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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청송 주왕산 자락에 들어서면 울창한 숲 사이로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나무 그늘이 드리운 산길에는 서늘한 공기가 감돈다. 길을 따라 안쪽으로 걷다 보면 숲 한가운데 작은 저수지가 나타난다. 조선 시대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만든 주산지로, 30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켜왔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사계절 내내 물이 마르지 않는 저수지로 알려져 있다.
논밭에 물을 대던 농업시설은 세월이 지나면서 주왕산을 찾는 여행객들이 쉬어가는 산책 명소가 됐다. 저수지 둘레를 천천히 걷다 보면 물속에 뿌리를 내린 나무와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고요한 풍경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1720년 축조 시작, 300년 넘게 이어진 저수지
주산지는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주산지리 73 일대에 자리한다. 저수지 축조는 조선 시대인 1720년 8월 시작됐으며, 이듬해인 1721년 10월 공사를 마쳤다. 마을 주민들은 계곡물이 흘러내리는 길목에 둑을 쌓아 물을 모았고, 저장된 물은 주변 농경지에 공급됐다. 이후 주산지는 300년 넘게 마을의 농업용수를 책임져 왔다.
저수지 입구에는 주산지 축조와 관련된 역사를 전하는 공덕비가 남아 있다. 영조 47년인 1771년에 세운 비석으로, 저수지를 만드는 데 힘쓴 월성 이씨 이진표의 공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과 조세만이 함께 건립했다. 비석에는 물이 부족했던 농경지에 용수를 공급하려 했던 당시 주민들의 노력과 주산지 조성 과정이 담겨 있다.
화산재가 단단하게 굳어 만들어진 용결응회암이 물빠짐 막아주는 원리
주산지는 계곡에서 흘러든 물이 저수지 바닥으로 쉽게 빠져나가지 않아 오랫동안 수량을 유지해왔다. 주왕산 주변에는 화산재와 부석, 암석 조각이 높은 열과 압력을 받아 굳어진 용결응회암이 넓게 자리한다.
용결응회암은 단단하고 틈이 많지 않아 고인 물이 땅속으로 빠르게 스며드는 것을 막는다. 계곡물이 계속 들어오는 동안 바닥의 암석층은 물이 빠져나가는 속도를 늦춰 규모가 크지 않은 저수지도 사계절 물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물속에 뿌리내린 30여 그루 버드나무
주산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풍경은 물속에서 자라는 왕버들과 능수버들이다. 저수지 가장자리와 얕은 수면 주변에는 30여 그루의 버드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나무는 보통 뿌리가 오랫동안 물에 잠기면 자라기 어렵지만, 버드나무는 습한 환경에 비교적 잘 견디는 수종이라 물가에서도 생육이 가능하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풍경도 달라진다. 봄에는 연둣빛 새잎이 돋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수면 위 그늘을 만든다. 가을에는 단풍 든 숲빛이 물에 비치고, 겨울에는 잎이 떨어진 가지가 고요한 분위기를 더한다. 바람이 잔잔한 날에는 나무와 숲 그림자가 수면에 비치면서 주산지만의 풍경이 완성된다.
경사가 완만해 걷기 편한 주산지 산책로
주산지는 주차장에서 저수지까지 경사가 완만해 산행 경험이 많지 않아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가파른 오르막이나 거친 바위 구간이 거의 없고 흙길과 나무 데크가 차례로 나와 어린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나 어르신도 천천히 둘러보기 좋다.
주왕산국립공원 절골분소에서 관리하는 탐방로 양옆에는 참나무와 소나무가 빽빽하게 자란다. 나무가 만든 그늘 덕분에 한여름에도 햇볕을 피하며 걸을 수 있으며, 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더위를 식혀준다.
주차장에서 출발해 저수지를 둘러본 뒤 돌아오는 데에는 보통 1시간 안팎이 걸린다. 이동 거리가 길지 않고 경사도 완만해 힘든 산행보다는 숲길을 따라 여유롭게 걷는 산책 코스에 가깝다.
저수지와 탐방로에서 지켜야 할 관람 수칙
주산지에서는 수질과 주변 생태를 보호하기 위해 저수지 안으로 들어가거나 물놀이를 할 수 없다. 낚시와 어항 설치도 금지되며, 탐방로를 벗어나 숲 안쪽이나 경사가 가파른 곳으로 들어가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미끄러운 구간이나 낙석 위험이 있을 수 있어 정해진 길을 따라 이동하는 편이 안전하다.
산책 중 생긴 쓰레기는 되가져가고, 나뭇가지나 야생화를 꺾지 않아야 한다. 물속에서 자라는 왕버들과 주변 숲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자연환경인 만큼 눈으로 감상하고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주산지 산책 뒤 찾는 청송 맛집 3곳
주산지와 주왕산 일대를 둘러본 뒤에는 청송에서 잘 알려진 닭요리와 지역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신촌식당'은 닭불고기와 백숙을 함께 판매하는 곳이다. 약수를 넣고 끓인 백숙은 국물이 담백하고 고기가 부드러우며, 양념을 발라 구운 닭불고기는 매콤하면서 달큰한 맛이 난다.
여러 반찬이 나오는 정식을 찾는다면 '송이가든'으로 향할 수 있다. 제철 나물과 전을 비롯해 버섯전골 등이 차려지며, 청송 사과를 곁들인 반찬도 함께 나온다. 메뉴 구성이 넉넉해 가족이나 여러 사람이 방문했을 때 나눠 먹기 편하다.
'청송약수찜닭'에서는 국물이 자작한 찜닭을 맛볼 수 있다. 달고 짭조름한 양념이 닭고기와 채소에 고루 배어 있어 산책을 마친 뒤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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