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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충북 괴산군의 논은 멀리서 볼 때 커다란 그림처럼 보인다. 가까이에서는 색이 조금씩 다른 벼가 줄지어 심긴 평범한 논이지만, 높은 곳에 올라 바라보면 사람과 동물, 글자 모양이 넓은 들판 위에 새겨져 있다.
괴산군은 2008년부터 해마다 새로운 도안을 정한 뒤 녹색과 자주색, 붉은색, 노란색 벼를 정해진 자리에 심고 있다. 모내기를 막 끝냈을 때는 품종별 색 차이가 크지 않지만, 벼가 자라 잎이 무성해지는 7월과 8월에는 색이 서로 구분되면서 전체 그림도 알아보기 쉬워진다.
논 그림은 벼를 베기 전까지만 볼 수 있다. 해마다 도안이 달라 같은 장소에서도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으며, 여름이면 넓은 들녘에 그려진 그림을 보기 위해 괴산을 찾는 사람도 많다.
붉은 말과 꿀벌을 담은 두 곳의 논 그림
올해 괴산군 논 그림은 문광저수지 아래와 사리면 꿀벌랜드 인근 두 곳에 마련됐다. 문광저수지 아래 1만 693㎡ 넓이의 논에는 붉은 말이 들판을 달리는 장면을 담았다. 2026년 붉은 말의 해에 맞춘 그림으로,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말의 몸통과 갈기, 길게 뻗은 다리까지 한눈에 보인다.
사리면 꿀벌랜드 인근 3287㎡ 논에는 꿀벌 캐릭터가 들어갔다. 색이 다른 벼로 둥근 얼굴과 날개를 표현해 문광저수지의 붉은 말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문광저수지에서는 넓은 들판을 달리는 말을, 사리면에서는 귀여운 꿀벌을 볼 수 있어 두 곳을 함께 둘러봐도 좋다.
벼가 자라며 달라지는 논 그림
논 그림은 모내기를 마친 직후보다 벼가 어느 정도 자란 뒤에 더 잘 보인다. 지난달 초에는 초록 벼와 유색 벼의 차이가 크지 않아 검붉은 흔적만 어렴풋이 보였지만, 7월 말로 접어들면서 자주색과 붉은색, 노란색 잎이 짙어져 붉은 말과 꿀벌의 모습도 알아보기 쉬워졌다.
한여름에는 초록 벼 사이로 자주색과 붉은색, 노란색 벼가 눈에 잘 띈다. 가을이 가까워져 벼가 누렇게 익기 시작하면 논 전체의 색도 차분하게 바뀐다. 같은 도안이라도 여름에는 색 대비가 크고, 수확을 앞둔 시기에는 황금빛 논과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측량부터 모내기까지 이어지는 논 그림 작업
넓은 논에 그림을 만들려면 벼를 심을 자리부터 정확히 나눠야 한다. 괴산군은 유색 벼를 심어 논에 그림을 만드는 재배 방식을 특허로 등록했다. 먼저 논의 크기와 모양에 맞춰 도안을 옮기고, 측량을 거쳐 벼를 심을 위치를 정한다. 이후 초록색과 자주색, 붉은색, 노란색 벼를 구역별로 나눠 심으면 벼가 자라면서 처음 계획한 그림이 나타난다.
올해 문광저수지 아래 논 그림은 괴산군에서 기술을 이전받은 라울영농조합법인과 지역 청년 농업인 모임인 4-H가 함께 만들었다. 청년 농업인들은 도안을 정하는 단계부터 모내기까지 직접 참여했다. 지역 농업인들이 오랫동안 쌓은 재배 경험에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더해 붉은 말 그림을 완성했다.
논 그림과 함께 둘러보는 괴산 당일 코스
그림을 보는 데는 1~2시간 정도면 충분해 문광저수지와 꿀벌랜드를 함께 둘러보는 당일 일정으로 짜기 좋다. 문광저수지는 가을 은행나무길로 잘 알려졌지만 여름에도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푸른 나무 아래로 그늘이 길게 생기고, 잔잔한 물가를 따라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논 그림을 본 뒤 천천히 걸어볼 수 있다. 아침 일찍 찾으면 저수지 위로 엷은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사리면에서는 꿀벌 논 그림을 본 뒤 괴산꿀벌랜드 전시관과 체험 공간을 둘러볼 수 있다. 꿀벌의 생활과 양봉 과정을 알아보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아이와 함께 찾기에도 좋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산막이옛길이나 수옥폭포까지 방문하면 논 그림과 저수지, 숲길을 하루 동안 차례로 둘러볼 수 있다.
한여름 야외 관람 시 반드시 지켜야 할 주의 사항
논 그림은 벼가 충분히 자란 7월 말부터 8월 사이에 가장 알아보기 쉽다. 다만 들판 주변에는 햇볕을 피할 만한 곳이 많지 않고 바닥의 열기까지 그대로 올라와 한낮에는 오래 머물기 어렵다. 기온이 가장 높아지는 오후 1시~4시 사이는 피하고, 아침 일찍 찾거나 해가 기울 무렵에 둘러보는 게 한결 수월하다.
낮 시간에 방문한다면 챙이 넓은 모자와 양산을 쓰고 마실 물도 넉넉히 챙겨야 한다. 들판에는 모기와 날벌레가 많을 수 있어 얇은 긴소매 옷과 벌레 기피제를 준비하면 불편을 덜 수 있다. 관람할 때는 전망대와 정해진 길을 따라 이동하고, 사진을 찍으려고 논 안으로 들어가거나 벼를 밟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논 그림을 둘러본 뒤 들르기 좋은 괴산 맛집 2곳
문광저수지와 주변 들녘을 둘러본 뒤 따뜻한 국물이 생각난다면 '서울식당'에 들러볼 만하다. 된장을 풀어 구수하게 끓인 국물에 올갱이를 넉넉히 넣은 해장국을 내며, 쌉싸름한 올갱이 맛과 진한 국물이 잘 어울린다.
조금 더 푸짐한 메뉴를 찾는다면 '다래정'의 버섯전골이 있다. 여러 종류의 버섯과 고기를 한 냄비에 넣고 끓여 국물이 깊고, 익은 버섯은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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