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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시 완산구 태조로를 걷다 보면 기와지붕이 이어진 거리 너머로 전동성당의 붉은 첨탑이 눈에 들어온다. 전주한옥마을 초입에 자리한 성당은 낮은 한옥과 서양식 건축물이 나란히 어우러진 풍경으로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호남 지역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서양식 건축물로 알려져 있으며, 전주를 찾는 사람들이 빠지지 않고 들르는 명소로 꼽힌다.
전주 전동성당은 서울 명동성당을 설계한 프와넬 신부의 도면을 토대로 중국인 기술자들이 공사에 참여해 지었다. 비잔틴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을 함께 적용해 웅장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을 주며, 대구 계산성당과 함께 국내 평지 성당 가운데 건축미가 뛰어난 곳으로 평가받는다.
한옥 지붕 사이로 솟은 붉은 벽돌 성당
전동성당 앞마당에 들어서면 회색과 붉은색 벽돌을 번갈아 쌓은 외벽과 둥근 종탑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낮은 기와지붕이 이어지는 한옥마을 한가운데 높이 솟아 있지만, 붉은 벽면과 회색 지붕이 주변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성당 내부에는 중앙 통로를 따라 굵은 기둥과 둥근 아치가 길게 이어진다. 높은 천장과 양옆 회랑 덕분에 실내가 넓게 느껴지며,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햇빛은 벽과 바닥에 부드럽게 번진다. 바깥에서는 건물의 웅장한 크기가 먼저 눈에 띄고, 안에서는 오래된 벽돌과 아치가 만든 차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풍남문 성벽의 흔적을 주춧돌로 삼아 세월의 무게를 견뎌낸 과정
전동성당에는 일제강점기 전주읍성이 철거된 흔적이 남아 있다. 당시 풍남문 인근 성벽을 허물며 나온 돌은 성당 기초에 쓰였고, 성벽의 흙은 벽돌로 구워 외벽을 쌓는 데 사용됐다고 전해진다. 한때 전주읍성을 이루던 돌과 흙이 성당을 세우는 건축 재료로 다시 쓰인 셈이다.
건물 아래쪽에는 크기와 모양이 서로 다른 돌이 놓여 있고, 그 위로 붉은 벽돌 외벽이 이어진다. 거친 돌과 가지런히 쌓인 벽돌을 함께 살펴보면 전주읍성 철거와 전동성당 건립의 역사를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양식 건축 양식뿐 아니라 전주 도심이 바뀌어 온 과정까지 담겨 있어 성당을 둘러볼 때 기초 부분도 함께 살펴보게 된다.
배롱나무꽃과 붉은 벽돌이 어우러진 사제관
전동성당 본당 옆에는 붉은 벽돌로 지은 사제관이 자리한다. 1926년 라크루 신부가 세운 건물로, 르네상스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이 함께 담겨 있다. 과거에는 주교좌성당 교구청으로 사용됐으며, 현재는 성직자들의 생활공간으로 쓰인다.
여름이 깊어지는 8월 초에는 사제관 주변과 한옥마을 담장 곁에 배롱나무꽃이 핀다. 진분홍빛 꽃과 붉은 벽돌 외벽이 나란히 어우러져 성당 주변이 한층 화사해진다. 꽃이 피는 시기에는 사제관과 배롱나무를 한 화면에 담으려는 방문객도 많다.
윤지충과 권상연의 순교 터에 세워진 전동성당
전동성당은 전주를 찾는 여행객이 많이 들르는 명소이면서 한국 천주교 초기 역사를 보여주는 성지다. 조선 시대 전라감영이 자리했던 전주는 천주교 신자에 대한 박해가 이어졌던 곳으로, 1791년 신해박해 때 윤지충과 권상연이 처형된 장소도 전동성당 인근으로 알려져 있다. 1801년 신유박해 때에도 풍남문 밖 형장에서 여러 신자가 목숨을 잃었다.
보두네 신부는 1891년 순교 터로 전해지는 부지를 매입한 뒤 성당 건립을 추진했고, 공사는 1914년에 마무리됐다. 순교자들의 죽음이 있었던 자리에 세워진 전동성당은 지금도 전국에서 천주교 신자와 순례객이 찾아와 미사를 드리고 기도하는 성지로 이어지고 있다.
조명이 켜진 성당을 따라 걷는 밤 산책
전동성당은 낮과 밤에 볼 수 있는 풍경이 다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성당 안과 주변을 둘러볼 수 있으며, 문을 닫은 뒤에는 담장 밖에서 조명이 켜진 건물 외관을 볼 수 있다.
한옥마을 중심 거리에서 사제관 뒤편으로 이어지는 골목은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아 천천히 걷기 좋다. 성당 담장을 따라 걷다 보면 주황빛 조명을 받은 붉은 벽돌과 첨탑이 눈에 들어오며, 낮보다 차분한 밤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여름철 성당 나들이에 챙겨야 할 준비물
여름에 전동성당과 한옥마을을 둘러보려면 강한 햇볕과 더위에 대비해야 한다. 그늘이 많지 않은 거리를 오래 걷게 되므로 양산이나 챙이 넓은 모자를 준비하고, 발이 편한 운동화를 신는 편이 좋다. 이동 중 마실 생수도 미리 챙겨두면 더위에 지쳤을 때 바로 쉬어갈 수 있다.
전동성당은 여행객이 찾는 명소인 동시에 미사와 기도가 이어지는 종교 시설이다. 경내에서는 큰 소리로 대화하거나 출입이 제한된 공간에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노출이 많은 옷차림도 피하고, 미사가 진행되는 시간에는 신자들의 기도를 방해하지 않도록 조용히 관람해야 한다.
전동성당 관람 뒤 들르기 좋은 한옥마을 맛집 3곳
전동성당과 한옥마을을 둘러본 뒤 따뜻한 국물이 생각난다면 '삼백집 전주 본점'을 찾을 만하다. 이곳은 70년 전통의 콩나물국밥 전문점으로, 아삭한 콩나물에 시원한 국물을 더한 전주식 국밥은 오래 걸은 뒤 편하게 먹기 좋다.
한옥마을 안쪽에 있는 '베테랑칼국수'도 오래 알려진 식당이다. 칼국수 위에는 들깨가루와 김가루, 고춧가루가 넉넉하게 올라가며 국물은 걸쭉하고 고소한 편이다. 부드러운 면에 진한 국물이 잘 배어 있어 든든하게 먹을 수 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외할머니솜씨'에서 팥빙수를 먹으며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직접 쑨 팥과 흑임자 떡을 올린 옛날식 팥빙수는 단맛이 강하지 않고 고소한 맛이 잘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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