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제1경답게 압도적이다…" 절벽과 계곡 품은 국내 난이도 1등 트레킹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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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기암절벽 프레임 너머로 짙푸른 설악의 산자락이 내다보이는 풍경. / 국립공원 공식 블로그

한여름 설악산에 들어서면 짙은 숲 아래로 차가운 계곡물이 흐르고, 고개를 들면 거대한 암봉과 가파른 절벽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계곡을 따라 걷는 동안 숲과 바위산이 번갈아 나타나며 설악산의 웅장한 산세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한라산과 지리산에 이어 대한민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설악산은 속초시와 양양군, 인제군, 고성군에 걸쳐 있다. 1970년 국내 다섯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1982년에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겨울철 바위산이 눈으로 하얗게 덮이는 모습에서 설악산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전해진다. 날카롭게 솟은 암봉과 깊은 계곡이 곳곳에 펼쳐져 오래전부터 '제2의 금강산'으로도 불렸다.

넓은 산 안에는 계곡을 따라 걷는 완만한 길부터 가파른 능선과 바위 구간을 넘어야 하는 장거리 코스까지 여러 탐방로가 마련돼 있다. 설악산 공룡능선은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코스로 꼽힌다. 뾰족한 암봉이 거대한 공룡의 등뼈처럼 줄지어 솟아 있어 공룡능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공룡능선을 포함한 주요 산행 코스는 약 19.1km로, 완주하려면 14시간 40분에서 15시간가량 걸린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데다 발을 디디기 어려운 바위 구간도 많아 체력과 산행 경험이 부족하면 완주하기 쉽지 않다. 험한 길을 오래 걸어야 하지만 국립공원 100경 가운데 제1경으로 선정될 만큼 암봉과 계곡을 넓게 바라볼 수 있어 해마다 많은 등산객이 찾는다.

완만한 비선대 구간을 지나 마등령 급경사로

숲속 가파른 돌길 오르막을 등산스틱을 짚고 천천히 올라가는 탐방객 모습. / 국립공원 공식 블로그
숲속 가파른 돌길 오르막을 등산스틱을 짚고 천천히 올라가는 탐방객 모습. / 국립공원 공식 블로그

공룡능선 산행은 설악동 소공원에서 시작한다. 소공원에서 비선대까지 3km는 계곡 옆으로 난 돌길과 목재 데크를 따라 걷는 완만한 구간이다. 약 1시간 20분이 걸리며, 초반부터 힘을 빼지 않고 보폭과 호흡을 맞추면서 천천히 몸을 풀 수 있다. 이후 14시간 안팎의 산행이 남아 있는 만큼 속도를 높이기보다 체력을 아껴야 한다.

비선대를 지나 마등령 방향으로 들어서면 완만했던 길이 끝나고 긴 오르막이 시작된다. 마등령까지 3.5km 구간에는 평탄한 곳이 거의 없으며, 금강굴 갈림길을 지나 세존봉과 금강문 쪽으로 오르는 동안 경사가 계속된다. 약 2시간 30분 동안 쉼 없이 올라야 하는 만큼 초반부터 속도를 높이기보다 일정한 보폭을 유지하며 천천히 걷는 편이 좋다.

마등령 삼거리 직전에 있는 물터는 희운각대피소에 도착하기 전 식수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이다. 여기서 물병을 충분히 채우지 않으면 공룡능선을 지나는 동안 물을 구하기 어렵다. 남은 물과 간식을 다시 확인하고 잠시 호흡을 고른 뒤 능선 구간으로 들어가야 한다.

공룡의 등뼈를 닮은 암봉 사이로 걷는 최고 난도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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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억센 등뼈를 닮아 날카롭게 솟아오른 공룡능선의 웅장한 암봉들. / 국립공원 공식 블로그

마등령 삼거리를 넘어서면 공룡능선의 험한 암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희운각대피소까지 5.1km에 불과하지만 산행에는 약 4시간 40분이 걸리며, 탐방로 난도도 최고 등급으로 분류된다. 날카롭게 솟은 암봉을 오르내리는 길이 반복되고 평탄한 흙길은 거의 없어 거리만 보고 산행 시간을 짐작하기 어렵다.

