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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더투어
경주를 떠올리면 대릉원과 첨성대, 불국사 같은 내륙 유적지가 먼저 생각나지만, 동해안으로 방향을 돌리면 전혀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양남 주상절리에서 봉길해변 앞 문무대왕릉을 지나 감은사지까지 둘러보는 경주 해파랑길 구간은 바다와 기암괴석, 신라 유적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코스다.
해안을 따라 걷는 동안 파도가 밀려드는 바닷마을 풍경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곳곳에 남은 유적을 통해 신라 시대의 이야기도 살펴볼 수 있다. 주말이면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바다를 바라보며 걷거나, 해안 드라이브와 역사 탐방을 함께 즐기려는 방문객들이 이 길을 찾는다.
내륙 유적지를 벗어나 동해안으로 향하면 만나는 바다 풍경
경주 해파랑길은 양남면 읍천항에서 출발해 북쪽 해안을 따라 걷는 코스다. 조용한 어촌 마을에 들어서면 방파제 주변 건물 벽에 그려진 그림들이 먼저 눈에 띄고, 항구를 벗어나 바닷가 쪽으로 걸음을 옮길수록 짭조름한 바다 냄새와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가까워진다.
황리단길과 경주 시내가 사람과 차량으로 붐비는 곳이라면 읍천항 주변은 한결 여유롭다. 바다를 옆에 두고 걷는 구간이 많아 해안선을 바라보며 천천히 산책할 수 있고, 바위 사이로 하얀 물보라가 솟는 모습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해안 도로를 따라 자동차로 이동하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 잠시 머물러 바다를 바라보는 방식도 가능하다. 읍천항과 양남 주상절리 주변을 함께 둘러보면 경주 내륙 유적지와는 전혀 다른 동해안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수천만 년 전 용암이 만든 천연기념물 양남 주상절리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천연기념물 제536호인 양남 주상절리 군락을 마주한다. 수천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분출한 용암이 차가운 바닷물과 만나 빠르게 식고 굳으면서 만들어진 바위로, 검은 돌기둥이 해안을 따라 길게 모여 있다.
바위 형태도 한 가지가 아니다. 위로 곧게 솟은 수직형부터 장작을 포개놓은 듯 옆으로 누운 형태, 여러 방향으로 퍼진 방사형까지 가까운 거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둥근 부채처럼 넓게 벌어진 부채꼴 주상절리는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형태라 산책하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오래 바라보는 곳이다.
산책로 중간에 있는 주상절리 전망대에 오르면 부채꼴 주상절리와 해안선을 넓게 내려다볼 수 있다. 검은 바위 사이로 파도가 밀려들고, 그 너머로 동해 수평선이 보이면서 양남 해안의 지질과 바다 풍경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가파른 계단 부담 덜고 바다 곁을 걷는 파도소리길
양남 주상절리 옆을 지나는 파도소리길은 별도의 입장료 없이 걸을 수 있고, 해안 구간에는 나무 데크가 깔려 있어 바위가 많은 물가로 내려가지 않고도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다. 심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은 구간에서는 무릎이 불편한 어르신도 천천히 걸을 수 있고, 유모차를 이용하는 가족은 방문 전 데크 상태와 이동 가능한 범위를 확인한 뒤 코스를 정하면 된다.
길 중간에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가볍게 흔들리는 짧은 출렁다리도 있다. 다리를 건너며 발아래 해안과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를 내려다볼 수 있어 평탄한 데크길에 작은 재미를 더한다.
햇볕이 강한 한낮보다는 이른 아침이나 해가 기울기 시작할 때 걷는 편이 부담이 적다. 해송 사이로 바닷바람이 불어오고 그늘도 생겨 한여름 산책 중 더위를 식힐 수 있다. 걷다가 다리가 무거워지면 산책로의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거나, 해안 주변 카페에서 차가운 음료를 마시며 쉬어갈 수 있다.
