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보다 더 시원하다" 폭염에도 15도 유지하는 4억 년 세월 품은 '동굴'
4억 년의 세월이 빚어낸 고씨굴 내부와 신비로운 동굴. / 영월군시설관리공단, ai
4억 년의 세월이 빚어낸 고씨굴 내부와 신비로운 동굴. / 영월군시설관리공단, ai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으로 들어서는 길은 남한강 상류를 따라 굽이진다. 영월동로 1117 부근에 이르면 푸른 산 사이로 넓은 강물이 펼쳐지고,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너머 절벽 아래에서 고씨굴 입구를 만날 수 있다. 천연기념물 제219호로 지정된 고씨굴은 바위산 안쪽으로 깊게 이어지는 석회암 동굴로, 입구에 가까워질수록 바깥의 더운 공기와 다른 서늘함이 느껴진다.

약 4억 년의 시간을 품은 고씨굴은 물이 석회암 틈으로 스며들고 바위를 녹이는 과정이 오랫동안 반복되면서 만들어졌다. 동굴 안은 계절에 따른 기온 차이가 크지 않아 한여름에는 더위를 식히며 둘러볼 수 있고, 겨울에는 차가운 바람을 피해 걸을 수 있다. 

4억 년의 시간을 지나 문을 연 고씨굴

천연기념물 제219호로 지정된 석회암 동굴 내부 전경. / 영월군시설관리공단, ai
천연기념물 제219호로 지정된 석회암 동굴 내부 전경. / 영월군시설관리공단, ai

오랫동안 산속에 묻혀 있던 고씨굴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때는 1966년이다.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동굴의 규모와 지질학적 중요성이 확인되면서 1969년 6월 4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이후 내부 통로를 정비하고 철제 계단과 난간을 설치한 뒤 1974년 5월 15일부터 일반 관람객을 받기 시작했다.

고씨굴의 전체 길이는 3388m에 이른다. 중심 통로인 주굴이 약 950m이며, 여러 갈래로 뻗은 지굴은 약 2438m를 차지한다. 현재 관람객에게 공개된 구간은 전체 가운데 약 500m로, 나머지 구역은 동굴 내부를 보호하기 위해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공개 구간을 따라 안쪽까지 둘러본 뒤 다시 입구로 돌아오는 데에는 보통 4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

임진왜란 당시 고씨 가족이 몸을 숨겼던 피난처

고씨굴이라는 이름은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피해 달아나던 고씨 가족이 동굴 안에서 피난 생활을 했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밖에서는 내부가 쉽게 보이지 않고 통로도 깊게 이어져, 목숨을 지켜야 했던 가족에게는 몸을 숨길 수 있는 장소가 됐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세상을 떠나 수양하려는 사람들이 머물렀다고 전해지며, 동굴은 오랜 세월 사람들의 은신처와 수도 공간으로 이용됐다.

예전에는 고씨굴에 들어가려면 폭 130m가량의 남한강을 배로 건너야 했다. 강 양쪽에 연결된 밧줄을 잡아당겨 움직이는 나룻배를 타야 했기 때문에 물살이 거세거나 날씨가 나쁜 날에는 동굴까지 가는 일도 쉽지 않았다. 지금은 매표소와 동굴 입구 사이에 보행자 전용 다리가 놓여 차를 세운 뒤 걸어서 건널 수 있다.

지하 하천과 종유석이 이어지는 여러 층의 동굴

천장과 바닥을 연결하는 웅장한 석주와 종유석 군락. / 영월군시설관리공단, ai
천장과 바닥을 연결하는 웅장한 석주와 종유석 군락. / 영월군시설관리공단, ai

고씨굴 안으로 들어서면 높낮이가 서로 다른 통로가 여러 층으로 이어진다. 가장 아래쪽에는 지금도 지하 하천이 흐르고 있어 남서쪽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걸을수록 물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관람객에게 공개된 약 500m 구간에서는 물방울이 석회암을 타고 흐르며 오랜 시간 만든 동굴 생성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천장에서는 가느다란 종유관과 종유석이 아래로 뻗어 있고, 바닥에서는 석순이 위를 향해 자란다. 종유석과 석순이 맞닿은 곳에는 굵은 석주가 세워져 있으며, 벽면에는 물이 흘러내린 자리를 따라 유석과 커튼 모양의 생성물이 이어진다. 동굴산호와 동굴진주를 비롯해 피솔라이트, 동굴방패, 곡석, 월유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으며, 한쪽 방향으로 곧게 자라지 않고 굽거나 비틀린 기형종유석도 볼 수 있다.

