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릴 걱정 없습니다… 마을버스로 정상 가까이 오르는 20m 절벽 위 천년 사찰
암벽 절벽에 기둥을 세워 아슬아슬하게 기대어 선 사성암 유리보전 전각. / ⓒ한국관광콘텐츠랩-전형준
암벽 절벽에 기둥을 세워 아슬아슬하게 기대어 선 사성암 유리보전 전각. / ⓒ한국관광콘텐츠랩-전형준

한낮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에는 뜨거운 도심을 벗어나 나무 그늘과 산바람을 찾아 산으로 향하는 사람이 많다. 전남 구례 오산은 해발 530m로 높지 않지만 정상 가까이 올라서면 섬진강과 구례 들판을 내려다볼 수 있고, 거대한 바위 절벽에 기대어 선 사성암까지 만날 수 있어 여름 나들이 장소로 잘 알려져 있다.

오산 산길을 따라 숲을 지나면 나뭇가지 사이로 사성암의 지붕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정상 부근에 가까워질수록 높이 20m 안팎의 바위벽과 전각이 맞닿은 모습이 눈에 들어오며,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여러 층의 굵은 기둥이 암자를 받치고 있어 절벽에 매달린 듯 아찔하게 보인다.

사성암 주변에서는 굽이치는 섬진강과 넓은 들판, 멀리 지리산 자락까지 바라볼 수 있다. 

구례 오산 절벽에 기대어 선 사성암

암벽을 따라 층층이 들어선 사성암 전경과 멀리 펼쳐진 들녘 풍경. / ⓒ한국관광콘텐츠랩-배근한
암벽을 따라 층층이 들어선 사성암 전경과 멀리 펼쳐진 들녘 풍경. / ⓒ한국관광콘텐츠랩-배근한

구례 오산 정상 가까이 올라가면 높이 20m 안팎의 기암절벽에 기대어 선 사성암이 눈에 들어온다. 바위 아래에서부터 세운 굵은 기둥이 전각을 받치고 있으며, 건물 뒤쪽은 절벽과 맞닿아 있다. 

사성암은 백제 성왕 22년인 544년 연기조사가 세웠다고 전해진다. 원효대사와 도선국사, 진각국사, 의상대사가 이곳에 머물며 수행했다는 이야기도 내려온다. 4명의 성인이 머문 암자라는 뜻에서 사성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알려졌으며, 산 아래 마을과 떨어진 오산의 바위 절벽은 오랫동안 승려들의 수행처로 쓰였다.

절벽을 등지고 세운 약사전 안에는 바위 면에 새긴 마애여래입상이 남아 있다. 원효대사가 손톱으로 바위를 긁어 불상을 그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부처의 얼굴과 옷자락은 바위의 생김새를 따라 새겨져 있다. 약사전 안으로 들어가면 건물 벽 대신 거대한 암벽이 바로 앞에 나타나고, 바위에 새긴 불상을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다.

굽은 산길과 좁은 주차장 피해 오르는 마을버스

바위 아래에서 붉은 기둥으로 웅장하게 떠받친 사성암 전각 모습. / ⓒ한국관광콘텐츠랩-배근한
바위 아래에서 붉은 기둥으로 웅장하게 떠받친 사성암 전각 모습. / ⓒ한국관광콘텐츠랩-배근한

사성암은 구례 읍내에서 남쪽으로 약 2km 떨어진 오산 정상 부근에 있다. 자가용으로 산 중턱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진입로가 좁고 굽은 구간이 많아 반대편에서 차량이 내려오면 서로 비켜 가기 쉽지 않다. 정상 가까운 주차장도 공간이 넓지 않아 주말과 휴가철에는 빈자리를 기다리거나 다시 산 아래로 내려오는 경우가 생긴다.

