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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7월은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고, 뜨거운 햇볕이 도로와 산길을 달군다. 잠시만 걸어도 땀이 흐르는 날씨지만, 울진 선유산 절벽 아래 자리한 성류굴 입구에 들어서면 서늘한 공기가 온몸을 감싼다. 동굴 안은 바깥 날씨와 관계없이 사계절 내내 15~17도 안팎을 유지해 무더위를 피해 천천히 둘러보기 좋다.
성류굴은 임진왜란 당시 불상을 동굴 안으로 옮겼다는 이야기에서 이름이 붙었다. '성스러운 불상이 머문 굴'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제155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2억 5000만 년 세월이 만든 석회동굴
성류굴은 약 2억 5000만 년 전부터 지하수가 석회암을 녹이고 다시 굳히는 과정을 거치며 만들어졌다. 전체 길이는 약 870m이며, 일반 관람객이 걸을 수 있는 구간은 약 270m다. 관람로를 따라 이동하면 천장에서 자란 종유석과 바닥에서 솟은 석순, 두 석회 생성물이 맞닿아 만들어진 석주를 차례로 볼 수 있다.
2007년 한국동굴연구소 조사에서는 길이 약 85m의 수중 구간이 발견됐으며, 물속에 잠긴 대형 석순과 종유석도 확인됐다. 동굴 입구가 있는 절벽에는 수령 1000년이 넘은 것으로 알려진 측백나무가 자라고 있어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동굴과 바위틈에서 살아온 나무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종유석과 석순으로 채워진 성류굴 내부
성류굴 안으로 들어서면 천장에서 내려온 종유석과 바닥에서 자란 석순이 서로 맞닿아 굵은 석주를 이룬 모습을 볼 수 있다. 동굴 벽과 바닥에도 물이 오랜 세월 흘러간 자국이 남아 있으며, 구간마다 모양과 크기가 다른 석회 생성물이 자리한다.
성류굴의 시작은 약 4억 6000만 년 전 울진 일대가 얕고 따뜻한 바다였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바닷속에 살던 산호와 조개류의 껍데기가 쌓이면서 석회암층이 만들어졌고, 이후 땅이 솟아오른 뒤에는 빗물과 지하수가 바위 틈으로 스며들었다. 약한 산성을 띤 물이 석회암을 천천히 녹이고 다시 굳히는 과정이 오랫동안 반복되면서 지금의 성류굴이 만들어졌다.
동굴 안에는 생김새를 따라 마귀할멈과 하마바위, 아기공룡둘리 등의 이름이 붙은 바위도 있다. 얇은 천을 겹쳐 놓은 듯한 베이컨시트와 산호를 닮은 동굴산호도 관람로 곳곳에서 볼 수 있어 구간을 옮길 때마다 서로 다른 석회 지형을 살펴보게 된다.
왕피천 수위에 따라 물이 차오르는 5광장 용신지
탐방로를 따라 5광장에 들어서면 오른쪽 아래로 잔잔한 물이 고인 용신지가 보인다. 성류굴 안에 있는 다섯 개 호수 가운데 하나로, 바깥을 흐르는 왕피천과 지하 물길로 연결돼 있다. 왕피천의 수위가 오르면 용신지의 물도 함께 불어나며, 비가 많이 내린 날에는 물이 통로 가까이 차올라 일부 관람 구간의 출입을 막기도 한다.
용신지 물속에는 석순과 석주가 잠겨 있으며, 향어나 잉어가 그 사이를 헤엄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석순은 물이 가득 찬 상태에서는 자라기 어려워 현재 물에 잠긴 석회 생성물은 동굴 바닥이 물 밖에 드러나 있던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후 왕피천과 연결된 물이 동굴 안으로 들어오면서 석순과 석주가 물속에 잠겼고, 지금과 같은 용신지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걷기 편한 관람로와 어르신 요금 혜택
성류굴 내부에는 약 270m 길이의 관람로가 마련돼 있다. 바닥 경사가 크지 않고 이동 구간마다 조명이 설치돼 있어 동굴 안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다. 다만 천장이 낮거나 바닥이 젖은 곳도 있으므로 머리와 발밑을 살피며 걷는 편이 안전하다.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과 군인 3000원, 어린이 2500원이다. 만 65세 이상 어르신을 비롯해 국가유공자와 장애인, 미취학 아동은 신분증이나 증빙서류를 제시하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운영 시간은 지난 3월부터 오는 10월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오는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다. 입장은 운영 종료 30분 전까지 가능하며 매주 월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 운영 일정은 현장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방문 전 안내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죽변항과 덕구온천을 함께 둘러보는 울진 나들이
성류굴 관람을 마친 뒤 북쪽으로 향하면 죽변항 주변 명소를 차례로 둘러볼 수 있다. 죽변등대는 100년 넘게 울진 앞바다를 밝혀온 곳으로, 등대 주변에서는 푸른 바다와 죽변항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가까운 곳에는 드라마 '폭풍 속으로' 촬영지로 알려진 어부의집도 남아 있어 해안 산책과 함께 둘러보기 좋다.
죽변항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울진봉평리신라비전시관이 나온다. 전시관에서는 524년 신라 법흥왕 때 세워진 울진 봉평리 신라비와 당시의 율령 제도를 살펴볼 수 있다.
하루 동안 동굴과 바닷길을 걸어 피로가 쌓였다면 덕구온천으로 향할 수 있다. 덕구온천은 약 42.4도의 온천수가 자연적으로 솟는 곳으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며 울진 나들이를 마무리할 수 있다.
서늘하고 미끄러운 동굴에서 지켜야 할 관람 수칙
성류굴 안은 한여름에도 기온이 15도 안팎에 머물러 바깥보다 서늘하게 느껴진다. 짧게 둘러보더라도 체온이 빠르게 내려갈 수 있으므로 얇은 겉옷을 준비하면 좋다. 습도도 높은 편이라 관람로와 계단에 물기가 남아 있을 수 있어 밑창이 미끄럽지 않은 운동화를 신는 편이 안전하다.
동굴 안에서는 정해진 관람로를 따라 이동하고, 어두운 구간이나 천장이 낮은 곳에서는 머리와 발밑을 함께 살펴야 한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마시거나 관람로 밖으로 들어가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종유석과 석순은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자라기 때문에 손으로 만지지 말고 눈으로만 살펴봐야 한다.
성류굴 관람 뒤 들르는 울진 맛집 3곳
성류굴과 주변 명소를 둘러본 뒤에는 울진 앞바다에서 잡힌 해산물로 식사를 이어갈 수 있다. 먼저 '후포리백년식당'에서는 홍게 간장게장과 홍게 물회 등을 한 상에 차려낸다. 짭조름한 간장 양념이 밴 홍게살은 밥과 함께 먹기 좋고, 차갑게 내놓는 물회까지 곁들이면 서로 다른 맛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시원한 물회가 생각날 때는 '원피스수산'으로 향할 수 있다. 물회에는 생선회와 소라 등 여러 해산물이 넉넉하게 들어가며, 채소와 육수를 함께 섞어 먹는다. 식사와 함께 매운탕도 나와 차가운 물회를 먹은 뒤 따뜻한 국물로 속을 채울 수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식사한다면 '수협3호하나대게회센타'에서 회와 대게, 홍게를 주문할 수 있다. 제철 해산물을 나눠 먹은 뒤에는 남은 국물에 라면을 끓여 식사를 마친다. 식당마다 판매 메뉴와 영업시간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운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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