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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한낮의 더위를 피해 나들이 장소를 찾다 보면 유명 계곡이나 물놀이장은 사람으로 붐비고 이용료까지 더해져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경북 안동 병산서원은 입장료와 주차비 없이 낙동강과 산, 오래된 목조 건축물을 함께 둘러볼 수 있어 한적한 여름 여행을 원하는 사람에게 잘 어울린다.
서안동 나들목에서 차로 약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안동 시내나 하회마을을 둘러보는 일정에 함께 넣기 좋다.
서원 입구부터 머리 위를 붉게 물들이는 9m 배롱나무
주차장에서 병산서원으로 향하는 흙길에 들어서면 진분홍 꽃을 가득 피운 배롱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여름이면 잎보다 꽃송이가 더 많이 보일 만큼 가지마다 붉은 꽃이 빽빽하게 피어 서원으로 들어가는 길 전체를 화사하게 물들인다.
배롱나무는 밑동 둘레가 80~90cm에 이르고 높이도 6~9m까지 자라 머리 위를 덮는다. 가지가 넓게 퍼진 구간에는 그늘도 생겨 뜨거운 햇볕을 잠시 피하며 서원까지 천천히 걸어갈 수 있다.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남은 3000여 책 고문헌
배롱나무가 늘어선 길을 지나 서원 안으로 들어가면 넓게 트인 만대루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만대루 뒤에는 병산서원의 중심 건물인 입교당이 자리한다. 병산서원은 1575년 서애 류성룡이 풍산읍에 있던 풍악서당을 현재 자리로 옮기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병산서원은 흥선대원군이 전국 서원을 정리할 때도 철거되지 않은 47곳 가운데 하나다. 서원 안 장판각에는 1000여 종, 3000여 책에 이르는 고문헌이 보관돼 있어 조선시대 학문과 출판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오랫동안 옛 건물과 기록을 지켜온 가치를 인정받아 2019년 7월에는 소수서원과 도산서원 등과 함께 '한국의 서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사당 앞마당을 붉게 채운 수령 390년 배롱나무 여섯 그루
입교당을 둘러본 뒤 존덕사 쪽으로 걸어가면 앞마당에 자리한 굵은 배롱나무 여섯 그루를 볼 수 있다. 서원 입구에서 만난 배롱나무보다 줄기가 굵고 가지도 넓게 퍼져 있으며, 여름이면 붉은 꽃송이가 마당 위를 가득 채운다. 나무의 수령은 약 390년으로 추정되며 2008년 4월 7일 보호수로 지정됐다.
오랜 세월 자란 줄기는 여러 갈래로 굽어 있고, 그 위로 뻗은 가지마다 붉은 꽃이 빽빽하게 핀다. 바람이 불면 꽃잎이 마당과 돌계단 위로 떨어져 오래된 기와지붕과 어우러진다. 존덕사 뒤로는 병산의 산자락이 가까이 자리해 배롱나무와 서원 건물, 산을 한자리에서 함께 바라볼 수 있다.
병산서원에서 차로 15분, 하회마을까지 함께 둘러보는 길
병산서원을 천천히 둘러본 뒤에는 차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안동 하회마을로 이동할 수 있다. 두 곳의 거리는 약 6~8km로 가까워 오전에는 병산서원을 걷고, 오후에는 초가집과 기와집이 모여 있는 하회마을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잡기 좋다.
병산서원의 배롱나무와 만대루를 둘러본 뒤 하회마을로 넘어가면 낙동강을 따라 이어진 옛 마을길을 걸을 수 있다. 골목 안에는 초가집과 기와집이 모여 있으며, 강 건너 부용대에 오르면 물길을 따라 둥글게 감싸인 마을 전경도 내려다보인다. 이동 시간이 길지 않아 운전에 많은 시간을 쓰지 않고 병산서원과 하회마을의 여름 풍경을 하루 동안 차분하게 둘러볼 수 있다.
한여름 병산서원을 걸을 때 챙겨야 할 안전 수칙
낙동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더위를 식혀주더라도 한여름 햇볕 아래에서 오래 걷다 보면 체온이 빠르게 오를 수 있다. 특히 폭염특보가 내려진 날에는 햇빛이 강한 낮 시간을 피하고, 비교적 기온이 낮은 오전이나 늦은 오후에 병산서원을 둘러보는 편이 안전하다.
걷는 동안 땀으로 수분이 빠져나가므로 생수나 이온음료를 챙겨 목이 마르기 전부터 조금씩 마셔야 한다. 병산서원으로 들어가는 길과 마당에는 햇빛을 오래 받는 구간도 있어 챙이 넓은 모자나 양산, 선글라스를 준비하면 한결 편하게 걸을 수 있다.
관람 도중 어지럽거나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스꺼워진다면 곧바로 걷기를 멈춰야 한다. 입교당 대청마루나 나무 그늘처럼 바람이 통하는 곳으로 이동한 뒤 옷을 느슨하게 풀고 물을 마시며 쉬는 것이 좋다. 증상이 가라앉지 않거나 의식이 흐려질 때는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119에 신고해야 한다.
서원 산책 뒤 들르기 좋은 하회마을 인근 향토 음식점 3곳
병산서원과 하회마을을 둘러본 뒤에는 하회마을 입구에 있는 하회장터에서 안동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넓은 주차장 주변에 찜닭과 간고등어, 칼국수 등을 판매하는 식당이 모여 있어 여행 일정을 마친 뒤 식사 장소를 찾기도 편하다.
장터 입구에 있는 '하회식당'에서는 안동찜닭을 맛볼 수 있다. 닭고기와 감자, 당면을 간장 양념에 푹 익혀 짭조름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난다. 찜닭의 매운맛이 부담스럽다면 주문할 때 맵기를 낮춰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구운 생선을 먹고 싶다면 장터 안쪽에 있는 '솔밭식당'을 찾으면 된다. 굵은 소금으로 간한 고등어를 노릇하게 구워 따뜻한 밥과 함께 내며, 된장찌개와 나물 반찬도 한 상에 차려진다.
국물 음식이나 전을 먹으며 잠시 쉬고 싶다면 '이화식당'을 찾으면 된다. 안동식 칼국수는 맑은 국물에 얇게 썬 호박과 배추를 넣어 담백한 맛을 내며, 바삭하게 부친 해물파전도 함께 주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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