운전과 주차 걱정을 줄이려면 산 아래 주차장 인근 매표소에서 마을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왕복 요금은 어른 3400원, 13세 이하 어린이 2800원이다. 버스는 굽이진 산길을 따라 정상 부근까지 올라가며, 이동하는 동안 창밖으로 구례 들판과 섬진강이 점차 멀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버스에서 내린 뒤부터는 돌계단과 바위 사이로 난 길을 걸어 사찰 안으로 들어간다. 사성암은 평평한 터에 전각이 모여 있는 사찰과 달리 가파른 산비탈을 여러 층으로 나눠 건물을 세웠다. 약사전과 전각 사이를 오갈 때 좁은 바위틈과 경사진 계단을 지나야 하지만, 높이가 달라질 때마다 절벽과 섬진강을 바라보는 각도도 달라진다.

가파른 계단 위에서 내려다보는 섬진강과 지리산

돌계단을 따라 오르며 내려다보는 사성암 경내와 푸른 지리산 능선. / ⓒ한국관광콘텐츠랩-배근한
돌계단을 따라 오르며 내려다보는 사성암 경내와 푸른 지리산 능선. / ⓒ한국관광콘텐츠랩-배근한

사성암 안쪽으로 들어가면 바위 사이로 난 좁은 길과 가파른 계단이 차례로 나온다. 햇빛이 닿지 않는 바위 그늘을 지나 계단 위로 올라서면 앞이 탁 트이면서 섬진강과 구례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물은 넓은 들판 사이를 굽이쳐 흐르고, 그 주변으로 구례 읍내와 농경지가 펼쳐진다.

시선을 멀리 옮기면 섬진강 너머로 지리산 능선이 여러 겹 겹쳐 보인다. 날씨가 맑고 구름이 적은 날에는 노고단 방향까지 바라볼 수 있다. 전각 주변의 작은 쉼터에 앉으면 산바람과 처마 끝 풍경 소리를 들으며 잠시 숨을 고를 수 있고, 바위 모양에 맞춰 층층이 세운 사성암 전각도 함께 바라볼 수 있다.

좁은 돌계단에서 지켜야 할 관람 수칙

기암절벽 사이로 그림처럼 들어선 사성암의 풍경. / ⓒ한국관광콘텐츠랩-배근한
기암절벽 사이로 그림처럼 들어선 사성암의 풍경. / ⓒ한국관광콘텐츠랩-배근한

사성암은 연중무휴로 운영하며 관람 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지만 절벽 위에 세워진 사찰이라 폭이 좁고 경사가 급한 계단이 많다. 샌들이나 굽이 높은 신발은 피하고 밑창이 잘 미끄러지지 않는 운동화나 트레킹화를 신어야 한다.

여름에는 계단과 바위길을 오르며 땀을 많이 흘릴 수 있어 생수와 모자, 양산을 챙긴다. 비가 내린 뒤에는 돌계단과 바위 표면이 미끄러워지므로 난간을 잡고 천천히 이동해야 한다. 

사성암 산책 뒤 찾는 구례 맛집 2곳

사성암을 둘러본 뒤 산 아래로 내려오면 구례에서 많이 먹는 다슬기 요리와 흑돼지 구이를 맛볼 수 있다. 가벼운 국물 음식이 당긴다면 읍내 방향에 있는 '토지다슬기식당'으로 향하면 된다. 섬진강 다슬기를 넣어 끓인 다슬기 수제비는 국물이 맑고 구수하며, 쫄깃한 수제비와 쌉싸름한 다슬기가 잘 어울린다. 새콤하고 매콤하게 무친 다슬기 무침을 곁들이면 산길을 걸은 뒤 입맛을 되찾기에도 괜찮다.

고기 요리를 먹고 싶다면 '지리산흑돼지식당'을 찾을 수 있다. 두툼하게 썬 흑돼지를 불판에 구운 뒤 묵은지와 함께 먹는 메뉴로, 고기의 고소한 맛과 잘 익은 김치의 새콤한 맛이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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