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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제주 서쪽 해안을 여행하다 보면, 지도에 표시된 관광지에 도착하고도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정해진 운영 시간에 따라 문을 여는 곳이 아니라, 파도와 물때에 맞춰 날마다 관람 가능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해안에 자리한 용머리해안은 물때와 파도 상태가 맞아야 산책로에 들어갈 수 있다. 개방 여부가 날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방문 전 관람 가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용머리해안, 100만 년 전 화산이 남긴 절벽
용머리해안은 산방산 남쪽 사면에서 바다 쪽으로 뻗어나간 화산체다. 마그마가 물과 만나 폭발적인 분화를 일으키는 수성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졌으며, 그 시기는 약 80만 년에서 120만 년 전으로 전해진다. 이후 오랜 세월 파도에 깎이면서 높이 25~40m, 길이 약 700m에 이르는 해식 절벽과 평탄한 파식대가 남았다.
절벽 하부에는 파도가 오랜 시간 깎아낸 노치가 나타나고, 상부에는 벌집 모양의 구멍이 촘촘히 뚫린 타포니가 드러나 지층의 결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런 지형은 학술적으로 인정받아 2011년 천연기념물 제526호로 지정됐고, 공식 지정 명칭은 '제주 사계리 용머리 화산쇄설층'이다. 지정 구역 면적은 5만 1132㎡로 절벽 하나만이 아니라 넓은 해안 지대 전체가 보호 대상이다.
용머리해안의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안내되지만, 이 시간 안에서도 물때와 기상에 따라 오전에만 개방되거나 오후에 닫히는 날이 있고 하루 종일 통제되는 날도 있다. 만조 때는 파식대가 물에 잠기기 때문에 출입이 전면 통제된다.
방문 전에는 안내 전화의 자동 음성 서비스나 서귀포시 공영관광지 인스타그램을 통해, 당일 개방 여부와 관람 가능 시간을 확인하는 편이 좋다. 산책로를 한 바퀴 둘러보는 데는 평균 30분 정도 걸린다.
하멜기념비와 얽힌 전설
탐방로 입구에는 하멜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이 일대는 1653년 네덜란드 상선 스페르웨르호가 난파하면서 하멜 일행이 표착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기념비는 1980년 4월 한국국제문화협회와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이 함께 세웠다.
다만, 제주 목사 이익태가 1696년에 쓴 지영록에는 하멜 일행의 표착지가 대정읍 대야수포로 기록돼 있어 정확한 장소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과거 이곳에 있던 하멜상선전시관은 철거돼 현재는 기념비만 남아 있다.
용머리라는 이름에는 중국 진시황과 얽힌 이야기도 전해진다. 왕이 태어날 형세를 지녔다는 소문을 들은 진시황이 풍수사 호종단을 보내 용의 꼬리와 등을 칼로 끊게 했는데, 이때 검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산방산이 며칠간 울음소리를 냈다는 이야기다. 이 설화가 전해 내려오면서 용머리라는 이름과 함께 지금까지 이어진다.
용머리해안 입장료는 성인 2000원, 청소년과 어린이는 각각 1000원이며 산방산과 함께 통합 관람료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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