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두 번만 길이 드러납니다…" 절벽과 등대 품은 4.2km 섬 트레킹 명소
해안 절벽과 어우러진 소매물도 등대섬 전경. / 한국관광공사
해안 절벽과 어우러진 소매물도 등대섬 전경. / 한국관광공사

한여름 통영 앞바다로 나가면 북적이는 해변과는 다른 조용한 섬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에 있는 소매물도는 가파른 해안 절벽과 기암괴석, 짙푸른 바다가 이어지는 섬이다. 1980년대 과자 광고 배경으로 소개되면서 이름이 널리 알려졌고,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등대섬 풍경을 보기 위해 사계절 내내 여행객이 찾는다.

소매물도에는 진시황의 명을 받아 불로초를 찾아 나선 서불이 아름다운 경치에 이끌려 잠시 머물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섬 북동쪽으로는 대매물도가 바라보이고, 남서쪽 바다 건너에는 흰 등대가 세워진 등대섬이 마주하고 있어 두 섬이 어우러진 풍경을 함께 볼 수 있다.

썰물 때 모습을 드러내는 몽돌 바닷길 열목개

몽돌 해변 열목개 너머로 바라본 등대섬. / 한국관광공사
몽돌 해변 열목개 너머로 바라본 등대섬. / 한국관광공사

소매물도 본섬과 등대섬 사이에는 썰물 때만 걸어서 건널 수 있는 몽돌 바닷길이 있다. 열목개라 불리는 곳으로, 밀물 때는 바닷물에 잠겨 있다가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크고 작은 몽돌이 깔린 길이 서서히 나타난다.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은 날마다 달라 소매물도를 찾기 전 물때표를 확인해야 한다.

열목개를 건너 등대섬으로 넘어가면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에 깎인 해안 절벽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둥근 몽돌을 밟으며 두 섬 사이를 걷는 구간은 소매물도를 널리 알린 풍경 가운데 하나지만, 2025년 10월부터 등대섬으로 내려가는 길은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낡은 데크 계단을 철거한 뒤 새 계단을 놓는 공사가 지연되면서 열목개를 건너 등대섬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태다.

바닷길을 직접 건널 수 없더라도 본섬 전망 구간에서는 열목개와 등대섬을 함께 내려다볼 수 있다. 

통영에 속하지만 거제에서 더 가까운 섬

탐방로 언덕에서 내려다본 소매물도 절경. / 한국관광공사
탐방로 언덕에서 내려다본 소매물도 절경. / 한국관광공사

소매물도는 행정구역상 경남 통영시 한산면에 속하지만, 위치로 보면 통영 시내보다 거제도 남쪽과 더 가깝다. 국립공원 관리 구역도 한려해상국립공원 통영지구가 아닌 거제지구에 포함돼 있다.

소매물도 항구에 입항하는 여객선 모습. / 한국관광공사
소매물도 항구에 입항하는 여객선 모습. / 한국관광공사

소매물도로 들어가는 배는 통영항과 거제 저구항에서 탈 수 있다. 통영항에서 출발하면 약 1시간 30분이 걸리는 반면, 소매물도와 가까운 저구항에서는 약 40분 만에 섬에 도착할 수 있다. 거제 남부를 함께 둘러보는 일정이라면 저구항을 이용하는 편이 이동 시간을 줄이기 수월하고, 통영 시내 관광과 묶을 때는 통영항에서 출발하는 일정이 자연스럽다.

