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이런 협곡이 숨어 있었다니…" 유네스코가 인정한 15m 신비로운 화강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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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굽이치는 물길과 화강암 절벽이 어우러진 고석정 천연 협곡 풍경. / ⓒ한국관광콘텐츠랩

철원 한탄강을 따라 걷다 보면 강 한가운데 우뚝 솟은 고석바위와 양옆으로 이어지는 현무암 절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태봉로 1825 일대에 자리한 고석정은 높은 절벽 아래로 한탄강이 굽이쳐 흐르는 곳으로, 강가에 가까워질수록 바위의 크기와 협곡의 깊이를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여름에는 강 주변으로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절벽 아래에 넓은 그늘이 생겨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둘러보기 좋다.

고석정 일대는 화산 분출로 흘러나온 용암이 굳은 뒤, 한탄강 물살이 오랜 시간 바위를 파고들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강 양옆으로는 수직으로 갈라진 현무암 절벽이 이어지고, 절벽 사이로 넓은 물길이 굽이쳐 지나가며 깊은 협곡 풍경을 만든다.

백악기 마그마가 만든 고석정의 거대한 바위

한탄강 한가운데 높이 약 15m로 웅장하게 솟아 있는 백악기 화강암 고석바위. / 한탄강지질공원

고석정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곳은 한탄강 한가운데 높이 약 15m로 솟아 있는 화강암 바위다. 약 1억 1000만 년 전 백악기 중기, 지하 깊은 곳의 마그마가 오랜 시간 천천히 식어 굳으면서 만들어진 암석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땅속에 묻혀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는 동안 주변 지층이 조금씩 깎이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남았다.

강물과 바람은 주변의 흙과 작은 돌부터 서서히 깎아냈고, 단단한 화강암은 한탄강 한가운데 그대로 버텼다. 가까이 다가가면 바위의 높이와 거친 표면이 한눈에 들어오며, 양옆으로 이어진 절벽과 굽이치는 물길도 함께 볼 수 있다.

북한 오리산에서 흘러온 용암이 만든 한탄강 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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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바위 위로 푸른 소나무가 자라나고 현무암 지대가 감싸 안은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

고석바위가 만들어진 뒤 한탄강 일대에서는 또 한 차례 큰 지질학적 움직임이 이어졌다. 약 54만 년 전부터 12만 년 전 사이, 현재 북한 평강군에 있는 오리산에서 용암이 여러 차례 분출해 남쪽으로 흘러내렸다. 뜨거운 용암은 기존 계곡과 좁은 골짜기를 메웠고, 식어서 굳은 뒤에는 넓고 평평한 현무암 지대가 됐다.

이후 현무암 지대 위로 비가 내리고 한탄강이 흐르면서 단단하게 굳은 땅도 조금씩 깎이기 시작했다. 강물은 바위의 갈라진 틈을 따라 파고들며 주변 현무암을 깊게 깎았지만, 더 단단한 화강암은 쉽게 닳지 않아 강 한가운데 남았다. 오랜 침식 끝에 높고 가파른 현무암 절벽과 고석바위, 그 사이를 지나는 한탄강 물길이 지금의 고석정 풍경을 만들었다.

신라시대 세워진 누각과 임꺽정 이야기가 남은 고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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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진평왕 때 누각이 세워지고 임꺽정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고석정 일대. / ⓒ한국관광콘텐츠랩

고석정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머물며 주변 경치를 바라보던 곳으로 전해진다. 서기 610년 신라 진평왕 때 고석바위 맞은편 언덕에 약 10평 규모의 2층 누각이 세워졌고, 이때부터 고석정이라는 이름도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강 한가운데 솟은 바위와 가파른 절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여서 당시에도 경치를 감상하기 좋은 곳으로 여겨졌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 명종 때인 1560년 무렵에는 임꺽정이 고석바위 주변의 좁은 동굴에 숨어 지내며 활동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절벽과 바위가 복잡하게 이어져 바깥에서 안쪽을 살피기 어려운 지형이어서 몸을 숨기기에 알맞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옛 정자는 한국전쟁 중 불에 타 사라졌지만 1971년에 다시 세워졌고, 1989년 개축을 거쳐 현재 모습으로 남아 있다.

