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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울릉도는 굽이진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내내 바다와 절벽, 작은 어촌이 어우러진 풍경이 이어진다. 여행을 앞두고 섬 곳곳을 찾아보던 중 가장 눈에 들어온 곳은 서면 태하리의 대풍감이었다. 바다를 향해 길게 뻗은 해안 절벽과 그 너머로 펼쳐진 수평선을 사진으로 본 순간, 울릉도에 가면 꼭 들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당일 육지에서 출발한 배는 몇 시간 동안의 항해 끝에 맑은 하늘 아래 울릉도에 닿았다. 항구에 발을 내딛자 사진으로만 보던 대풍감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설렘이 더욱 커졌다.
붉은 바위 동굴 '태하황토구미'와 6분 만에 오르는 모노레일
대풍감으로 가기 위해 먼저 태하리의 태하황토구미 버스 정류장에 내려 해안산책로 입구로 걸어가자 붉은빛을 띤 커다란 바위 동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화산재가 굳어 만들어진 응회암에 산화철이 섞이면서 바위 전체가 짙은 붉은색을 띠게 된 곳이다. 조선 시대에는 이곳의 황토가 조정에 상납품으로 바쳐졌으며, 3년마다 섬을 순찰하던 관리에게 순찰 확인 명목으로 진상하는 데도 쓰였다고 전해진다.
태하황토구미를 둘러본 뒤에는 인근에 있는 태하향목모노레일 탑승장으로 이동했다. 오전 9시부터 운행하는 모노레일은 가파른 산길을 따라 대풍감 전망대로 올라가는 교통수단으로, 객차에 오르자 최대 39도에 이르는 경사 구간이 이어졌고 약 6분 만에 산 정상 부근에 도착했다.
모노레일이 높이 올라갈수록 창밖으로 보이는 태하리 해안과 바다도 한층 넓어졌다. 과거 주민들은 쇠줄과 도르래를 이용해 이 가파른 산길로 생필품을 옮겼다고 한다. 힘겹게 물건을 나르던 옛길을 편하게 올라가며 바뀌는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이 대풍감으로 향하는 길의 재미를 더했다.
아찔한 해안 절벽을 내려다보는 '태하향목전망대'
모노레일에서 내린 뒤 숲길을 따라 10분가량 걸으면 태하 등대와 태하향목전망대에 닿는다. 길은 경사가 심하지 않고 바닥도 잘 정돈돼 있어 주변 숲을 둘러보며 천천히 걷기 좋다.
전망대 아래로는 바다와 맞닿은 가파른 절벽이 길게 이어진다. 화산 활동으로 생긴 바위층과 주상절리가 해안선을 따라 겹쳐 있고, 절벽 아래에는 푸른 바닷물이 잔잔하게 출렁인다. 짙은 녹색 산자락과 어두운 바위, 맑은 바다가 맞닿은 풍경을 보고 있으면 화산섬 울릉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산줄기 너머로 수평선까지 또렷하게 보인다. 난간 가까이 다가서면 발아래로 곧장 떨어지는 절벽이 보여 아찔하지만, 눈앞을 가로막는 건물이 없어 태하리 해안을 넓게 바라볼 수 있다.
파도와 기암괴석을 곁에 두고 걷는 '태하해안산책로'
태하향목전망대를 둘러본 뒤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와 태하해안산책로로 향했다. 전망대에서는 멀리 내려다보던 바다를 산책로에서는 바로 옆에 두고 걸을 수 있다.
바다와 산자락이 맞닿은 곳에는 오랜 시간 파도에 깎인 바위들이 이어져 있다. 표면이 깊게 파인 바위와 뾰족하게 솟은 기암괴석 사이로 물결이 드나들며 하얀 포말을 만들었다. 물이 맑아 바닷속에 깔린 몽돌까지 내려다보였고, 바위에 부딪힌 물보라와 바닷바람이 한여름 더위를 잠시 잊게 했다.
거북이들이 바위를 오르는 모습, 거북바위
태하 일대를 둘러본 뒤 일주도로를 따라 남양리 쪽으로 이동했다. 굽이진 해안길을 달리는 동안 바다와 산자락이 번갈아 이어졌고, 어느 순간 해안 가까이에 우뚝 솟은 커다란 바위산이 시야에 들어왔다. 거북이가 바위를 타고 올라가는 모습과 닮아 거북바위라 불리는 곳이다.
차에서 내려 바위 가까이 다가가니 멀리서 볼 때는 알아채기 어려웠던 굴곡과 갈라진 표면이 눈에 들어왔다. 2023년 일부 붕괴 이후 예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지만, 여전히 거북이들이 등을 타고 오르는 듯한 형상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서 있는 위치를 조금씩 옮길 때마다 거북의 머리와 등처럼 보이는 부분도 달라졌다.
따끈한 따개비칼국수와 붉은 노을로 마무리한 하루
해안 산책을 마친 뒤 가까운 식당으로 향했다. 울릉도에서 자주 먹는 따개비칼국수와 해물파전을 주문하자 따뜻한 국물과 고소한 냄새가 먼저 퍼졌다. 따개비를 넣고 끓인 국물은 진하면서도 구수했고, 쫄깃한 면발과 잘 어울렸다. 오징어를 넣은 해물파전은 가장자리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칼국수와 함께 먹기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방파제 너머로 해가 지고 있었다. 붉은빛이 하늘에서 바다로 천천히 번졌고, 낮 동안 둘러본 절벽과 바위산도 노을빛에 잠겼다. 태하향목전망대와 대풍감, 태하해안산책로, 거북바위까지 둘러본 하루가 저녁 풍경과 함께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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