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바퀴 도는 데 몇 분 안 걸립니다”… 붉은 배롱나무 꽃 가득한 200m 한국명소
경주 서출지에 배롱나무 꽃이 핀 모습. / 경상북도 공식블로그-강 현
경주 서출지에 배롱나무 꽃이 핀 모습. / 경상북도 공식블로그-강 현

여름 휴가철에는 주차난과 인파를 피해 조용히 걸을 수 있는 장소를 찾는 사람이 많다. 경주에서도 대릉원이나 불국사처럼 방문객이 몰리는 관광지 대신, 짧은 거리로 둘러볼 수 있는 연못을 찾는다면 서출지를 고려할 만하다.

서출지에는 천 년 전 왕실과 관련된 설화가 남아 있으며, 여름이면 물가에 심은 배롱나무에서 붉은 꽃이 핀다. 또한 7월 중하순부터 8월 중순까지 꽃이 이어져 연못과 함께 여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사적 138호, 200m 둘레의 아담한 연못

경주 서출지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경주 서출지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서출지는 경북 경주시 남산동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1964년 7월 11일 국가 지정 사적 제138호로 등록됐으며, 지정 면적은 7021㎡에 이른다. 2011년 7월 고시를 거쳐 ‘경주 서출지’라는 공식 명칭을 갖게 됐다.

연못 전체 둘레는 약 200m로, 한 바퀴 도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서출지는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온 저수지 겸 조경용 연못으로 소개되며, 아담한 규모 덕분에 산책로 어느 지점에서든 연못 전체를 눈에 담을 수 있다.

7월 중하순부터 8월 중순 사이에는 물가를 따라 늘어선 배롱나무꽃이 절정을 이루면서 붉은빛으로 물든다. 조선 중기 풍천 임씨 가문이 조영한 별서정원의 흔적도 함께 남아 있어, 당시 조경 방식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왕의 목숨을 구한 사금갑 설화

경주 서출지 안내 표지판. / 경상북도 공식블로그-강 현
경주 서출지 안내 표지판. / 경상북도 공식블로그-강 현

서출지라는 이름은 연못 속에서 나온 편지 한 통에서 비롯됐다. 서기 488년, 신라 소지왕 10년 정월 보름날 왕이 남산 기슭의 천천정으로 향하던 중 까마귀와 쥐가 울며 앞길을 가로막았다. 쥐가 사람의 말로 까마귀가 가는 곳을 따라가 보라고 하자, 신하가 뒤를 쫓았고 연못 가운데서 나타난 노인이 건넨 편지를 왕에게 전했다. 편지 내용에 따라 궁으로 돌아온 왕은 거문고 갑을 향해 화살을 쏘았고, 그 안에 숨어 있던 이들이 발각되면서 목숨을 지킬 수 있었다.

이 설화에서 유래해 신라에서는 정월 보름을 오기일이라 부르며, 찰밥을 지어 까마귀에게 제사를 지내는 풍속이 생겨났다. 이 사건으로부터 40년 뒤인 법흥왕 15년에는 이차돈의 순교를 거쳐 불교가 국가 종교로 공인됐다는 기록도 함께 전해진다.

이요당 정자와 남산동 유적

경주 서출지 이요당 정자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경주 서출지 이요당 정자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연못 서북쪽 물가에는 조선 현종 5년인 1664년 임적이 지은 정자 이요당이 남아 있다. ‘ㄱ’자형 팔작지붕 건물로, 추녀에는 이요당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현재는 출입이 금지돼 있어, 연못 건너편에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건물을 둘러싼 팽나무 고목과 물가의 배롱나무가 연못 풍경에 깊이를 더한다.

남산동 마을 한가운데에는 삼층석탑 두 기가 자리하며, 인근 양피못과 함께 남산 자락의 역사 유적을 이룬다. 서출지 하나만 둘러보고 돌아서기보다는 마을 전체를 천천히 걷는 편이 여러 유적을 함께 살펴보기에 좋다. 서출지 입장료는 무료이며, 연중무휴로 개방돼 있어 계절이나 시간에 상관없이 찾을 수 있다. 또한 방문객은 인근 통일전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서출지 근처 맛집 '서출지순두부'

서출지 인근에는 손두부 전문점 '서출지순두부'가 있다. 이곳은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켜온 한식당으로, 가지볶음과 멸치볶음, 깍두기 등 9찬의 밑반찬이 함께 나온다. 대표 메뉴는 송이버섯을 넣은 순두부찌개와 해물 순두부찌개이며, 자극적이지 않은 국물 맛이 특징이다.

손두부로 만든 두부김치는 일반 두부와 달리 밀도가 높고, 콩 고유의 담백한 맛이 살아 있어 함께 주문하는 손님이 많다. 영업시간은 평일 기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이며,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오후 7시 30분까지 운영한다. 정기 휴무는 매주 월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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