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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길 74에 있는 명동성당은 화려한 간판과 높은 건물이 빼곡한 명동 한복판에서 12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붉은 벽돌 성당이다. 붐비는 거리를 지나 성당이 선 완만한 언덕을 오르면 소음이 차츰 잦아들고, 붉은 외벽 위로 높이 솟은 종탑이 한눈에 들어온다.
명동성당은 서울대교구의 주교좌 성당이자 대한민국 최초의 본당으로 알려져 있다. 미사에 참석하려는 천주교 신자뿐 아니라 고딕 양식의 건축물을 살펴보거나 도심에서 잠시 조용히 머물려는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건축 공사는 대한제국 시기인 1892년에 시작해 1898년에 마무리됐다. 붉은 벽돌을 쌓아 만든 고딕 양식의 연와조 건축물로, 45m 높이의 종탑이 건물 정면 위로 솟아 있다. 완공 당시에는 뾰족한 첨탑 모양 때문에 서울 사람들 사이에서 '뾰죽집'으로 불리기도 했다.
서양식 건축 경험 부족해 중국 기술자 불러 세운 명동성당
명동성당 공사가 시작된 1892년 무렵 조선에는 대형 고딕 성당을 지어본 기술자와 경험이 거의 없었다. 프랑스 출신 신부들이 성당의 전체 형태를 설계했지만, 도면에 맞춰 벽돌을 쌓고 지붕과 내부를 완성할 숙련된 인력이 부족했다.
공사를 맡은 성당 측은 중국에서 벽돌공과 미장이, 목수 등을 불러왔다. 중국 기술자들은 성당에 사용할 붉은 벽돌을 만들고, 설계도에 따라 외벽과 기둥을 차례로 쌓았다. 벽돌을 일정한 크기로 빚어 가마에서 구운 뒤 손으로 하나씩 올려야 했기 때문에 공사에는 오랜 시간과 많은 인력이 들어갔다.
프랑스 신부들이 그린 고딕 양식의 설계도는 중국 기술자들의 손을 거쳐 실제 건물로 완성됐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공사에 참여하면서 당시 조선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붉은 벽돌 성당이 명동 언덕 위에 세워졌다.
두 가지 벽돌로 완성한 고딕 외관과 45m 종탑
성당 앞마당에 들어서면 정면 중앙에서 45m 높이의 종탑이 곧게 솟아 있다. 종탑을 기준으로 좌우 외벽이 나란히 뻗어 있고, 짙은 붉은색 벽돌 사이에 회색빛이 도는 이형 벽돌을 섞어 쌓아 벽면에 선명한 무늬를 만들었다.
두 색의 벽돌이 층마다 교차하면서 창문과 아치, 기둥의 선도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면 크기와 모양이 다른 벽돌을 맞춰 쌓은 흔적과 벽돌 사이의 촘촘한 이음새까지 살펴볼 수 있다. 130여 년 전 기술자들이 벽돌을 하나씩 올려 완성한 건축 방식이 외벽 곳곳에 남아 있다.
햇빛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성당 내부 스테인드글라스
두꺼운 나무문을 열고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붉은 벽돌로 쌓은 바깥 모습과 다른 내부가 나타난다. 높은 천장을 받치는 아치형 기둥이 양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고, 중앙 제단 뒤편과 측면 창문에는 여러 색의 유리 조각으로 만든 스테인드글라스가 채워져 있다.
창문을 통과한 햇빛은 시간에 따라 성당 안의 색을 바꾼다. 맑은 날 아침에는 노란빛과 연한 주황빛이 바닥과 좌석 위에 내려앉고, 해가 기우는 오후에는 붉은색과 푸른색이 기둥과 벽면에 비친다. 같은 자리에 서 있어도 햇빛이 들어오는 방향에 따라 내부 모습이 달라져 천천히 둘러보게 된다.
미사 시간을 피해 평일에 둘러보는 성당 내부
성당은 관광객에게 개방돼 있지만 실제 미사와 종교 행사가 열리는 공간이므로 방문 전 일정을 확인해야 한다. 평일에는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문을 열고, 토요일은 오후 8시, 일요일은 오후 10시까지 개방한다.
주말 낮에는 미사에 참석하는 신자와 관광객이 한꺼번에 몰려 성당 내부와 앞마당이 붐빈다. 아치형 기둥과 제단, 스테인드글라스를 천천히 둘러보고 싶다면 평일 낮에 찾는 편이 좋다.
성당 관람 뒤 쇼핑과 식사를 함께 즐기는 명동 거리
명동성당을 둘러본 뒤 언덕을 따라 내려오면 명동 중심 거리까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길목에는 복합문화공간 페이지 명동과 대형 카페가 모여 있어 관람을 마친 뒤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어가기에도 괜찮다.
성당 앞 횡단보도를 건너면 화장품 가게와 의류 매장이 밀집한 명동 쇼핑 거리가 시작된다. 골목마다 간식을 파는 노점도 늘어서 있어 쇼핑 사이에 떡볶이와 꼬치, 회오리감자 등을 맛볼 수 있다.
명동성당 관람 뒤 들르기 좋은 오래된 식당 3곳
명동성당을 둘러보고 언덕을 내려오면 오래된 식당이 모여 있는 명동 골목으로 이어진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는 칼국수와 만두로 이름난 '명동교자'를 찾을 수 있다. 닭 육수에 면과 고명을 담아낸 칼국수는 국물이 진하고, 얇은 만두피 안에는 다진 고기가 넉넉하게 들어간다.
바삭하게 튀긴 음식을 먹고 싶다면 1983년부터 영업해 온 '명동돈가스'로 향하면 된다. 두툼하게 썬 돼지고기에 튀김옷을 입힌 뒤 기름에 튀겨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칼국수와 달리 든든한 한 접시 식사를 원하는 사람에게 잘 맞는다.
맑은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곰탕을 원한다면 '하동관'이 있다. 오랜 시간 명동을 지켜온 식당으로, 뜨거운 국물에 고기와 밥을 담아 내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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