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이 절을 통째로 불태웠습니다" 해발 800m 산속에 되살아난 천년 사찰
노을빛 아래 소나무 숲과 석탑이 어우러진 축서사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승진
노을빛 아래 소나무 숲과 석탑이 어우러진 축서사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승진

경북 봉화군 물야면에서 문수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해발 800m 부근에 자리한 축서사가 나온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인 고운사의 말사로, 높은 곳에 세워져 경내 앞쪽으로 봉화의 산줄기와 마을 풍경을 넓게 내려다볼 수 있다. '축서'는 독수리가 머무는 곳이라는 뜻이며, 불교에서 독수리는 지혜를 나타내기 때문에 문수보살과 관련된 이름으로도 풀이된다.

사찰 뒤편의 산세가 독수리가 웅크린 모습과 닮아 축서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굽이진 산길은 경사가 가파른 편이지만, 정상 가까이 오르면 숲 사이로 전각과 넓은 마당이 차례로 보이기 시작한다. 축서사는 673년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여러 차례 건물을 다시 지으며 오늘의 모습을 갖췄다.

한밤중 산에서 비친 빛을 따라 발견한 불상

문수산 울창한 산자락에 아늑하게 들어선 축서사 전각. / 한국관광콘텐츠랩
문수산 울창한 산자락에 아늑하게 들어선 축서사 전각. / 한국관광콘텐츠랩

축서사의 창건 설화는 문수산 아래에 있던 지림사에서 시작된다. 현재 수월암이 자리한 곳에 지림사가 있었으며, 어느 날 밤 한 스님이 지금의 개단초등학교 앞산을 바라보다 산 중턱에서 환한 빛이 새어 나오는 모습을 봤다고 한다. 스님은 빛이 나는 곳을 확인하기 위해 산길을 따라 올라갔다.

산중에는 한 동자가 불상 앞에서 절을 올리고 있었다. 스님이 가까이 다가가자 동자는 자신이 청량산 문수보살이라고 밝힌 뒤 구름을 타고 사라졌고, 자리에는 불상만 남았다. 이 이야기는 의상대사에게 전해졌으며, 의상대사는 불상을 모실 곳을 찾기 위해 문수산 일대를 살폈다.

마침내 지금의 대웅전 자리에 법당을 세우고 산에서 발견된 불상을 모시면서 축서사가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867년 신라 경문왕 7년에는 부처 사리 10과를 봉안한 사리탑도 세워졌다.

조선 말기 일본군의 방화로 대부분 사라진 전각

화려한 단청과 섬세한 목조 양식이 돋보이는 대웅전 외관. / 한국관광콘텐츠랩
화려한 단청과 섬세한 목조 양식이 돋보이는 대웅전 외관. / 한국관광콘텐츠랩

축서사는 1705년 숙종 31년에 중건된 뒤 규모가 크게 늘었다. 대웅전 상량문에 따르면 1875년 무렵에는 대웅전과 보광전, 약사전, 선승당, 동별당, 서별당, 청련당, 백화당, 범종각 등 여러 전각이 들어서 있었다. 상대와 도솔암, 천수암 등 산내 암자도 세 곳에 이르렀으며, 대웅전 본존불 앞에서 기도하려는 불자들이 전국에서 찾아왔다고 전해진다.

조선 말기에는 축서사 일대가 의병 활동 지역이 되면서 큰 피해를 입었다. 을사조약과 정미7조약 이후 항일 의병이 곳곳에서 일어났고, 문수산의 험한 지형도 의병들이 몸을 숨기고 활동하는 장소로 쓰였다. 일본군은 의병을 토벌한다는 구실로 산에 들어와 사찰에 불을 질렀다.

당시 화재로 대웅전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각이 사라졌고, 축서사는 오랫동안 제대로 된 사찰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 일제강점기 말 삼성각을 다시 세운 데 이어 1957년에는 요사채를 지었으며, 1996년부터 큰 규모의 불사가 이어지면서 대웅전과 보광전, 보탑성전 등 현재의 전각들이 차례로 들어섰다.

