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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면, 충남 논산시 강경읍 일대로 나들이 계획을 세우는 이들이 늘어난다. 강경포구와 젓갈시장으로 알려진 이 지역에는 무더위 속에서도 걷기 좋은 옛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는데, 정작 이곳을 아는 방문객은 많지 않다.
충남 논산시 강경읍에 위치한 죽림서원은 입장료 없이 개방된 곳이다.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위패를 모신 이 서원은 3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켜왔으며, 여름철이면 경내를 붉게 물들이는 배롱나무 덕분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1626년 세워진 서원, 여섯 학자의 위패 모여
죽림서원은 조선 인조 4년인 1626년 건립됐다. 처음에는 황산서원이라 불렸으며, 율곡 이이와 우계 성혼의 위패를 모셨다. 이후 사계 김장생의 위패도 함께 모시게 됐다.
현종 6년인 1665년, 조정은 이 서원에 '죽림'이라는 이름을 내리고 사액서원으로 격을 높였다. 같은 시기 정암 조광조와 퇴계 이황의 위패도 추배됐고, 숙종 21년인 1695년에는 우암 송시열의 위패까지 더해졌다. 여섯 명의 학자를 한자리에 모신 서원이라는 이유로 한때는 육현서원이라 불리기도 했다.
서원철폐령 딛고 되살아난 제단
고종 8년인 1871년, 흥선대원군이 내린 서원철폐령으로 죽림서원은 문을 닫았다. 건물은 사라졌지만 유허지에 제단을 마련해 향사만은 이어갔고, 1910년 국권을 잃으면서 그마저도 중단됐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 지역 유림들이 옛 제단을 다시 세우면서 복원 작업이 시작됐다. 1965년에는 사당 건물인 사우가 다시 지어졌고, 지금까지도 매년 음력 3월 15일과 9월 15일 두 차례 제향이 열린다. 제향에는 4변4두의 제품이 올라가며, 일반 방문객도 준비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대나무숲과 배롱나무가 만드는 여름 풍경
경내로 들어서려면, 홍살문과 외삼문을 차례로 지나야 한다. 외삼문 붉은 문에는 태극 무늬가 그려져 있고, 문을 통과하면 동재와 서재가 마주 보고 서 있다. 돌계단 위에는 6위의 제단을 모신 사우가 자리한다.
서원 둘레는 대나무숲이 감싸고 있다. 곧게 자라 쉽게 휘지 않는 대나무는 옛 선비를 나타내는 나무로 여겨졌고, 그 나무가 서원 담장을 두르고 있는 구성은 우연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름이 되면 경내 곳곳에 심긴 배롱나무에 자홍빛 꽃이 피기 시작해 8월까지 이어진다.
임리정까지 이어지는 짧은 산책길
죽림서원 옆으로 난 돌계단을 오르면, 임리정이라는 정자가 나온다. 사계 김장생이 세운 이 정자는 원래 황산정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으나, 깊은 연못에 임하듯 엷은 얼음을 밟듯 조심하라는 시경의 구절을 따 이름을 바꿨다.
정자가 있는 언덕은 강경 시가지를 내려다보는 위치에 자리한다. 지금은 앞을 가로막은 건물들 때문에 금강 물줄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오래된 나무 그늘 아래 앉으면 낮은 기와집과 첨탑이 솟은 성당, 그 뒤로 이어지는 강과 산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죽림서원 관람을 마친 뒤 짧은 오르막을 걸어 임리정까지 둘러보는 동선을 짜는 방문객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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