연휴와 성수기 방문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인원 제한 규칙

관람객 안전을 위한 안전모와 대기 시설이 마련된 입구. / 영월군시설관리공단, ai
관람객 안전을 위한 안전모와 대기 시설이 마련된 입구. / 영월군시설관리공단, ai

고씨굴은 관람객의 안전과 동굴 내부 보호를 위해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한다. 주말과 연휴, 여름 성수기에는 15분 간격으로 최대 50명씩 입장하며, 표는 사전 예약 없이 현장에서만 판매한다. 방문객이 몰리는 시간에는 표를 산 뒤에도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므로 주말에는 비교적 한산한 오전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동절기에는 오후 5시에 문을 닫는다. 매표는 관람 종료 1시간 전에 마감하고, 매주 월요일과 설날·추석 당일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입장료는 어른 4000원, 초·중·고생 3000원, 어린이 2000원, 경로 1000원이다. 영월군민은 신분증을 제시하면 50% 할인받을 수 있으며 30명 이상 단체에도 할인 요금이 적용된다. 

영월 시내에서 미니버스로 이어지는 고씨굴

남한강 상류를 가로질러 고씨굴로 연결되는 보행자 전용 '고씨굴교'다. / 영월군시설관리공단
남한강 상류를 가로질러 고씨굴로 연결되는 보행자 전용 '고씨굴교'다. / 영월군시설관리공단

자가용이 없어도 영월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고씨굴까지 갈 수 있다. 영월서부시장 인근 정류장에서 17번 미니버스에 탑승하면 약 20분 뒤 고씨굴 입구와 가까운 정류장에 도착한다. 

차량을 이용하는 방문객은 매표소 인근에 마련된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주차장은 일반 차량 110대를 세울 수 있는 규모이며,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 5면도 따로 마련돼 있다. 주차장 주변에는 휠체어 이용객을 위한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있어 동굴에 들어가기 전 편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낮은 천장과 젖은 바닥에 대비하는 관람 수칙

고씨굴 내부는 천장이 낮고 통로가 좁은 구간이 많아 걷는 동안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허리를 숙여 지나가야 하는 곳도 이어지므로 입구에서 제공하는 안전모를 착용하고 턱끈까지 단단히 조이는 편이 안전하다. 바닥에는 지하수가 흘러 물기가 남아 있고 계단도 가파른 편이라 미끄럼을 줄일 수 있는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 종유석이 머리 가까이 내려온 구간에서는 앞사람과 간격을 두고 천천히 이동하는 것이 좋다.

동굴 안은 한여름에도 기온이 15도 안팎에 머물러 반소매 차림으로 오래 걷다 보면 추위를 느낄 수 있다. 입고 벗기 편한 얇은 겉옷을 챙기면 체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관람 중에는 정해진 철제 통로를 벗어나지 말고 종유석과 석순도 손으로 만지지 않아야 한다. 

고씨굴 관람 뒤 이어지는 영월 맛집 3곳

고씨굴을 둘러보고 나오면 매표소 맞은편 상가에서 바로 식사를 할 수 있다. 이곳에는 칡국수를 내는 음식점이 모여 있으며,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고향식당'도 그중 하나다. 걸쭉한 국물에 쫄깃한 칡 면을 말아 내기 때문에 서늘한 동굴 안을 걷고 나온 뒤 따뜻하게 속을 채우기 좋다.

영월 읍내까지 이동한다면 영월역 앞 다슬기 골목과 영월서부시장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성호식당'에서는 다슬기를 넣고 끓인 해장국을 맛볼 수 있는데, 구수한 된장 국물에 다슬기의 쌉싸름한 맛이 어우러진다.

대중교통으로 고씨굴을 찾았다면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전 영월서부시장 '미탄집'에 들러 메밀전병을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얇게 부친 메밀 반죽 안에 김치와 당면 소를 넣어 바로 먹기 편하며, 포장해서 먹기에도 부담이 없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