곳곳에서는 밧줄을 잡고 바위를 올라야 하며, 좁은 길을 지날 때는 발을 디딜 자리를 하나씩 살펴야 한다. 오르막을 넘어서면 곧바로 급한 내리막이 나오고, 다시 바위를 타고 올라가는 구간이 반복돼 무릎과 발목에 부담이 크다. 마등령까지 오르며 이미 체력을 많이 쓴 상태라면 보폭을 줄이고 서두르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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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능선의 탁 트인 조망. / 국립공원 공식 블로그

고도가 높고 주변이 트여 있어 날씨가 갑자기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맑던 하늘에 안개가 밀려오고 강한 바람까지 불기 시작하면 앞사람이나 탐방로 표식을 찾기 어려워지며, 기온이 내려갈수록 땀에 젖은 옷 때문에 몸도 쉽게 식는다. 바람이 거세지기 전에 방풍 재킷과 보온용 옷을 꺼내 입고, 시야가 좁아졌을 때는 앞사람과 거리를 벌리지 않아야 한다.

비나 안개로 바위가 젖으면 발이 미끄러질 수 있어 밧줄과 안전시설을 잡은 채 천천히 이동해야 한다. 오랜 산행으로 다리에 힘이 빠진 상태에서는 작은 돌부리에도 중심을 잃기 쉬우므로 속도를 내기보다 짧게 쉬면서 물과 간식을 챙기는 편이 좋다. 발목이나 무릎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곧바로 다음 암봉으로 향하지 말고, 통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충분히 쉬어야 한다.

내설악과 외설악을 한눈에 보는 공룡능선

귀떼기청봉과 서북능선, 용아장성이 한눈에 들어오는 공룡능선. / 국립공원 공식 블로그
귀떼기청봉과 서북능선, 용아장성이 한눈에 들어오는 공룡능선. / 국립공원 공식 블로그

공룡능선은 길이 험하고 오르내림도 많지만, 암봉 위에 올라서면 설악산의 깊은 골짜기와 바위산이 넓게 펼쳐진다. 서쪽으로는 내설악의 가야동계곡과 용아장성이 보이고, 동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외설악의 천불동계곡과 여러 암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하늘이 맑은 날에는 속초 시내와 동해 수평선까지 볼 수 있어 긴 산행에서 잠시 숨을 고르게 된다.

공룡능선이 국립공원 100경 가운데 제1경으로 선정된 이유도 이 구간을 걸으면 알 수 있다. 봉우리 사이로 구름이 올라오는 날에는 발아래 골짜기가 구름에 가려지면서 암봉만 섬처럼 남는다. 능선을 걷는 동안 방향을 바꿀 때마다 내설악과 외설악의 모습이 번갈아 보여 같은 길에서도 서로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희운각대피소를 지나 대청봉으로 오르는 마지막 구간

대청봉 풍경. / 국립공원 공식 블로그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바라본 웅장한 대청봉 전경. / 국립공원 공식 블로그

공룡능선의 거친 암릉을 빠져나와 희운각대피소에 도착하면 잠시 쉬면서 물과 간식을 챙길 수 있다. 공룡능선을 넘는 동안 체력을 많이 쓴 만큼 여기서 충분히 숨을 고르고 남은 산행을 준비해야 한다. 희운각대피소에서 대청봉까지는 2.5km로, 약 2시간 10분이 걸린다.

대피소를 출발해 소청봉으로 오르는 초반 구간은 경사가 가파르다. 이미 오랜 시간 암봉을 오르내린 뒤라 다리에 힘이 많이 빠져 있어 짧은 거리도 평소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 처음부터 속도를 내기보다 보폭을 줄이고 일정한 호흡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올라야 한다.

소청봉에 올라서면 가파른 오르막이 끝나고 중청을 거쳐 대청봉으로 향하는 능선길이 나온다. 길은 앞선 구간보다 걷기 수월하지만, 주변에 키 큰 나무가 거의 없어 강한 바람을 그대로 맞게 된다. 날씨가 맑으면 설악산의 여러 봉우리와 깊은 계곡을 내려다보며 정상까지 걸을 수 있다.