9세기 돌부처와 조선시대 목조광배가 놓인 대웅전

삼존불상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
삼존불상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

축서사 대웅전 안에는 9세기 통일신라 시대에 만든 보물 제995호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이 모셔져 있다. 의상대사가 절을 세울 당시 봉안한 불상으로 전해지며, 돌로 만든 불상 뒤에는 조선시대에 제작된 목조광배가 놓여 있다. 광배에는 불꽃과 꽃무늬가 촘촘하게 새겨져 있고, 불상 머리 위쪽에는 범어 '옴(om)' 자가 보인다.

대웅전 앞마당에는 경북 문화유산자료 제158호로 지정된 석등이 서 있다. 신라 말에서 고려 초 사이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며,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표면이 많이 닳아 있다. 인근에는 문화유산자료 제157호 삼층석탑도 자리한다. 기단부 하대와 3층 옥신, 상륜부는 남아 있지 않지만 867년 부처 사리를 봉안했다는 기록이 전해져 축서사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축서사에는 2003년 보물로 지정된 괘불탱도 보관돼 있다. 큰 법회 때 야외에 걸어 사용하는 불화로, 축서사에 남아 있는 불교 문화재 가운데 하나다.

참선 프로그램과 해발 800m 산사 가는 길

거대한 범종과 함께 산자락 풍경을 바라보는 스님의 모습. / 한국관광콘텐츠랩
거대한 범종과 함께 산자락 풍경을 바라보는 스님의 모습. / 한국관광콘텐츠랩

축서사에서는 산사에 머물며 참선과 기도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오후 6시에는 밤새 10시간 넘게 수행하는 철야 참선이 시작된다. 참선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3박 4일 이상 머무는 템플스테이 '쉬고 쉬고 또 쉬고'에 참여할 수 있다.

음력 초이틀부터 초나흘까지는 오후 7시 30분 보탑성전에서 보궁기도회가 열린다. 성도재일에는 법사 스님의 지도를 받으며 일주일 동안 하루 8~10시간씩 참선하는 일정도 마련된다. 참가 날짜와 세부 내용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축서사 안내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해발 800m 산사에서 멀리 굽이치는 산능선과 석탑을 담은 노을 풍경. / 한국관광콘텐츠랩
해발 800m 산사에서 멀리 굽이치는 산능선과 석탑을 담은 노을 풍경. / 한국관광콘텐츠랩

축서사는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으로 찾아가기 편하다. 봉화군청에서 물야면 방향으로 약 6㎞를 달린 뒤 개단4리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면 문수산으로 올라가는 산길이 나온다. 여기서 폭이 좁고 굽은 도로를 7~8㎞가량 더 달리면 해발 800m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한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없으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산속은 해가 지면 빠르게 어두워지고 저녁 기온도 낮아지므로 늦은 시간에 찾을 때는 얇은 겉옷을 챙기는 편이 좋다.

축서사 관람 뒤 들르기 좋은 봉화 지역 맛집 3곳

축서사를 둘러본 뒤에는 봉화에서 많이 먹는 송이버섯 요리와 돼지숯불구이로 식사를 이어갈 수 있다. 물야면 인근의 용두식당에서는 송이버섯을 넣어 지은 송이돌솥밥을 맛볼 수 있다. 뚜껑을 열면 따뜻한 밥 사이로 송이 향이 올라오며, 함께 나오는 산나물 반찬을 곁들여 먹기 좋다.

돼지고기 메뉴를 찾는다면 봉성면 돼지숯불단지에 있는 솔봉숯불구이가 있다. 두툼하게 썬 돼지고기를 숯불에 구워 겉은 노릇하고 속은 부드럽다. 굽는 동안 기름기가 빠지고 은은한 불향이 배어 산사 나들이를 마친 뒤 든든하게 식사할 수 있다.

따뜻한 국물이 생각날 때는 봉화읍의 솔봉이에서 송이버섯전골을 먹을 수 있다. 소고기와 송이버섯을 함께 끓여 국물 맛이 진하고, 송이버섯의 쫄깃한 식감도 잘 살아 있다. 축서사에서 봉화읍으로 내려오는 길에 들를 수 있어 관람 뒤 식사 장소로도 잘 맞는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