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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한낮에는 뜨겁게 달아오른 도로와 건물 사이를 잠시 걷는 것만으로도 금세 땀이 흐른다. 주말이면 햇볕을 가려주는 나무 그늘과 서늘한 바람을 찾아 도심을 벗어나고 싶지만, 이름난 피서지는 아침부터 주차장이 붐비고 숙박비와 식비도 만만치 않다. 멀리 숙박 여행을 떠나기 부담스럽다면 경북 봉화군 춘양면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하루 동안 숲길을 걸으며 더위를 식힐 수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넓은 산자락을 따라 숲과 정원이 길게 이어져 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주변 풍경이 한층 짙어진다. 울창한 나무가 햇볕을 가려주고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길 사이로 불어와 한여름에도 천천히 걷기 좋다.
수목원 규모가 커 오래 걷기 힘든 사람은 내부를 오가는 트램을 이용하면 된다. 입장료 부담이 크지 않고 주차장과 쉼터도 마련돼 있어 아이와 함께 온 가족부터 조용히 숲길을 걷고 싶은 여행객까지 편하게 머물 수 있다.
아시아 최대 수목원 아래 잠든 세계 유일의 야생 종자 저장소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경북 봉화의 넓은 산자락을 따라 숲과 정원이 길게 펼쳐진 곳이다. 백두대간에는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약 3분의 1이 살고 있으며, 수목원 안에서도 키 큰 나무와 계절마다 피는 들꽃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수목원 안쪽에는 야생식물 종자를 오랫동안 보관하는 '시드볼트'가 있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모은 씨앗을 지하 깊은 곳에 저장해 산불이나 기후 재난, 멸종으로 식물이 사라질 때를 대비한다. 농작물 씨앗을 보관하는 일반 저장소와 달리 야생식물 종자를 맡는 시설로는 세계에서 하나뿐이다.
시드볼트 내부는 씨앗의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해 평소에는 공개하지 않는다. 방문객은 전시관과 안내 자료를 통해 씨앗을 모으고 보관하는 과정과 시설이 만들어진 배경을 볼 수 있다.
넓은 숲속을 거니는 백두산호랑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관람객이 오래 머무는 곳 가운데 하나가 호랑이숲이다. 산골짜기의 지형과 나무를 그대로 살린 넓은 방사장에서 백두산호랑이가 생활하며, 숲길을 천천히 걷거나 나무 그늘에 누워 쉬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
관람로와 방사장 사이에는 안전시설이 설치돼 있지만 시야를 막는 장애물이 많지 않다. 호랑이가 숲 안쪽에 머물 때는 한동안 보이지 않다가도 나무 사이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한곳을 바라보며 잠시 멈춰 선다. 커다란 체구와 굵은 줄무늬가 가까워질수록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말없이 움직임을 따라가게 된다.
날씨가 덥거나 햇볕이 강한 시간에는 호랑이가 그늘진 곳에서 쉬는 경우가 많다. 바로 보이지 않더라도 관람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숲 안쪽과 나무 아래를 살펴보면 된다.
한여름에도 서늘한 고산식물 전시관
야외 산책로를 걷다 더위가 느껴질 때는 알파인하우스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세계 여러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식물을 한곳에 모은 전시관으로, 식물이 살아가는 환경에 맞춰 실내 온도를 낮게 유지한다.
전시관 안에는 높은 산에서 자라는 식물과 작은 데이지류 꽃이 곳곳에 피어 있다. 평소 산 정상이나 고지대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고, 식물마다 이름과 자라는 환경을 적은 안내판도 함께 마련돼 있다.
연꽃과 수련 바라보며 걷는 수변 산책로
짙은 숲길을 지나면 연못과 수변정원이 차례로 나타난다. 여름에는 수련과 연꽃이 잔잔한 물 위로 꽃을 피우고, 넓은 잎 사이로 햇빛이 내려앉아 숲과는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물가를 따라 난 명상 산책로와 숲길 산책 코스는 경사가 심하지 않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걷기 편하다.
산책로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주변 소음은 잦아들고 새소리와 나뭇잎 스치는 소리가 가까이 들려온다. 길 중간에는 연못을 바라보며 쉴 수 있는 벤치가 있어 오래 걸었다면 잠시 앉아 숨을 고를 수 있다.
출발 전 확인해야 할 관람 시간과 휴관일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계절에 따라 관람 시간이 달라진다. 지난 3월부터 오는 10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며, 입장은 오후 5시에 끝난다. 오는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는 오후 5시에 관람을 마치기 때문에 오후 4시 전에는 입장해야 한다. 수목원 안이 넓어 늦게 도착하면 호랑이숲과 알파인하우스, 수변정원 등을 충분히 둘러보기 어렵다.
매주 월요일에는 문을 닫지만, 월요일이 법정 공휴일과 겹치면 당일에는 정상 운영하고 다음 날인 화요일에 쉰다. 1월 1일과 설날, 추석 당일에도 관람할 수 없어 연휴에 방문할 때는 날짜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봉화 산속까지 이동한 뒤 발길을 돌리지 않으려면 출발 전에 공식 홈페이지나 안내 전화를 통해 운영 여부와 입장 마감 시간을 살펴보는 편이 좋다.
주차비 없이 즐기는 수목원 입장료와 트램 이용법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넓은 주차장을 무료로 운영해 관람 시간이 길어져도 별도의 주차비가 붙지 않는다. 개인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이며 단체로 찾으면 할인된 금액으로 입장할 수 있다.
만 65세 이상과 만 5세 이하 영유아는 신분증이나 증빙 서류를 제시하면 입장료를 내지 않는다. 장애인과 국가유공자도 무료입장 대상에 포함된다. 가족과 함께 방문할 때는 출발 전에 해당 서류를 챙겨두면 매표소에서 바로 확인받을 수 있다.
트램 요금은 편도 기준 어른 4000원, 청소년과 어린이 3000원이며 만 5세 이하 영유아와 장애인은 무료로 탈 수 있다.
트램에서 내려 숲길을 걷다 보면 흙과 돌이 섞인 구간이 자주 나온다. 굽이 높은 신발보다 발을 편하게 받쳐주는 운동화나 등산화를 신는 편이 좋다. 여름에는 모기와 진드기에 대비해 얇은 긴소매 옷과 긴 바지를 챙기고, 한낮 더위에 대비할 물이나 이온 음료도 준비해야 한다.
수목원 관람 뒤 들르기 좋은 봉화 맛집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을 둘러보고 나면 봉화 시내와 춘양면 주변에서 늦은 점심이나 저녁을 먹으며 쉬어갈 수 있다. 따뜻한 국물이 당긴다면 '구름산추어탕 봉화점'에서 추어탕을 맛볼 수 있다. 진하게 끓인 국물은 구수하면서도 속을 든든하게 채워준다.
고기나 국물보다 피자가 생각난다면 '봉화객주 화덕피자'로 향하면 된다.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화덕에 바로 구운 피자를 내며, 가장자리까지 쫄깃하게 익은 도우와 따뜻한 치즈를 함께 맛볼 수 있다. 주말과 식사 시간에는 손님이 몰리는 경우가 있어 방문 전에 영업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소고기로 든든하게 식사하고 싶다면 '봉화한약우프라자'로 향하면 된다. 이 곳은 가볍게 먹기 좋은 육회비빔밥부터 원하는 부위를 직접 골라 구워 먹는 소고기구이까지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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