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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바다라고 하면 물이 빠진 뒤 넓게 드러나는 갯벌과 바지락을 캐는 어촌 풍경을 떠올리기 쉽다. 인천 옹진군 자월면에 있는 승봉도는 이런 모습과 조금 다르다. 맑은 바닷물과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있어 멀리 동해안까지 가지 않아도 시원한 바다를 볼 수 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쾌속선을 타면 약 70분 만에 도착해 수도권에서 당일 일정으로 찾기에도 부담이 크지 않다.
승봉도라는 이름은 섬의 모양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봉황을 닮았다고 해서 붙었다. 약 370년 전에는 신씨와 황씨 성을 가진 어부 두 사람이 풍랑을 피해 섬에 들어왔다가 먹거리가 많고 살기 좋다고 여겨 자리를 잡았다는 이야기도 남아 있다.
갯벌 대신 맑은 물과 부드러운 모래사장 펼쳐진 이일레해변
승봉도 선착장에서 마을을 지나 남쪽으로 20분가량 걸으면 섬에서 가장 넓은 이일레해변이 나온다. 해변의 둥근 모양이 빗살 굵은 얼레빗을 닮아 이일레라는 이름이 붙었다. 약 1.3km 길이의 해안선이 완만하게 휘어 있고, 폭 40m가량의 모래사장이 바다를 따라 길게 펼쳐져 있다.
이일레해변은 물이 빠져도 진흙 갯벌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고운 모래가 넓게 깔려 있어 신발을 벗고 걷기 좋고, 수심이 얕으며 파도도 거세지 않아 여름에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많이 찾는다. 백사장에서는 잔잔한 바다와 멀리 떠 있는 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한여름 햇볕 피하며 걷는 해송림과 부두치해변
이일레해변 뒤편 산길로 들어서면 키가 큰 해송이 길 양쪽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다. 나무가 햇볕을 가려 한낮에도 숲길 대부분이 그늘이며,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숲 사이로 들어온다. 해변에서 약 700m 걸으면 팔각정 쉼터가 나와 잠시 앉아 땀을 식힐 수 있다.
팔각정을 지나면 마을에서 오랫동안 지켜온 당산나무를 만난다. 해발 93m인 당산 정상을 넘고 남동쪽 해안으로 내려가면 부두치해변이 나온다. 모래와 둥근 몽돌, 하얀 조개껍데기가 섞여 있어 고운 모래가 깔린 이일레해변과는 해안 모습이 다르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힐 때 나는 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썰물 때 걸어갈 수 있는 목섬과 신황정 전망대
부두치해변 끝에서 바위 지대를 만나면 해안 절벽을 따라 놓인 나무 데크로 길이 연결된다. 데크 옆에는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해송이 자라고 있으며, 바다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작은 목섬이 보인다.
목섬은 섬과 승봉도 사이에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곳이다. 밀물 때는 바닷물에 둘러싸인 섬이지만, 썰물이 되면 육지와 목섬 사이에 모랫길이 나타난다. 간조 시간을 맞추면 물이 빠진 해안을 걸어 목섬 가까이까지 갈 수 있다. 다만 밀물이 시작되기 전에 돌아와야 하므로 당일 물때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목섬을 지나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신황정 전망대에 도착한다. 전망대에서는 자월도와 대이작도, 소이작도를 비롯한 주변 섬을 볼 수 있으며, 날씨가 맑은 날에는 멀리 떨어진 섬과 수평선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이 만든 촛대바위와 부채바위
신황정에서 바다 쪽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면 해안 데크와 함께 촛대바위가 나온다. 바다 위로 길게 솟은 바위는 윗부분이 뾰족해 촛대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오랜 시간 파도와 바람이 바위 표면을 깎으면서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촛대바위를 지나 포장길과 나무 데크를 따라 걸으면 부채바위를 만날 수 있다. 바위가 바다 쪽으로 넓게 퍼져 있어 펼쳐 놓은 부채처럼 보인다. 표면에는 층층이 쌓인 바위 결이 선명하게 남아 있으며, 늦은 오후에는 햇빛이 비스듬히 닿아 바위 색이 붉게 보인다.
파도에 깎여 가운데가 뚫린 남대문바위
부채바위를 지나 해안길을 조금 더 걸으면 남대문바위가 나온다. 바위 가운데가 둥근 문처럼 뚫려 있어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옆에서 바라보면 코끼리가 긴 코를 바다에 담근 모습과 비슷해 코끼리바위라고도 부른다.
썰물 때는 바위 아래까지 물이 빠져 가운데 구멍과 바위의 모양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뚫린 공간 너머로는 바다와 주변 섬이 함께 보이며, 바위 위에는 소나무 여러 그루가 자라고 있다. 오랜 시간 파도와 바람에 깎인 바위와 소나무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승봉도 해안길의 마지막 구간이다.
배편과 물때부터 확인해야 하는 승봉도 여행 준비
승봉도로 들어가는 배는 계절과 요일, 바다 날씨에 따라 운항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 인천 연안부두나 대부도에서 출발하기 전에는 여객선 운항 여부와 돌아오는 배 시간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바람이 강하거나 파도가 높으면 배가 늦게 출발하거나 결항할 수 있어 당일 안내도 살펴보는 편이 좋다.
섬 안에는 시내버스가 없어 대부분 걸어서 이동한다. 숙박업소의 픽업 차량을 이용할 수 있지만, 둘레길과 해안 구간은 직접 걸어야 한다. 마을을 벗어나면 물이나 간식을 살 만한 곳이 많지 않으므로 선착장 주변에서 미리 준비해야 한다. 약 9km 둘레길을 모두 걸을 계획이라면 운동화와 모자도 챙기는 편이 좋다.
승봉도 여행 뒤 들르기 좋은 식당과 카페 3곳
승봉도 둘레길을 걷다가 잠시 쉬고 싶다면 '카페 작은선배'에 들를 수 있다. 커피와 차가운 음료를 마시며 쉬어 갈 수 있어 한낮에 섬을 걷는 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바다가 보이는 자리가 있어 이일레해변이나 해안길을 둘러본 뒤 들르기에도 좋다.
따뜻한 식사를 원한다면 '바다풍경식당'에서 칼국수와 게장 등 한식 메뉴를 먹을 수 있다. 걷기 전 든든하게 배를 채우거나 둘레길을 모두 돈 뒤 식사하기 좋은 곳이다. 점심시간에는 손님이 몰릴 수 있어 배 시간을 고려해 조금 일찍 찾는 편이 낫다.
매콤한 음식이 생각난다면 '이일레식당'에서 오징어볶음과 제육볶음 등을 주문할 수 있다. 여럿이 방문하면 볶음 요리와 반찬을 함께 나눠 먹기 좋다. 승봉도 식당과 카페는 배 운항과 재료 수급에 따라 영업시간이 달라지거나 일찍 문을 닫을 수 있으므로 방문 전에 전화로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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