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9만 명이 피신했던 협곡이라니… 한여름에도 서늘한 공기 감도는 2㎞ 무료 계곡
밀양 구만계곡에서 물이 흐르고 있다. / 밀양시 문화관광 제공
밀양 구만계곡에서 물이 흐르고 있다. / 밀양시 문화관광 제공

한여름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면, 사람들 발길은 대개 해수욕장 백사장이나 도심 워터파크로 향한다. 해수욕장과 워터파크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가 익숙하지만, 경남 밀양시 산내면 깊은 골짜기에는 한여름에도 서늘한 공기가 감도는 곳이 있다.

구만계곡은 조선 시대 임진왜란이라는 국난의 시기와 맞닿아 있는 장소다. 전쟁을 피해 산속 깊이 숨어든 백성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골짜기로, 지금은 역사와 자연 지형을 함께 둘러볼 수 있는 무료 개방 계곡으로 알려져 있다.

9만 명이 숨어든 협곡, 이름에 새겨진 임진왜란 기억

밀양 구만산 전경. / 밀양시 문화관광 제공
밀양 구만산 전경. / 밀양시 문화관광 제공

경남 밀양시 산내면 봉의리 일대, 해발 784m 구만산 자락에는 구만계곡이 자리한다. 계곡 이름은 임진왜란 당시 이 골짜기로 피신한 백성 규모에서 비롯됐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당시 9만 명에 이르는 인원이 전란을 피해 산속 깊은 협곡으로 들어왔다는 이야기가 지명에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계곡 양쪽에는 깎아지른 암벽이 솟아 있고, 물줄기는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좁은 협곡을 따라 흐른다. 물이 좁은 통로를 지나간다고 해서 현지에서는 ‘통수골’이라고도 부른다. 계곡의 길이는 약 2㎞이며, 높은 암벽과 좁은 지형이 햇빛과 뜨거운 공기를 막아 한여름에도 서늘하다.

40m 높이에서 쏟아지는 폭포

구만산 골짜기에서 폭포가 떨어지고 있다. / 밀양시 문화관광 제공
구만산 골짜기에서 폭포가 떨어지고 있다. / 밀양시 문화관광 제공

골짜기 중심부에는 높이 30~40m에 달하는 폭포가 자리한다. 수직으로 곧게 떨어지는 물줄기가 협곡 한가운데를 가르며, 폭포 아래쪽에는 지름 15m 정도 되는 깊은 못이 자리해 있다. 이 못은 수량이 늘어나는 여름철에도 차가운 수온을 유지해, 폭포 소리와 함께 서늘함을 더한다.

2㎞ 구간 내내 계곡 바닥이 훤히 비칠 만큼 물이 맑고, 양옆으로는 수십m 높이 절벽이 이어진다. 넓게 펼쳐진 암반과 크고 작은 소, 담이 곳곳에 자리해 협곡을 따라 걷는 동안 눈에 담기는 풍경이 계속 바뀐다.

밀양 구만계곡. / 밀양시 문화관광 제공
밀양 구만계곡. / 밀양시 문화관광 제공

계곡 곳곳에는 지질학적으로 눈에 띄는 바위들이 흩어져 있다. 벼락이 내리친 흔적이 남은 벼락듬이, 사람 형상을 닮은 아들바위, 상여 모양을 연상시키는 상여바위, 병풍을 두른 듯한 병풍바위 등이 이름을 갖고 있다. 이 같은 기암괴석과 넓은 암반, 다수의 소와 담이 어우러진 풍경은 설악산 천불동계곡과 견줄 만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바위 지형이 이어지는 만큼, 여름철 수량이 늘어난 시기에는 미끄러운 암반과 깊은 소 주변에서 안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상시 개방·무료 입장, 얼음골·석골사로 이어지는 코스

구만계곡은 별도의 이용 시간 없이 사계절 내내 개방한다. 입장료는 없으며, 차량을 가져오면 하루 3000원의 주차 요금이 부과된다.

계곡 인근에는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천연동굴 얼음골이 있고, 오래된 사찰인 석골사와 운문산도 가까운 거리에 자리한다. 구만계곡을 둘러본 뒤 이들 장소를 함께 묶어, 하루 코스나 1박2일 일정으로도 동선을 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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