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하루 보내기 좋습니다…" 축구장 14개 규모로 조성된 수변 명소
푸른 들녘과 산자락에 둘러싸인 하동 동정호 전체 항공 뷰. / 한국관광공사
푸른 들녘과 산자락에 둘러싸인 하동 동정호 전체 항공 뷰. / 한국관광공사

여름철 무더위가 이어지면 시원한 물가와 나무 그늘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장소를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에 자리한 동정호는 넓은 수면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여름날 천천히 걷기 좋은 곳이다. 약 10만㎡에 이르는 공간에는 호숫길과 쉼터가 마련돼 있어 산책을 하다가 나무 아래에서 쉬어갈 수 있다.

동정호는 거창창포원과 진주 월아산 숲속의 진주에 이어 경남 제3호 지방정원으로 승인됐다. 수생식물과 오래된 나무가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만들고, 입장료도 없어 누구나 부담 없이 둘러볼 수 있다.

10만 ㎡ 규모로 조성된 수변 정원

동정호 호수 위에 조성된 하트 모양 구조물과 출렁다리 풍경. / 한국관광공사
동정호 호수 위에 조성된 하트 모양 구조물과 출렁다리 풍경. / 한국관광공사

지방정원으로 승인받으려면 일정한 면적과 녹지 비율을 갖추고 관리 시설과 운영 조직도 마련해야 한다. 하동군 안내 자료에 따르면 전체 면적은 10만㎡ 이상, 녹지는 부지의 40% 이상이어야 한다. 동정호는 두 조건을 충족한 뒤 산책로와 편의시설을 정비하고 전담 조직을 꾸렸다. 꾸준한 관리에 필요한 조례도 마련했다.

동정호는 시설물을 빽빽하게 세우기보다 기존 지형과 식생을 살리는 방식으로 꾸몄다. 물가 가까이에는 자생식물이 자라고 새와 수생생물이 머물 수 있는 공간도 남겨뒀다. 

소설 토지부터 녹차밭까지 담은 5가지 정원

울창한 나무 그늘과 하얀 수국이 어우러진 산책길. / 한국관광공사
울창한 나무 그늘과 하얀 수국이 어우러진 산책길. / 한국관광공사

동정호 안에는 악양면의 문학과 차 문화를 담은 5가지 테마 정원이 마련돼 있다. 소설 '토지'의 배경으로 알려진 평사리 들녘을 옮겨 놓은 공간에서는 작품에 등장하는 옛 농촌 풍경을 떠올리며 걸을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하동의 녹차 문화를 소개하는 녹차정원과 지역의 생활 모습을 담은 공간도 차례로 만난다. 정원마다 울타리나 시설물로 구역을 나누지 않아 산책길을 걷는 동안 풍경이 부드럽게 바뀐다. 문학과 차, 농촌 풍경이 한 공간에 이어져 동정호를 둘러보는 재미도 더한다.

왕버들 그늘과 두꺼비가 머무는 습지

호숫가 정자와 왕버들숲 너머로 펼쳐진 평사리 들녘. / 한국관광공사
호숫가 정자와 왕버들숲 너머로 펼쳐진 평사리 들녘. / 한국관광공사

동정호 호숫가에는 오래 자란 왕버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굵은 줄기에서 뻗어 나온 가지가 물가 쪽으로 길게 드리워져 여름이면 나무 아래로 넓은 그늘이 생긴다. 왕버들 아래에는 벤치가 놓여 있어 호수를 바라보며 쉬어갈 수 있고, 물가에서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한낮의 더위도 잠시 피할 수 있다.

왕버들숲 주변 습지는 두꺼비가 알을 낳는 서식지로도 알려져 있다. 봄이 오면 산에서 내려온 두꺼비가 호수 주변으로 이동해 산란한 뒤 다시 숲으로 돌아간다. 하동군은 두꺼비의 이동 길과 습지 환경을 해치지 않도록 산책로와 시설을 배치했다. 방문객은 정해진 길을 따라 걸으며 왕버들숲과 습지를 가까이에서 둘러볼 수 있다.

유럽 수국과 편하게 걷는 호숫길

탐방로를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난 하얀 유럽 수국 군락. / 한국관광공사
탐방로를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난 하얀 유럽 수국 군락. / 한국관광공사

7월과 8월에는 동정호 탐방로를 따라 하얀 유럽 수국이 피어난다. 초록빛 나무와 풀 사이로 수국이 길게 이어져 여름에만 볼 수 있는 호숫가 풍경을 만든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호수 안에 조성된 하트 모양의 섬과 물 위에 놓인 출렁다리도 만날 수 있어 가족과 함께 둘러보기 좋다.

호수 둘레길은 유모차와 휠체어도 지나갈 수 있도록 바닥과 경사를 고르게 정비했다. 길 곳곳에는 파라솔과 정자가 마련돼 있어 햇볕이 강하거나 비가 내릴 때 잠시 쉬어갈 수 있다. 탐방로를 따라 호수를 한 바퀴 도는 데는 약 1시간이 걸리며, 길이 가파르지 않아 어린아이와 함께 걷거나 가볍게 산책하기에도 부담이 적다.

체험 프로그램을 더해가는 동정호

동정호는 앞으로 호수 풍경을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습지와 식생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호수 뒤편에 자리한 습지 환경을 지키면서 방문객이 편하게 머물 수 있도록 운영 방식과 관리 시설도 차례로 손볼 예정이다.

호수 주변에는 화장실과 주차장,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어 산책 전후로 이용하기 편하다. 바다나 계곡처럼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는 피서지를 벗어나 조용히 걷고 싶을 때 들러볼 만하다. 

여름철 동정호 방문 전 챙길 사항

수생식물이 덮인 호수와 운치 있게 어우러진 고풍스러운 정자 전경. / 한국관광공사
수생식물이 덮인 호수와 운치 있게 어우러진 고풍스러운 정자 전경. / 한국관광공사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여름에는 왕버들 그늘이 많은 동정호에서도 더위에 대비해야 한다. 호수 수면에 햇빛이 반사되면 눈부심이 커질 수 있어 챙이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를 준비하는 편이 좋다. 자외선 차단제는 출발 전에 바르고 산책 중에도 덧바른다. 땀을 많이 흘릴 수 있으니 생수를 넉넉히 챙기고, 얇은 긴소매 옷을 입으면 강한 햇볕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습지 주변에는 여름철 모기와 날벌레가 많아 벌레 기피제도 챙겨야 한다. 산책할 때는 정해진 탐방로를 이용하고 깊은 풀숲이나 물가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두꺼비와 철새가 머무는 곳인 만큼 야생식물을 꺾거나 생물을 만지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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