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아래 2단 폭포가 펼쳐집니다…" 사찰과 구름다리 지나 만나는 4km 계곡길 코스
협곡 사이로 시원하게 떨어지는 흑룡폭포와 전망대 모습. / 경남 공식 블로그 고은주
협곡 사이로 시원하게 떨어지는 흑룡폭포와 전망대 모습. / 경남 공식 블로그 고은주

8월 한낮에는 뜨겁게 달아오른 도로와 건물 사이로 열기가 퍼져 잠시만 걸어도 땀이 흐른다.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나무 그늘 아래로 찬 계곡물이 흐르는 산을 찾게 되는 시기다. 경남 밀양시 단장면 구천리의 재약산은 깊은 골짜기와 울창한 숲을 품은 영남알프스의 한 봉우리로, 계곡을 따라 걷는 내내 맑은 물소리와 서늘한 바람을 만날 수 있다.

재약산 기슭으로 들어가면 신라 시대에 세워진 표충사를 만날 수 있다. 사찰 앞뒤로는 산에서 내려온 맑은 물이 넓은 바위 사이를 지나고, 계곡을 따라 짙은 나무 그늘이 길게 펼쳐진다. 

영남알프스 산자락에서 시작하는 계곡 탐방로

계곡 탐방로가 시작되는 밀양 표충사 일주문 전경. / 경남 공식 블로그 고은주
계곡 탐방로가 시작되는 밀양 표충사 일주문 전경. / 경남 공식 블로그 고은주

흑룡폭포로 가는 길은 밀양 표충사 매표소를 지나면서 시작된다. 차량을 가져왔다면 표충사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된다. 주차 요금은 대형차 5000원, 소형차 2000원이며 사람마다 따로 내는 입장료는 없다.

흑룡폭포 전망대로 향하는 길목에 정갈하게 세워진 이정표. / 경남 공식 블로그 고은주
흑룡폭포 전망대로 향하는 길목에 정갈하게 세워진 이정표. / 경남 공식 블로그 고은주

주차장에서 일주문 쪽으로 걷다 보면 오른편에 작은 갈림길이 나온다. 샛길로 들어서면 옥류동천이라 불리는 계곡을 곁에 두고 숲길을 걷게 된다. 계곡물은 바닥의 돌이 훤히 보일 만큼 맑으며, 바위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가 길을 걷는 내내 들려온다.

야생동물 그림 보며 건너는 옥류동천 구름다리

멸종위기 야생동물 그림이 친근하게 그려진 옥류동천 구름다리. / 경남 공식 블로그 고은주
멸종위기 야생동물 그림이 친근하게 그려진 옥류동천 구름다리. / 경남 공식 블로그 고은주

계곡길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옥류동천 구름다리가 나온다. 계곡 양쪽을 잇는 다리 난간과 입구에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그림과 생태 안내판이 놓여 있어, 다리를 건너며 재약산에 사는 동물들의 이름과 생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발아래에서는 계곡물이 바위에 부딪히며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고, 골짜기 사이로 불어오는 찬 바람이 다리 위를 지난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리가 살짝 흔들려 출렁이는 느낌도 들지만, 양옆으로 펼쳐진 숲과 계곡을 바라보며 천천히 건너기 좋다.

물소리 들으며 걷는 왕복 4km 숲길

맑은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유유히 걸을 수 있는 고즈넉한 숲길. / 경남 공식 블로그 고은주
맑은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유유히 걸을 수 있는 고즈넉한 숲길. / 경남 공식 블로그 고은주

구름다리를 건너면 계곡을 곁에 둔 흙길이 이어진다. '오순도순 코스'라 불리는 길로, 출발 지점에서 흑룡폭포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거리는 왕복 약 4km다. 걷는 속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1시간 50분 정도면 출발 지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

가파른 계단이나 바위 능선이 거의 없고 흙길도 고르게 다져져 있어 오래 걸어도 무릎과 발목에 부담이 크지 않다. 길가에는 작은 야생화가 피어 있고, 습기를 머금은 바위에는 푸른 이끼가 촘촘히 덮여 있다. 숲 사이로 들려오는 계곡물 소리까지 더해져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걷게 된다.

