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가기 딱 좋다…" 단돈 1000원으로 즐기는 서울 도심 속 궁궐 '산책로'
분수대와 정원 너머로 웅장하게 서 있는 덕수궁 석조전 외관. / ⓒ한국관광콘텐츠랩-홍희정
분수대와 정원 너머로 웅장하게 서 있는 덕수궁 석조전 외관. / ⓒ한국관광콘텐츠랩-홍희정

서울 중구 정동에 자리한 덕수궁은 높은 빌딩이 들어선 도심 한가운데에서 옛 궁궐의 차분한 분위기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지하철 시청역과 가까워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편하고, 궁궐 안으로 들어서면 바깥의 복잡한 거리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덕수궁의 옛 이름은 경운궁이다. 고종이 황제 자리에서 물러난 뒤 장수를 바라는 뜻에서 덕수궁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조선 왕실의 거처로 시작한 궁궐은 대한제국 선포 이후 황궁으로 쓰였으며, 고종이 머물며 나랏일을 살피던 공간이기도 했다. 대한제국의 시작과 외세의 침입, 고종의 퇴위까지 굵직한 역사가 이어진 장소인 만큼 궁궐 곳곳에는 당시의 흔적이 남아 있다.

여름이 깊어지는 8월에는 궁궐 안 나무가 짙은 잎을 펼쳐 전각 주변에 넓은 그늘을 만든다. 돌담과 기와지붕 사이로 난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덕수궁의 정전인 중화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황제가 공식 행사를 열고 외국 사신을 맞이했던 중화전은 대한제국 황궁에서 가장 중요한 전각으로 쓰였다.

한 울타리 안에서 만나는 한옥과 서양식 건축

한옥 건물인 중화전과 근대 서양식 석조전이 함께 어우러진 궁궐 전경. /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한옥 건물인 중화전과 근대 서양식 석조전이 함께 어우러진 궁궐 전경. /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중화전 뒤편으로 발길을 옮기면 기와지붕이 이어지던 궁궐 풍경 사이로 커다란 석조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영국인 기술자가 설계에 참여한 석조전은 정면에 길게 늘어선 기둥과 좌우 대칭을 이룬 외관이 그리스 신전을 떠올리게 한다. 화강암으로 세운 기둥과 벽면의 세밀한 장식에서는 서양 건축 양식을 받아들이려 했던 대한제국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석조전 앞에 서면 중화전을 비롯한 한옥 전각과 서양식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드럽게 휘어진 처마와 반듯하게 세운 돌기둥이 같은 궁궐 안에 나란히 자리한 모습은 덕수궁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석조전에서 중화전 쪽으로 걸어가면 고종이 쉬거나 외국 사절을 만나던 정관헌이 나온다. 정관헌은 덕수궁에 세워진 초기 서양식 건물 가운데 하나로, 고종이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 

외교 무대 돈덕전 복원과 울창한 그늘 만들어주는 돌담길

고즈넉한 돌담과 운치 있는 가로수가 늘어선 덕수궁 돌담길 풍경.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고즈넉한 돌담과 운치 있는 가로수가 늘어선 덕수궁 돌담길 풍경.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복원 공사를 거쳐 문을 연 돈덕전에서는 대한제국 시기 외교 활동을 살펴볼 수 있다. 붉은 벽돌에 유럽식 무늬를 더한 건물은 기와지붕이 이어지는 덕수궁 안에서 한눈에 들어온다. 대한제국 시기에는 외국 사절을 맞이하고 연회를 열었으며, 여러 나라의 외교 인사가 오가던 장소로 사용됐다.

건물 안에는 돈덕전의 역사와 대한제국 외교 활동을 소개하는 자료가 전시돼 있다. 당시 사용된 기록과 사진, 외교 관련 문서를 따라가다 보면 대한제국이 국제사회에서 나라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이어갔는지 살펴볼 수 있다. 서양식 건물을 궁궐 안에 세우고 외국 사절을 맞았던 시대 분위기도 전시 공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돈덕전을 둘러본 뒤 대한문 밖으로 나오면 덕수궁 돌담을 따라 산책을 이어갈 수 있다. 완만하게 굽은 길 옆으로 오래된 나무가 줄지어 서 있어 8월 한낮에도 곳곳에 그늘이 생긴다. 돌담 가까이에서는 나뭇잎 사이로 기와지붕이 보이고, 길 건너편에는 정동의 오래된 건물들이 이어져 궁궐 안과는 또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오후 9시까지 둘러보는 덕수궁과 1000원 관람료

대한제국 시절 으뜸 전각으로 쓰인 덕수궁 정전 중화전. / ⓒ한국관광콘텐츠랩-전형준
대한제국 시절 으뜸 전각으로 쓰인 덕수궁 정전 중화전. / ⓒ한국관광콘텐츠랩-전형준

덕수궁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열어 낮은 물론 저녁에도 둘러볼 수 있다. 입장은 오후 8시에 마감하고 매주 월요일에는 휴궁한다. 사전 예약 없이 현장에서 표를 구매할 수 있어 퇴근 뒤 들르거나 한낮의 더위를 피해 저녁 산책을 즐기기에도 편하다.

해가 지면 중화전을 비롯한 주요 전각에 조명이 켜진다. 처마와 기와지붕을 따라 불빛이 번지고, 궁궐 뒤로는 도심 빌딩의 야경이 함께 펼쳐진다. 오래된 전각과 높은 빌딩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낮에 둘러볼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입장료는 만 25세부터 만 64세까지 1000원이다. 만 24세 이하와 만 65세 이상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한복을 입은 방문객도 정해진 기준에 따라 입장료를 내지 않는다. 

대한문 앞에서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이 열린다. 조선시대 복식을 입은 수문장들이 대열을 맞춰 움직이고, 북과 관악기 연주가 광장에 울려 퍼진다. 교대의식 시간을 맞춰 방문하면 궁궐 안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옛 왕궁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덕수궁 산책 뒤 들르기 좋은 정동 맛집 3곳

월대가 정갈하게 복원돼 고풍스러운 멋을 더하는 덕수궁 정문 대한문. /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월대가 정갈하게 복원돼 고풍스러운 멋을 더하는 덕수궁 정문 대한문. /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과 돌담길을 한 바퀴 걷고 나면 자연스럽게 식사할 곳을 찾게 된다. 정동길 초입에 있는 '정동국시'는 사골 국물에 칼국수 면을 넣은 국시로 알려져 있다. 오래 끓인 국물은 구수하고 면발은 부드러워 오래 걸은 뒤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간이 세지 않아 뜨끈한 국물로 속을 채우고 싶을 때 찾기 좋다.

고기 요리가 당긴다면 시청역 가까운 골목에 있는 '십원집'을 찾을 수 있다. 많이 주문하는 메뉴는 연탄불에 구운 파불고기다. 돼지고기에 은은한 불향이 배어 있고, 매콤달콤하게 무친 파절이를 곁들이면 느끼한 맛도 덜하다. 밥과 함께 먹기 좋고 양도 넉넉해 가족이나 친구들과 나눠 먹기 편하다.

가볍게 식사하고 싶을 때는 정동길 안쪽에 있는 브런치 카페 '르풀'도 있다. 채소와 치즈를 넣어 구운 파니니 샌드위치에 커피를 곁들일 수 있으며, 창가에서는 돌담길과 나무가 이어지는 풍경도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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