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도 주차비도 0원…" 국내 1등 규모 목조 장승이 줄지어 선 칠갑산 명소
다양한 표정과 크기의 목조 장승들이 운치 있게 펼쳐진 장승공원 전경. / 청양군
다양한 표정과 크기의 목조 장승들이 운치 있게 펼쳐진 장승공원 전경. / 청양군

마을 어귀를 지키던 장승은 오랫동안 주민들의 평안과 마을의 안녕을 빌어주는 존재였다. 나무나 돌을 거칠게 다듬어 만든 장승에는 험상궂으면서도 익살스러운 얼굴이 새겨졌고, 마을 경계를 알리거나 좋지 않은 기운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의미도 담겼다. 

하지만 마을 풍경이 달라지고 공동체 생활이 줄어들면서 장승을 세우고 함께 제사를 지내던 풍습도 서서히 사라졌다. 아파트와 도로가 들어선 자리에서는 예전처럼 마을 입구에 장승을 세워두는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고, 장승에 담긴 뜻도 점차 잊히고 있다.

충남 청양군 대치면 장곡리 칠갑산 자락에 있는 장승공원은 사라져 가는 장승 문화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여러 모양의 장승과 솟대, 나무 조각이 곳곳에 세워져 있어 옛 마을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장승마다 얼굴과 표정, 몸에 새긴 글자가 달라 하나씩 비교하며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11.5m 높이로 공원 입구를 지키는 칠갑산 대장군

공원 입구에서 11.5m 높이로 웅장하게 위용을 자랑하는 칠갑산 대장군과 여장군. / 청양군
공원 입구에서 11.5m 높이로 웅장하게 위용을 자랑하는 칠갑산 대장군과 여장군. / 청양군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광장 한가운데에 세워진 칠갑산 대장군과 여장군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높이가 11.5m에 달해 가까이 다가갈수록 두 장승의 큰 규모를 실감할 수 있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 큼직하게 새긴 눈과 코, 입이 보이고 거친 나뭇결까지 그대로 드러난다.

두 장승에는 지역의 평안과 주민들의 화합, 한 해 농사의 풍요를 바라는 뜻이 담겼다. 칠갑산을 찾는 사람을 맞이하는 수호신 역할도 맡고 있어 공원을 알리는 조형물로 자리 잡았다. 가족과 함께 공원을 찾았다면 두 장승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긴 뒤 안쪽 산책로로 들어가면 된다.

전국에서 모인 장승을 하나씩 비교해 보는 재미

전국 각 지역 장승의 개성 있고 익살스러운 생김새를 한눈에 비교해 보는 산책로. / 청양군
전국 각 지역 장승의 개성 있고 익살스러운 생김새를 한눈에 비교해 보는 산책로. / 청양군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생김새가 제각각인 장승이 줄지어 서 있다. 어떤 나무를 썼는지, 눈과 코를 얼마나 크게 새겼는지에 따라 인상이 달라 장승 앞을 지날 때마다 걸음을 멈추게 된다.

눈을 부릅뜨고 입을 굳게 다문 장승이 있는가 하면, 활짝 웃거나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장승도 있다. 몸통에 새긴 이름과 글귀를 읽어보면 지역마다 장승에 담았던 바람도 조금씩 달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찾았다면 마음에 드는 장승을 골라보거나 얼굴 표정을 따라 해보면서 옛 마을 문화를 재미있게 알아갈 수 있다.

정월 대보름마다 장승 앞에서 올리는 마을 제사

청양 지역 마을 주민들이 제사를 올리며 안녕과 풍년을 빌던 장승들. / 청양군
청양 지역 마을 주민들이 제사를 올리며 안녕과 풍년을 빌던 장승들. / 청양군

공원에 세워진 장승은 관람용으로 새로 만든 모형이 아니다. 청양 여러 마을에서 주민들이 제사를 올리며 평안과 풍년을 빌었던 장승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세웠다. 얼굴과 몸통에 새긴 글씨는 물론, 장승 앞에 모여 한 해의 무사함을 빌던 마을 풍습도 함께 전하고 있다.

