쪽의 흙길 산책로 전경. / 한국관광공사
대나무 숲 안쪽의 흙길 산책로 전경. / 한국관광공사

십리대숲은 면적 약 11만㎡, 길이 약 4㎞, 폭 20~30m 규모다. 숲 안에는 약 70만 그루의 대나무가 자라고 있어 줄기와 잎이 산책로 위를 빽빽하게 덮는다. 한여름에도 햇볕이 숲 바닥까지 바로 닿지 않고, 태화강에서 불어온 바람이 대나무 사이를 지난다. 

산책로는 흙길과 목재 데크로 조성돼 있으며 경사가 거의 없다. 유모차와 휠체어도 지나갈 수 있고, 어린아이와 어르신도 천천히 걸을 수 있다. 대나무숲만 둘러본 뒤 돌아가거나 태화강 국가정원의 다른 산책로까지 함께 걸어도 된다.

밤 11시까지 불을 밝히는 은하수길

보라색 경관 조명이 화려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태화강 인도교 내부의 야경 모습.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보라색 경관 조명이 화려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태화강 인도교 내부의 야경 모습.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해가 지면 십리대숲 안에 설치된 LED 조명이 켜진다. 야간 조명은 밤 11시까지 운영되며, 불빛이 들어오는 구간은 '은하수길'로 불린다. 대나무 줄기 사이에 설치된 조명이 숲길과 잎을 비추면서 낮과는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낮에는 햇볕을 피해 숲길을 걷는 가족 방문객이 많고, 저녁에는 연인이나 친구와 산책하러 오는 사람이 늘어난다. 낮에 국가정원을 둘러본 뒤 저녁 식사를 하고 다시 대나무숲을 찾거나, 해가 질 무렵부터 걸어 낮과 밤의 모습을 함께 보는 사람도 있다.

대나무숲 밖으로 이어지는 태화강 산책

노을빛으로 물든 태화강 상공 위로 수많은 떼까마귀 무리가 무리를 지어 날아가고 있다.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노을빛으로 물든 태화강 상공 위로 수많은 떼까마귀 무리가 무리를 지어 날아가고 있다.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십리대숲이 자리한 태화강은 울산 도심을 가로질러 울산만을 거쳐 동해로 빠져나간다. 상류의 산지에서 시작한 물길은 도심과 하류 평야를 지나며, 강 주변에는 새와 물고기, 수변 식물이 살아간다. 한때 수질 오염이 심했던 태화강은 정비와 복원 사업을 거치며 시민들이 강변을 걷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계절에 따라 강변에서 만나는 새도 달라진다. 겨울철에는 떼까마귀 무리가 대나무숲 주변으로 날아들고, 해 질 무렵이면 수많은 새가 하늘을 가로지르는 군무가 시작된다. 십리대숲을 걷고 난 뒤 태화강 산책로에 머물며 군무를 기다리는 방문객도 많다.

대나무숲 주변에는 태화루와 울산시립미술관이 있다. 십리대숲에서 태화강변을 걷고 태화루를 둘러본 뒤 원도심과 미술관으로 이동하면 울산의 자연과 도심을 함께 돌아보는 하루 코스가 된다.

방문 전 확인할 주차와 자전거 이용 안내

강변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 대나무 숲. / 한국관광콘텐츠랩-두잇컴퍼니 노시현
강변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 대나무 숲. / 한국관광콘텐츠랩-두잇컴퍼니 노시현

십리대숲은 입장료가 없으며 별도 휴무일 없이 개방된다. 정문 근처에는 공영주차장이 있지만 주말과 축제 기간에는 오전부터 자리가 빠르게 찬다. 정문 주차장이 가득 찼다면 인근 노상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가면 된다.

숲 입구에는 자전거 대여소가 마련돼 있다. 다만 자전거를 타고 대나무숲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어 입구 거치대에 세운 뒤 걸어야 한다. 한여름에는 햇볕이 강해지기 전인 오전이나 해 질 무렵에 방문하는 편이 좋다.

십리대숲 산책 뒤 들르기 좋은 식당 3곳

태화강 국가정원 앞 먹거리단지에는 오리불고기와 칼국수, 밀면을 파는 식당이 모여 있다. 

'솔밭가든'은 오리불고기를 내는 식당이다. 양념한 오리고기에 부추를 넣어 익혀 먹으며, 고기를 다 먹은 뒤 남은 양념에 밥과 김가루를 넣어 볶아 먹기도 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방문해 한 판을 나눠 먹기 좋다.

'맨날국수 태화점'에서는 기장미역칼국수와 감태김밥을 판매한다. 미역을 넣어 끓인 국물에 생면이 들어가며, 감태김밥은 마요네즈 소스와 함께 나온다. 뜨거운 국물과 김밥을 같이 주문해 먹는 손님이 많다.

'태화강밀면'은 물밀면과 비빔밀면, 만두를 판매한다. 물밀면은 차가운 육수와 양념장, 면이 함께 나오며, 비빔밀면은 매콤한 양념에 비벼 먹는다. 만두를 곁들이면 면만 먹을 때보다 든든하게 식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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