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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부산 이기대 해안길에 들어서면 숲 그늘 사이로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장산봉 자락을 따라 난 길 한쪽에는 나무가 우거져 있고, 반대편에는 바위 절벽과 부산 앞바다가 펼쳐진다. 이곳은 과거 군사작전구역으로 묶여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었지만, 1993년부터 시민에게 문을 열었다. 오랫동안 출입이 제한되면서 해안 숲과 바위 지형도 큰 훼손 없이 남았다.
산책로는 2005년부터 정비하기 시작했고, 2009년 부산 갈맷길 사업을 거치며 지금의 걷기 코스가 만들어졌다. 나무 그늘 아래를 걷다 보면 바다와 맞닿은 절벽 구간이 나오고, 아래에서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힌다. 부산 도심에서 멀지 않아 가벼운 산책부터 해안 트레킹까지 즐기려는 사람이 많이 찾는다.
임진왜란 이야기를 품은 이기대 해안 절벽
이기대라는 이름은 임진왜란 때 두 기생이 왜장을 끌어안고 바다에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당시 왜군이 수영성을 점령한 뒤 잔치를 벌이자 두 기생이 술에 취한 왜장을 바닷가로 데려가 함께 뛰어내렸다고 한다. 두 기생이 목숨을 잃은 곳이라는 뜻에서 이기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해안길을 따라가면 바다 쪽으로 기울어진 바위와 파도에 깎인 절벽이 이어진다. 농바위와 처마바위, 장바위처럼 생김새를 본떠 이름 붙인 바위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절벽 아래에는 파도가 만든 해식동굴이 있고, 바위 표면에는 둥글게 파인 돌개구멍도 남아 있다.
동생말에서 오륙도까지 이어지는 2시간 30분 해안길
이기대 해안길은 이기대 더뷰 아래쪽 동생말에서 시작한다. 동생말을 출발해 어울마당과 농바위를 지나 오륙도 선착장까지 걷는 구간은 약 4.7km로, 천천히 둘러보면 2시간 30분가량 걸린다. 부산의 산과 바다를 잇는 갈맷길에 포함되며, 강원도 고성까지 이어지는 해파랑길의 첫 구간이기도 하다.
걷는 동안 흙길과 나무 데크, 바위길이 번갈아 나온다. 오르내림이 있는 구간에는 계단과 난간이 설치돼 있지만, 바위가 드러난 곳도 있어 밑창이 미끄럽지 않은 운동화를 신는 편이 안전하다. 봄에는 순환도로 주변에 벚꽃이 피고, 여름에는 노란 루드베키아가 길가를 채운다. 나무 그늘이 적은 구간에서는 햇볕을 오래 받게 되지만 해안 가까이 내려가면 바닷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식힐 수 있다.
구름다리와 해안길에서 바라보는 부산 도심
동생말을 지나면 해안 절벽 사이를 잇는 구름다리 5개가 차례로 나온다. 약 1.5km의 목재 데크 길과 연결돼 있어 다리 위에서는 아래쪽 파도와 바위 해안을 가까이 볼 수 있다. 바람이 센 날에는 다리가 조금 흔들릴 수 있어 난간을 잡고 천천히 걷는 편이 안전하다.
길 오른쪽에는 숲과 절벽이 이어지고, 왼쪽으로는 바다가 넓게 펼쳐진다. 바다 건너편에는 광안대교와 마린시티 고층 건물, 누리마루 APEC 하우스, 동백섬이 차례로 보이며 날이 맑으면 해운대 해변까지 확인할 수 있다. 부산 도심에서는 보기 어려운 방향에서 해안과 건물을 함께 볼 수 있어 사진을 찍거나 잠시 멈춰 쉬는 사람이 많다.
해녀막사 지나 영화 촬영지 어울마당으로 이어지는 길
구름다리를 지나면 바닷가 돌을 둥글게 쌓아 만든 해녀막사가 나온다. 과거 이기대 앞바다에서 물질하던 해녀들이 어구를 보관하고, 작업 중 젖은 몸을 녹이며 쉬던 곳이다. 바위가 많은 해안에서 오랫동안 생계를 이어온 해녀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남아 있다.
해녀막사를 지나 조금 더 걸으면 바다를 향해 넓게 열린 어울마당에 닿는다. 이 곳은 영화 '해운대' 촬영지로 알려졌으며, 새해에는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도 찾는다. 주변에는 벤치가 마련돼 있어 걷다가 쉬거나 준비해 온 간식을 먹을 수 있다. 길가에는 방문객들이 돌을 하나씩 올려 만든 작은 돌탑도 곳곳에 쌓여 있다.
오륙도 스카이워크 가기 전 확인할 날씨와 교통편
이기대 해안길에서 산태골과 옛 용호동 포진지를 지나 마지막 언덕을 넘으면 오륙도 해맞이공원에 도착한다. 공원 앞으로는 오륙도가 보이고, 해안 절벽 끝에는 바다 쪽으로 길게 뻗은 오륙도 스카이워크가 설치돼 있다.
스카이워크에 들어가기 전에는 입구에 준비된 덧신을 신어야 한다. 유리 바닥이 젖거나 바람이 거센 날에는 안전을 위해 출입을 막기도 하므로 날씨가 좋지 않다면 개방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이른 아침에는 오륙도 뒤로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고, 늦은 오후에는 바다 위로 번지는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대중교통으로 이기대 해안길을 찾을 때는 부산지하철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 5번 출구에서 용호동 방면 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이기대 산책 뒤 들르기 좋은 용호동 음식점 2곳
이기대 해안 산책로를 걷고 난 뒤에는 용호동 일대에서 팥빙수와 돼지국밥, 오리고기 등을 맛볼 수 있다. '용호동할매팥빙수단팥죽'은 팥빙수와 단팥죽으로 오래 알려진 곳이다. 팥을 지나치게 달지 않게 끓여 담백하며, 쫄깃한 떡이 함께 들어가 산책 뒤 가볍게 먹기 좋다.
따뜻한 국물이 생각날 때는 '합천국밥집'에 들를 수 있다. 맑은 돼지국밥에 밥을 말아 내는 토렴식과 밥을 따로 주는 방식 중에서 고를 수 있으며, 수육도 함께 판매한다. 국물 맛이 진하지 않아 부담이 적고, 오래 걸은 뒤 따뜻하게 식사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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