여객선 운항 횟수와 출발 시각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달라진다. 당일 여행을 계획할 때는 어느 항구에서 출발할지 먼저 정한 뒤 왕복 배편과 섬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1917년 불을 밝힌 등대와 과자 광고 촬영지

소청도 등대. / 한국관광공사
소청도 등대. / 한국관광공사

소매물도 남서쪽 바다에는 흰 등대가 세워진 등대섬이 자리한다. 섬 정상에 있는 등대는 1917년 처음 불을 밝힌 뒤 100년 넘게 남해안을 오가는 선박의 항로를 안내해왔다. 푸른 바다와 가파른 해안 절벽 위에 흰 등대가 선 모습은 소매물도를 알리는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등대섬이 전국에 알려진 계기는 1980년대 방영된 제과업체의 과자 광고였다. 광고에는 하얀 물보라가 일어나는 바다와 등대섬 풍경이 담겼으며, 방송 이후 촬영지를 찾는 여행객이 늘었다. 당시 광고를 기억하는 중장년층은 물론 섬과 등대를 사진에 담으려는 여행객도 꾸준히 소매물도를 찾고 있다.

등대섬과 한려수도를 내려다보는 망태봉

망태봉 정상에 위치한 매물도 관세역사관. / 한국관광공사
망태봉 정상에 위치한 매물도 관세역사관. / 한국관광공사

소매물도 선착장에서 탐방로를 따라 오르면 섬에서 가장 높은 망태봉에 이른다. 초반에는 마을길과 숲길이 이어지고,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경사가 가팔라진다. 오르막을 지나 전망이 트이는 곳에 서면 소매물도 해안과 푸른 바다, 맞은편 등대섬이 넓게 펼쳐진다.

망태봉은 소매물도의 지형과 등대섬을 함께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바다로 떨어지는 가파른 절벽과 흰 등대, 섬 사이를 채운 푸른 물빛이 어우러져 사진 촬영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선착장 주변에는 펜션과 민박, 작은 식당이 모여 있어 배를 기다리거나 산책 뒤 쉬어갈 수 있다. 공중화장실도 마련돼 있지만 섬 안에는 편의시설이 많지 않으므로 식수와 간단한 간식은 미리 준비하는 편이 좋다. 탐방로 이용에는 별도 입장료가 없으며, 여객선 운임과 숙박비 등은 따로 확인해야 한다.

물때와 배편을 확인하고 걷기 편한 신발 준비

소매물도 여행을 계획할 때는 먼저 배편과 바다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여객선은 기상과 파도 상태에 따라 출항 시간이 달라지거나 결항될 수 있어 출발 당일 선사나 여객선터미널에 운항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등대섬으로 내려가는 길이 다시 열릴 경우에는 열목개가 드러나는 간조 시간도 함께 살펴야 한다.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과 여객선 도착·출발 시간이 맞아야 등대섬을 둘러보고 돌아올 수 있다.

선착장에서 망태봉을 지나 등대섬 방향으로 가는 탐방로에는 가파른 오르막과 계단이 이어진다. 비가 내린 뒤에는 바닥이 쉽게 미끄러워지므로 접지력이 좋은 등산화나 운동화를 신는 편이 안전하다. 여름에는 그늘이 많지 않아 모자와 자외선 차단제, 식수를 챙겨야 하며, 섬 안 식당과 매점이 문을 닫는 경우에 대비해 간단한 간식도 준비해두면 좋다. 

소매물도 탐방 뒤 들르는 통영항 주변 맛집 3곳

소매물도 탐방을 마치고 통영항으로 돌아오면 여객선터미널과 중앙시장 주변에서 통영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뚱보할매김밥'은 50년 넘게 충무김밥을 판매해온 곳으로, 김에 싼 맨밥과 매콤하게 무친 오징어, 큼직한 섞박지를 따로 내놓는다. 

해산물 메뉴를 찾는다면 '대풍관'으로 이동할 수 있다. 굴이 많이 나오는 가을과 겨울에는 굴 요리를 중심으로 메뉴를 내놓고, 봄과 여름에는 물회와 멍게비빔밥 등을 판매한다. 

따뜻한 국물로 식사하고 싶다면 '동광식당'의 복국을 선택할 수 있다. 40년 넘게 복국을 판매해온 곳으로, 복어 살에 콩나물과 미나리를 넣어 맑게 끓여낸다. 자극적이지 않은 국물에 아삭한 콩나물과 미나리 향이 어우러져 소매물도 탐방을 마치고 돌아온 뒤 편안하게 먹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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