대청봉에서 오색지구까지 돌계단을 내려가는 하산길

안전 로프를 붙잡고 깎아지른 경사의 암릉 내리막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하산길. / 국립공원 공식 블로그
안전 로프를 붙잡고 깎아지른 경사의 암릉 내리막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하산길. / 국립공원 공식 블로그

대청봉에 올랐다고 해서 긴 산행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정상에서 남설악 오색지구까지 내려가는 길은 약 5km로, 설악산 정상으로 오가는 코스 가운데 거리는 짧은 편이다. 그러나 짧은 거리 안에 고도를 빠르게 낮추는 길이라 초반부터 가파른 돌계단과 철제 계단, 목재 발판이 계속 나오며 하산에만 약 4시간이 걸린다.

14시간 넘게 산을 걸은 뒤에는 다리에 힘이 빠지고 발끝을 제대로 들기 어려워진다. 이런 상태로 계단을 계속 내려가면 체중이 무릎과 발목에 몰리기 쉬우며, 돌에 발이 걸리거나 젖은 바닥에서 미끄러질 위험도 커진다. 정상에 올랐다는 안도감에 속도를 높이기보다 보폭을 줄이고 발을 디딜 곳을 하나씩 확인하면서 내려가야 한다.

등산 스틱을 사용할 때는 양손에 나눠 잡고 몸보다 조금 앞쪽을 짚어 체중을 분산한다. 계단을 한 번에 크게 내려서면 무릎에 충격이 커지므로 짧은 보폭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편이 좋다. 오색지구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포장도로가 나올 때까지는 산행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고 마지막 구간까지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19.1km 장거리 산행 전 챙겨야 할 안전 수칙

병풍처럼 펼쳐진 장엄한 공룡능선 암봉들의 기암괴석. / 국립공원 공식 블로그
병풍처럼 펼쳐진 장엄한 공룡능선 암봉들의 기암괴석. / 국립공원 공식 블로그

공룡능선 종주 코스는 전체 길이가 19.1km에 달하고 산행 시간도 15시간 안팎이라 출발 시각부터 장비와 식량까지 미리 준비해야 한다. 해가 떠 있는 동안 모든 구간을 걷기 어려워 보통 오전 3시에서 4시 사이 산행을 시작하며, 초반부터 어두운 산길을 지나야 하므로 헤드랜턴과 여분 배터리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

오랜 시간 걷다 보면 체력이 빠르게 떨어지기 때문에 에너지바와 초콜릿, 포도당 캔디처럼 걸으면서 먹기 쉬운 간식도 넉넉히 준비해야 한다. 한꺼번에 많이 먹기보다 짧게 쉴 때마다 조금씩 먹고 물도 자주 마셔야 후반부까지 힘을 유지할 수 있다.

비가 내리거나 안개와 강풍이 겹치면 바위가 미끄러워지고 시야도 좁아져 낙상과 실족 위험이 커진다. 출발 전에는 기상청 예보와 국립공원공단 안내를 살펴 기상특보와 탐방로 통제 여부를 확인하고, 산행 도중 날씨가 나빠지면 무리해서 능선으로 들어가지 말고 가까운 대피소나 하산로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설악산 하산 뒤 허기를 채우기 좋은 음식 3가지

14시간 넘게 산길을 걸은 뒤 오색지구로 내려오면 따뜻한 밥과 국물부터 생각난다. 오색약수터 주변에는 산채비빔밥을 내는 식당이 모여 있어 탐방지원센터를 나온 뒤 식사 장소를 찾기 어렵지 않다. 여러 산나물에 들기름과 고추장을 넣어 비빈 밥은 담백하면서도 든든하며, 된장찌개와 밑반찬을 곁들이면 긴 산행 뒤 허기를 채우기 좋다. 

설악동을 거쳐 속초 시내로 이동한다면 순두부 식당도 들러볼 만하다. 가마솥에서 끓인 순두부는 몽글몽글한 식감과 고소한 콩 맛을 함께 느낄 수 있고, 양념장을 조금씩 풀어 먹으면 간도 입맛에 맞출 수 있다. 순두부백반에는 밥과 밑반찬, 찌개가 함께 나오는 경우가 많아 자극적인 음식이 부담스러운 하산길에도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인제나 양양 방향으로 이동할 때는 황태구이와 황태국을 내는 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황태구이는 양념을 발라 구워 짭조름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나고, 뜨거운 황태국은 부드럽게 풀어진 살과 구수한 국물을 함께 먹을 수 있다. 구이와 국, 밥과 밑반찬을 한 상에 내는 황태구이 정식은 산행을 마친 뒤 든든하게 식사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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