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 한가운데 신선의 섬이 떠 있습니다… 1400년 세월을 품은 국내 1등 정원
연못 가운데 섬에 자리한 누각 포룡정과 나무다리다. / 충남관광
연못 가운데 섬에 자리한 누각 포룡정과 나무다리다. / 충남관광

여름이 깊어질수록 충남 부여 궁남지는 연꽃으로 물든다. 넓은 연못 위에는 분홍빛과 흰빛 꽃이 피어나고, 버드나무가 늘어선 산책길에는 시원한 시간대에 맞춰 궁남지를 찾은 방문객이 모여든다. 부여군 부여읍 궁남로 52에 자리한 궁남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연못으로 알려져 있으며, 백제 무왕 때 조성된 왕실 정원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궁남지의 축조 과정은 역사 기록에 남아 있고, 백제 무왕의 탄생 설화도 함께 전해진다. 연못 둘레의 흙길을 따라 걷다 보면 연꽃과 버드나무, 연못 가운데 놓인 포룡정이 한눈에 들어와 백제 왕실 정원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입장료 없이 연중 개방되며 주변에 상업 시설이 많지 않아 비교적 조용하게 산책할 수 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남은 궁남지 이야기

버드나무와 분수, 포룡정이 어우러진 궁남지 항공 뷰. / 충남관광
버드나무와 분수, 포룡정이 어우러진 궁남지 항공 뷰. / 충남관광

궁남지라는 이름은 백제 무왕 때 궁궐 남쪽에 연못을 팠다는 삼국사기 기록에서 나왔다. 삼국유사에는 무왕의 어머니가 연못에 살던 용과 인연을 맺은 뒤 무왕을 낳았다는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서동으로 불렸던 무왕이 신라 선화공주와 혼인했다는 이야기와 두 사람을 소재로 한 향가 서동요도 함께 알려져 있다.

연못 둘레에는 흙길과 버드나무가 길게 이어지고, 수면 위로 연꽃과 연잎이 펼쳐진다. 

신선이 사는 세계를 연못 위에 옮긴 백제의 정원

연못을 가로지르는 다리 너머로 보이는 포룡정. / 충남관광
연못을 가로지르는 다리 너머로 보이는 포룡정. / 충남관광

궁남지 한가운데에는 둥근 섬이 자리하고 있으며, 연못 가장자리와 섬은 나무다리로 연결돼 있다. 물 위에 섬을 만들고 누각을 세운 형태에는 신선이 산다는 이상향을 현실 공간에 옮기려 했던 고대 동아시아의 신선사상이 담겨 있다. 백제인은 넓은 연못을 바다처럼 꾸미고 그 안에 섬을 조성해 자연과 사상이 하나로 어우러진 왕실 정원을 완성했다.

섬 중앙에는 포룡정이 세워져 있다. 나무다리를 따라 포룡정으로 향하면 양옆으로 잔잔한 수면이 펼쳐지고, 연못 가장자리의 버드나무와 연꽃이 한눈에 들어온다. 

국경을 넘어 일본 조경 문화의 시초가 된 백제 장인의 솜씨

백제의 정원 조성 기술은 일본에도 전해졌다. 일본서기에는 백제 출신 노자공이 일본으로 건너가 산과 다리가 있는 정원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물길을 내고 연못과 섬을 배치하던 백제의 정원 기술이 일본으로 전해졌다는 사실도 해당 기록에서 확인된다.

궁남지 연못 주변에서는 우물터와 건물 기둥을 받쳤던 주춧돌을 볼 수 있다. 발굴 조사에서는 건물터와 수로 흔적도 확인됐다. 과거 궁남지에는 연못뿐 아니라 누각과 여러 건물, 물길이 함께 조성돼 있었다. 현재는 연못 둘레에 산책로가 마련돼 있어 물가를 걸으며 남아 있는 유적과 연꽃, 버드나무를 차례로 둘러볼 수 있다.

입장료와 주차비 없이 둘러보는 궁남지

궁남지와 부여읍의 드넓은 풍경이다. / 충남관광
궁남지와 부여읍의 드넓은 풍경이다. / 충남관광

궁남지는 입장료 없이 연중 개방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찾을 수 있다. 이른 아침에는 연못 위로 옅은 물안개가 번지고, 해 질 무렵에는 노을이 수면과 연꽃 사이로 내려앉는다. 방문 시간에 따라 서로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어 부여 여행 일정에 맞춰 둘러보기 좋다.

주변에는 무료 주차장이 마련돼 있어 자동차로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연못 둘레의 산책로는 경사가 크지 않고 길이 평탄한 편이라 어린아이와 함께 걷거나 유모차를 끌고 이동하기에도 어렵지 않다. 

7월 말, 연꽃과 연잎 사이를 걷는 궁남지

활짝 피어난 화사한 분홍빛과 흰빛의 연꽃 풍경. / 충남관광
활짝 피어난 화사한 분홍빛과 흰빛의 연꽃 풍경. / 충남관광

궁남지는 연꽃과 수련이 피는 여름 여행지로 알려져 있다. 7월 말에는 활짝 핀 연꽃과 봉오리뿐 아니라 꽃이 진 자리에 올라온 연밥도 함께 볼 수 있다. 연못을 가득 채운 넓은 연잎 사이로 분홍빛과 흰빛 꽃이 드문드문 남아 여름이 깊어진 궁남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여름 궁남지를 걷기 전에 챙겨야 할 준비

궁남지는 연못 주변에 그늘이 많지 않아 한낮에는 햇볕이 강하게 내리쬔다. 챙이 넓은 모자나 양산, 마실 물을 미리 준비하면 더위를 피하며 걸을 수 있다. 산책로를 오래 둘러볼 예정이라면 햇볕이 강한 정오를 피해 이른 아침이나 해가 기울 무렵에 방문하는 편이 좋다.

연못 둘레에는 흙길과 나무 데크가 번갈아 나온다. 굽이 높거나 밑창이 미끄러운 신발보다 발을 감싸는 운동화를 신으면 걷는 동안 발에 부담이 덜하다. 저녁에는 물가 주변에 모기와 날벌레가 많아질 수 있어 얇은 긴소매 옷과 벌레 기피제를 챙겨야 한다.

궁남지 산책 뒤 들르기 좋은 부여 식당 3곳

궁남지 산책을 마친 뒤에는 구드래 나루터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이어갈 수 있다. '장원막국수'는 메밀막국수와 편육을 함께 먹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얇게 썬 편육을 새콤한 막국수에 곁들이면 더운 날에도 시원하게 먹을 수 있다. 

부여의 연잎밥을 먹으려면 '백제의집'을 추천한다. 연잎에 찰밥과 견과류를 넣어 쪄내며, 밥에는 은은한 연잎 향이 밴다. 연잎밥 정식에는 밑반찬과 떡갈비가 함께 나오고 맵거나 자극적인 음식이 적어 어린아이와 함께 방문한 가족도 식사하기 편하다.

'구드래돌쌈밥'에서는 돼지불고기와 돌솥밥, 여러 종류의 쌈 채소를 한 상에서 먹을 수 있다. 돼지불고기는 돌판에서 익혀 따뜻한 상태로 나오며, 돌솥밥과 채소를 곁들이면 양도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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