검은 암벽을 따라 두 단으로 쏟아지는 흑룡폭포

검은 암벽을 따라 두 단으로 꺾이며 거세게 쏟아지는 흑룡폭포. / 경남 공식 블로그 고은주
검은 암벽을 따라 두 단으로 꺾이며 거세게 쏟아지는 흑룡폭포. / 경남 공식 블로그 고은주

완만한 오르막길을 따라 걷다 보면 멀리서 들려오던 계곡물 소리가 점점 커진다. 숲길 끝에 놓인 목재 전망대로 올라서면 깊은 협곡과 흑룡폭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폭포수는 검은빛이 감도는 암벽을 따라 곧장 떨어지다가 중간 바위에 부딪힌 뒤 다시 아래로 쏟아진다. 두 단으로 꺾인 물줄기가 바위 사이를 거세게 내려가는 모습 때문에 검은 용이 몸을 틀며 오르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비가 내린 뒤에는 계곡 수량이 크게 늘어 물소리가 협곡 전체를 울릴 만큼 커진다. 햇빛이 물보라 사이로 비칠 때는 무지개가 걸리기도 하며, 이런 모습에서 홍룡폭포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전망대에서 계곡까지 이어지는 편안한 산책 동선

깔끔하게 정비돼 걷기 편한 산책 동선. / 경남 공식 블로그 고은주
깔끔하게 정비돼 걷기 편한 산책 동선. / 경남 공식 블로그 고은주

흑룡폭포 전망대에 서면 깊은 협곡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높이가 아찔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거센 물소리와 계곡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한동안 난간 앞에 머물게 된다.

산책로는 흑룡폭포 전망대까지 이어지지만 반드시 끝까지 걸을 이유는 없다. 길 중간마다 잠시 앉아 쉴 만한 바위와 그늘이 있고, 계곡 가까이 내려갈 수 있는 구간도 있어 몸 상태에 맞춰 걷는 거리를 조절할 수 있다. 

비 오는 날 피해야 할 계곡길과 탐방 수칙

숲 그늘 아래 크고 작은 바위 사이로 흘러내리는 계곡물. / 경남 공식 블로그 고은주
숲 그늘 아래 크고 작은 바위 사이로 흘러내리는 계곡물. / 경남 공식 블로그 고은주

산과 계곡은 날씨에 따라 상황이 빠르게 달라지므로 출발하기 전에 일기예보부터 확인해야 한다. 여름철 소나기나 집중호우가 내리면 짧은 시간에도 계곡물이 크게 불어날 수 있어 비가 예보된 날에는 산행을 미루는 편이 낫다. 걷는 도중 빗방울이 굵어지거나 물빛이 갑자기 탁해지면 곧바로 계곡에서 벗어나 출발 지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끼가 낀 바위와 젖은 흙길은 발을 디딜 때 쉽게 미끄러진다. 바닥이 매끈한 운동화보다 미끄럼 방지 밑창이 있는 트레킹화를 신고, 경사가 있는 구간에서는 속도를 늦춰 걷는 편이 안전하다. 정해진 탐방로를 벗어나 계곡 안쪽으로 들어가거나 수심이 깊고 물살이 센 곳에 발을 담그는 행동도 삼가야 한다. 어린아이와 함께 걷는다면 물가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도록 손을 잡고 이동하는 편이 좋다.

산책 뒤 든든하게 즐기는 밀양 향토 맛집 3곳

표충사와 흑룡폭포를 둘러본 뒤에는 인근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며 쉬어갈 수 있다. '토담집'에서는 양념을 발라 구운 더덕구이와 산나물을 얹은 비빔밥을 맛볼 수 있다. 쌉싸름한 더덕과 담백한 산나물이 잘 어울려 산길을 걸은 뒤에도 부담 없이 먹기 좋다.

따뜻하고 칼칼한 음식이 생각난다면 '여울목'의 닭볶음탕이 있다. 부드러운 닭고기와 매콤한 양념을 함께 맛볼 수 있어 산책 뒤 허기를 채우기 좋다. 조리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으므로 하산하기 전에 주문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얼큰한 국물을 먹고 싶다면 '밀양할매메기탕'으로 이동하면 된다. 메기탕에는 미나리와 새송이버섯이 넉넉하게 들어가 시원한 국물과 향긋한 채소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메기구이는 양념이 속살까지 잘 배어 있고, 부드럽게 발리는 생선살과 매콤한 맛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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