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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더위를 피해 서해안으로 떠나는 사람이 늘면서 충남 당진 장고항도 여름 나들이 장소로 관심을 받고 있다. 장고항은 일출과 일몰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항구로, 방파제 주변에 정박한 어선과 갈매기, 물이 빠진 뒤 드러나는 갯벌이 어촌 풍경을 만든다.
장고항을 찾으면 노적봉과 촛대바위를 먼저 둘러보게 되지만, 노적봉 뒤편 해안에는 겉에서 쉽게 보이지 않는 용천굴이 숨어 있다. 주차장에서 해안 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절벽 아래에 크게 뚫린 바위 입구가 보인다. 멀리에서는 평범한 바위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안쪽으로 깊게 이어진 동굴의 크기가 눈에 들어온다.
용천굴 안으로 들어서면 뜨거운 햇볕이 가려지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이 느껴진다. 양옆으로 높은 바위벽이 둘러서 있으며, 동굴 안쪽에서는 어두운 바위 사이로 장고항 바다와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바닷물과 해풍이 오랜 시간 깎아 만든 천연 해식동굴
용천굴은 사람이 바위를 뚫어 만든 곳이 아니라, 밀물과 썰물이 오가며 바위 틈을 넓히고 해풍이 표면을 깎아 만들어진 천연 해식동굴이다.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 입구를 바라보면 양쪽의 높은 바위벽 사이로 서해가 보인다.
어두운 바위 사이에는 푸른 바다와 여름 하늘이 자리하고, 수평선을 지나는 작은 어선도 함께 볼 수 있다. 바위 표면에는 오랜 시간 물결과 바람이 지나간 굴곡이 남아 있어 용천굴이 만들어진 과정을 짐작하게 한다. 거친 암벽 너머로 밝은 바다가 보여 동굴 안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게 된다.
용이 바위를 뚫고 하늘로 올랐다는 용천굴 이야기
용천굴 안쪽에서 고개를 들면 바위 사이로 하늘이 보이는 넓은 구멍을 확인할 수 있다. 옛사람들은 용이 바위를 뚫고 하늘로 올라간 자리라고 여겼으며, 이런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용천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동굴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위쪽 구멍과 바위틈을 지나며 낮은 소리를 낸다. 어두운 동굴 안에서 바람 소리를 들으며 열린 하늘을 바라보면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벽면 곳곳에는 파도와 바람에 깎인 굴곡이 남아 있어 천천히 살펴보며 걷기 좋다.
어두운 동굴 안으로 비스듬히 들어오는 햇빛
용천굴은 햇빛이 바위틈을 지나 동굴 안쪽까지 들어오는 시간대에 한층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위쪽으로 열린 구멍과 좁은 틈 사이로 빛이 비치면 어두웠던 바위 벽의 굴곡과 거친 표면이 눈에 들어온다.
햇빛이 바위틈을 지나 동굴 안으로 들어오면 밝게 비치는 곳과 짙은 그림자가 대비를 이루면서 내부의 깊이와 규모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안쪽에서 입구를 향해 카메라를 들면 어두운 암벽 사이로 바다와 하늘이 함께 담겨 용천굴의 전체 모습을 사진 한 장에 남길 수 있다.
온라인에 용천굴 사진이 알려진 뒤로 바위 사이에 빛이 들어오는 순간을 촬영하려는 방문객도 꾸준히 찾아온다. 다만 햇빛이 비치는 방향과 바닷물이 들어오는 높이에 따라 내부 모습이 크게 달라지므로, 출발 전 날씨와 조수 시간을 확인한 뒤 방문 일정을 정해야 한다.
주차장에서 나무데크를 따라 1분이면 만나는 용천굴
용천굴은 장고항 주차장에서 가까워 긴 산길을 걷지 않아도 된다. 충남 당진시 석문면 장고항리 625-10 일대의 무료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해안 쪽 나무데크를 따라가면 약 1분 만에 동굴 입구 부근에 도착한다.
산책로는 경사가 거의 없고 걷기 편하게 정비돼 있어 어린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나 오래 걷기 어려운 방문객도 부담을 덜 수 있다. 다만 동굴 가까이에는 바위와 젖은 바닥이 있어 입구에 다다르면 발밑을 살피며 천천히 이동한다.
용천굴을 안전하게 둘러보기 위한 물때 확인과 현장 수칙
용천굴을 찾기 전에는 '당진 장고항 물때표'를 검색해 간조 시각부터 확인한다.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간조 전후 1~2시간에는 동굴 바닥이 드러나 안쪽까지 걸어 들어가기 수월하며, 주변을 둘러보거나 사진을 남길 시간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당일 파도와 바람에 따라 물이 들어오는 속도가 달라질 수 있으니 현장 상황도 함께 살핀다.
물이 빠진 뒤에도 갯바위와 동굴 바닥에는 이끼와 해초가 남아 있어 쉽게 미끄러질 수 있다. 특히 물웅덩이를 피하려고 급하게 발을 옮기면 중심을 잃기 쉬우므로 바닥 상태를 살피며 천천히 걷는다. 여름철에도 샌들이나 슬리퍼는 피하고, 발을 감싸면서 밑창이 미끄럽지 않은 운동화를 신는 편이 안전하다.
동굴 안에서는 사진을 찍기 위해 물기가 남은 바위 위로 올라가거나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촬영하는 동안에도 바닷물이 들어오는지 계속 살피고,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바로 입구 밖으로 이동한다.
용천굴을 둘러본 뒤 들르기 좋은 장고항 식당 '선창어부횟집'
용천굴과 장고항 산책로를 둘러본 뒤에는 항구 주변에서 식사하며 쉬어갈 수 있다. '선창어부횟집'은 장고항에서 간재미무침과 물회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창가에 앉으면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다.
새콤하게 무친 간재미무침은 아삭한 채소와 쫄깃한 살이 어우러지고, 차가운 육수에 회와 채소를 넣은 물회는 더운 날 먹기 편하다. 용천굴 산책을 마친 뒤 장고항을 떠나기 전에 한 끼를 먹을 장소로 함께 들러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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