사계절 언제든 무료로 걸을 수 있는 고석정 산책로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어 사계절 산책하기 좋은 고석정 관광지 입구 진입문. / ⓒ한국관광콘텐츠랩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어 사계절 산책하기 좋은 고석정 관광지 입구 진입문. / ⓒ한국관광콘텐츠랩

고석정 일대는 1977년 3월 17일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뒤 주차장과 화장실, 쉼터 등 방문객을 위한 시설이 차례로 들어섰다. 야외 공간은 연중무휴로 개방하며 별도의 입장료도 받지 않아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둘러볼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면 한탄강과 고석바위가 가까워지고, 곳곳에 마련된 쉼터에서는 강바람을 맞으며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주변을 인공 시설로 빼곡하게 채우지 않아 절벽과 강물, 숲이 이어지는 풍경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봄에는 나뭇가지마다 연둣빛 잎이 돋고, 여름에는 짙어진 숲이 햇볕을 가려준다. 가을이 오면 절벽 주변이 붉고 노란 단풍으로 물들며, 겨울에는 눈 덮인 고석바위와 현무암 절벽이 한층 차분한 분위기를 만든다.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둘러보는 고석정 협곡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한탄강 물길을 따라 깎아지른 절벽과 고석바위를 감상하는 모습. / ⓒ한국관광콘텐츠랩-비켄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한탄강 물길을 따라 깎아지른 절벽과 고석바위를 감상하는 모습. / ⓒ한국관광콘텐츠랩-비켄

절벽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만으로 아쉽다면 강가 나루터에서 작은 배를 타고 고석바위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배가 한탄강 물길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기 때문에 수직으로 솟은 현무암 절벽과 거대한 바위를 아래에서 올려다보게 된다. 산책로에서는 보이지 않던 바위 아래쪽과 굽은 물길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어 고석정의 지형을 조금 다른 각도로 감상할 수 있다.

차량을 이용할 때는 주차장에서 고석바위가 있는 강가까지 걸리는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주차 요금은 소형차 2000원, 대형차 5000원이며 입차 후 30분 안에 출차하면 요금을 내지 않는다. 주차장에서 계단과 산책로를 따라 관람 구역까지 내려가는 데 약 10분이 걸리므로 배를 탈 예정이라면 이동 시간을 여유 있게 잡는 편이 좋다.

여름철 고석정에서 지켜야 할 안전 수칙

여름철 짙은 녹음 속을 시원하게 흐르는 한탄강 협곡 물길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
여름철 짙은 녹음 속을 시원하게 흐르는 한탄강 협곡 물길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

여름철 한탄강은 비가 많이 내리면 짧은 시간에도 수위가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 고석정을 찾기 전에는 철원 지역의 날씨와 강수량을 확인하고, 장맛비나 폭우가 내린 직후에는 강가와 나루터로 내려가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출입을 막는 안내판이나 통제선이 설치돼 있다면 안쪽으로 들어가지 말고 위쪽 산책로에서 협곡을 바라봐야 한다.

강가로 이어지는 계단과 바위에는 물기나 이끼가 남아 미끄러운 구간이 많다. 굽이 높거나 바닥이 매끄러운 신발보다 발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운동화를 신고, 계단에서는 난간을 잡고 천천히 이동하는 편이 좋다. 

고석정 관람 뒤 들르기 좋은 철원 향토 음식점 3곳

고석정 협곡과 산책로를 둘러본 뒤에는 철원에서 나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으로 식사를 이어갈 수 있다. 따뜻한 만두국부터 철원 오대쌀 밥상, 직접 만든 두부 요리까지 메뉴가 서로 달라 취향과 날씨에 맞춰 고르면 된다.

뜨거운 국물이 생각난다면 고석정 인근의 '어랑손만두국'으로 향할 수 있다. 큼지막한 손만두를 뚝배기에 담아 내며, 쫄깃한 만두피 안에는 속재료가 넉넉하게 들어간다. 따뜻한 국물과 만두를 함께 먹을 수 있어 바람이 부는 날이나 산책을 마친 뒤 속을 채우기 좋다.

철원 오대쌀로 지은 밥을 먹고 싶다면 '기와집'을 찾을 수 있다. 윤기가 도는 쌀밥에 제육볶음과 된장찌개, 나물 반찬이 함께 나온다. 한 끼 식사로 익숙한 메뉴가 한 상에 차려져 가족과 함께 방문해 나눠 먹기에도 무리가 없다.

담백한 두부 요리를 선호한다면 '삼정콩마을가마솥두부집'도 식사 장소로 고를 수 있다. 직접 간 콩으로 만든 두부와 두부전골을 판매하며, 부드러운 두부와 칼칼한 국물을 함께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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