거센 파도 사이 바위섬에 남은 문무대왕릉
양남 주상절리를 둘러본 뒤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면 봉길해변 앞바다에 있는 문무대왕릉을 볼 수 있다. 육지에 봉분을 만든 다른 왕릉과 달리, 신라 제30대 문무왕의 유언에 따라 바다 가운데 솟은 자연 바위를 왕릉으로 삼은 곳이다. 문무왕은 세상을 떠난 뒤 동해의 용이 돼 왜구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는 뜻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바위섬은 해변에서 약간 떨어진 바다에 있으며, 파도가 거세게 치는 날에는 바위 둘레로 하얀 물보라가 높이 솟는다. 바위 안쪽에는 동서남북 방향으로 물길이 나 있어 바닷물이 드나들며, 수위가 낮아지면 갈라진 바위 사이에 물이 고인 모습도 볼 수 있다.
봉길해변에서는 모래사장을 걸으며 문무대왕릉을 바라볼 수 있고, 해가 기울 무렵에는 붉어진 하늘과 검은 바위섬이 함께 보인다. 파도가 갯바위에 부딪히는 모습과 바다 위를 오가는 갈매기까지 한 화면에 담을 수 있어 카메라를 들고 찾는 방문객도 많다.
문무대왕릉과 함께 둘러보는 감은사지와 동서 삼층석탑
문무대왕릉을 본 뒤 육지 쪽으로 이동하면 감은사지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감은사는 문무왕이 짓기 시작한 사찰로, 아버지의 뜻을 이어 왕위에 오른 신문왕이 682년에 완성했다. 사찰 이름에는 문무왕의 은혜에 감사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목조 건물은 남아 있지 않지만 넓은 절터에는 동서 삼층석탑 두 기가 나란히 서 있다. 높이가 각각 13m를 넘는 석탑은 여러 장의 돌을 쌓아 만든 통일신라 초기의 탑으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크기와 묵직한 생김새가 더욱 잘 보인다. 탑 사이와 옛 건물터를 천천히 걸으면 과거 사찰의 규모도 짐작할 수 있다.
금당터 아래에는 돌로 만든 빈 공간이 남아 있다. 용이 된 문무왕이 바닷길을 따라 감은사로 들어와 머물 수 있도록 마련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문무대왕릉에서 감은사지까지 함께 둘러보면 바다에 남은 왕릉과 육지의 절터가 어떤 사연으로 연결됐는지 살펴볼 수 있다.
주차장과 화장실 갖춰 가족과 둘러보기 편한 해안 코스
경주 해파랑길의 주요 지점에는 공영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어 자동차로 이동하며 여러 장소를 둘러보기 편하다. 읍천항과 양남 주상절리 전망대, 봉길해변 주변에 차를 세운 뒤 가까운 산책로부터 걸을 수 있어 어린아이와 어르신을 동반한 가족도 이동 거리를 조절하기 수월하다.
오래 걸을 예정이라면 발이 편한 운동화와 마실 물을 챙겨야 한다. 해안 산책로에는 나무 그늘이 거의 없는 구간도 있어 햇볕이 강한 날에는 모자나 양산을 준비하고, 한낮보다 이른 아침이나 해가 기울 무렵에 걷는 편이 좋다.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더라도 젖은 갯바위 위로 올라가서는 안 된다. 표면에 물기와 해조류가 묻으면 쉽게 미끄러지고, 갑자기 밀려든 파도에 발을 헛디딜 수 있으므로 사진은 산책로나 전망 공간에서 찍어야 한다.
해파랑길 산책 뒤 들르기 좋은 근처 식당 2곳
경주 바닷길을 걸은 뒤 식사할 곳을 찾는다면 문무대왕릉과 양남면 주변 식당을 살펴볼 수 있다. 문무대왕릉 근처에 있는 '이견대횟집'에서는 자연산 활어회와 대게를 맛볼 수 있으며, 창가에서는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다. 회와 해산물을 넉넉하게 주문할 수 있어 가족 식사나 여러 명이 함께하는 자리에도 잘 어울린다.
차갑고 깔끔한 면 요리가 생각난다면 양남면에 있는 '진주냉면'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해산물로 낸 육수를 사용하는 물냉면과 새콤달콤한 양념을 더한 비빔냉면을 판매하며, 고소하게 부친 육전도 곁들일 수 있다. 더운 날 해안 산책을 마친 뒤 시원한 냉면과 육전으로 든든하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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