음력 정월 대보름이 가까워지면 주민들이 장승 앞에 제물을 차리고 절을 올린다. 마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집집마다 평안하기를 바라고, 한 해 농사가 잘되기를 비는 제례다. 공원에 세워진 장승은 평소 관람객을 맞지만, 정월 대보름에는 주민들의 소원을 모아 제사를 올리는 장승으로 다시 쓰인다.

입장료와 주차비 없이 언제든 둘러보는 장승공원

이색적인 장승 조형물 앞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관람객들. / 청양군
이색적인 장승 조형물 앞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관람객들. / 청양군

칠갑산 장승공원은 입장료와 주차비를 받지 않아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다. 별도의 매표 절차가 없고 연중 개방돼 여행 일정에 맞춰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에도 천천히 둘러볼 수 있다. 

삼불(三不) 석조상. / 청양군
삼불(三不) 석조상. / 청양군

공원 앞에는 차량을 세울 공간이 있고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다. 산책로가 길거나 가파르지 않아 아이와 함께 걷거나 어르신을 모시고 방문해도 크게 힘들지 않다. 장승을 하나씩 구경하며 쉬엄쉬엄 걸어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칠갑산 주변을 여행하다 잠시 들르기에도 좋다.

계곡물 소리 들으며 장곡사까지 걷는 숲길

장승공원을 둘러본 뒤에는 칠갑산 숲길을 따라 장곡사까지 걸어볼 수 있다. 공원 주변에는 나무 사이로 난 흙길이 여러 갈래로 나 있어, 장승을 구경한 뒤 가볍게 산책을 이어가기 좋다. 길을 따라 산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주변이 한적해지고,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도 한결 시원해진다.

장곡사는 상·하 대웅전을 함께 볼 수 있는 천년 고찰로 알려져 있다. 공원에서 절로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가파르지 않고 바닥도 흙으로 덮여 있어 아이나 어르신과 천천히 걷기에도 부담이 적다. 굵은 나무가 햇볕을 가려주는 구간이 많아 한여름에도 그늘 아래에서 쉬엄쉬엄 올라갈 수 있다.

숲길 옆으로는 칠갑산에서 내려온 계곡물이 흐른다. 물이 바위 사이를 지나는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장승공원의 북적임도 멀어지고, 산사로 향하는 길이 한층 차분하게 느껴진다. 

장승공원과 장곡사 주변에서 맛보는 청양 먹거리

장승공원과 장곡사를 천천히 둘러보고 나면 비빔밥이나 어죽처럼 든든한 음식이 생각난다. 장곡사 인근에는 나물밥과 도토리묵, 청국장 등 청양에서 많이 먹는 음식을 내는 식당이 모여 있어 산책을 마친 뒤 식사하기 좋다.

'칠갑산골'에서는 여러 산나물과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는 비빔밥을 맛볼 수 있다. 참기름을 둘러 고소한 맛을 더하고, 도토리묵 무침을 곁들이면 나물밥과 잘 어울린다. 자극적인 고기 요리보다 담백한 밥상을 찾을 때 고르기 좋은 메뉴다.

따뜻한 국물이 당긴다면 '진영분식'의 어죽도 있다. 민물고기를 푹 끓여 살을 풀고 쌀이나 국수를 넣어 걸쭉하게 만든 음식으로, 산길을 걸은 뒤 뜨끈하게 먹기 좋다. 얼큰한 국물에 밥알과 생선살이 어우러져 한 그릇만으로도 배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다.

구수한 찌개를 먹고 싶을 때는 '은행집'의 청국장을 찾을 수 있다. 뚝배기에 끓여낸 청국장은 콩의 진한 맛이 살아 있고, 함께 나오는 나물과 김치 등 밑반찬을 곁들여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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