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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더투어
한낮 햇볕이 뜨거운 8월, 제주 동부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로 향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만장굴이 2년 5개월간의 휴장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열면서, 바깥 더위를 피해 서늘한 용암동굴을 걸으려는 방문객도 잇따르고 있다. 동굴 안은 한여름에도 차가운 공기가 감돌아 뜨거운 햇빛을 피하며 천천히 둘러볼 수 있다.
만장굴은 안전 문제와 낡은 시설 정비를 위해 문을 닫은 뒤 약 121억 원을 들여 내부 시설을 손봤다. 천장에서 돌이 떨어지는 사고를 막기 위한 그물망을 설치하고, 위험 구간에는 철제 보호 시설을 더했다. 탐방로 곳곳도 정비해 관람객이 용암동굴의 내부를 살펴보며 걷기 한결 편해졌다.
유모차와 휠체어로도 이동할 수 있는 평탄한 관람로
제2입구에서 용암석주까지 이어지는 약 1km 구간에는 목재 관람 데크가 설치돼 있다. 예전에는 용암이 굳으며 생긴 울퉁불퉁한 바닥을 그대로 걸어야 했고, 동굴 안의 습기 때문에 곳곳에 물이 고여 어린아이와 어르신이 이동하기 쉽지 않았다.
지금은 바닥이 고른 데크를 따라 동굴 안쪽까지 걸어갈 수 있으며, 양옆에는 손잡이와 난간도 설치돼 있다. 바닥의 높낮이가 줄어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유모차를 끄는 방문객도 관람 구간을 둘러볼 수 있다.
이끼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밝기를 낮춘 동굴 조명
탐방로 바닥과 함께 달라진 곳은 동굴 내부를 밝히는 조명이다. 예전에는 관람객이 길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밝은 조명을 사용했지만, 빛이 오래 닿은 바위에 이끼가 자라면서 표면이 녹색으로 덮이는 문제가 생겼다. 오랜 시간 햇빛이 닿지 않았던 동굴에 인공조명이 계속 켜지자 바위 표면도 서서히 훼손됐다.
정비 뒤에는 기존 전등을 밝기가 낮은 LED 조명으로 교체했다. 관람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빛을 줄여 이끼가 퍼지는 것을 막고, 동굴 안의 어두운 분위기도 유지했다. 입구에 들어섰을 때는 다소 어둡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잠시 지나 눈이 익으면 은은한 조명 아래로 암벽의 굴곡과 용암이 굳으며 생긴 표면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거문오름에서 흘러온 용암이 만든 거대한 지하 통로
만장굴은 거문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바다 쪽으로 흘러가며 만들어진 용암동굴이다. 전체 길이는 약 7.4km이며, 주 통로는 폭이 최대 18m, 높이가 23m에 이른다.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갈수록 천장이 높아지고 통로도 넓어져 동굴의 크기를 실감하게 된다.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며 이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과 세계지질공원에 이름을 올렸다. 동굴 벽면에는 용암이 지나간 높이를 보여주는 가로줄 모양의 용암유선이 남아 있고, 식어 굳은 용암이 벽면에 선반처럼 붙어 있는 용암선반도 볼 수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용암이 흘렀던 방향과 당시 동굴 내부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는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관람로 끝에서 만나는 높이 7.6m 용암석주
관람객이 걸을 수 있는 약 1km 탐방로 끝에는 높이 7.6m의 용암석주가 자리한다. 천장 틈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바닥에 쌓여 굳으면서 기둥 모양이 됐으며, 지금까지 세계에서 발견된 용암석주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관람 데크 끝에서 용암석주를 가까이 바라보면 바닥에서 천장까지 높게 솟은 기둥과 용암이 흘러내린 구멍을 함께 볼 수 있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용암석주를 살펴보고 사진을 남긴 뒤 걸어온 탐방로를 따라 입구로 돌아간다.
한여름에도 10~15도를 유지하는 만장굴 내부
8월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날에도 만장굴 안은 연중 10~15도 안팎을 유지한다. 입구 계단을 따라 내려갈수록 바깥의 뜨거운 공기가 멀어지고, 동굴 안에 머문 차고 습한 공기가 피부에 닿는다. 탐방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땀이 식을 만큼 서늘해 한여름 제주 여행 중 더위를 피하기에도 괜찮다.
만장굴에 얽힌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싶다면 현장에서 진행하는 무료 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부종휴 선생과 꼬마 탐험대가 짚신을 신고 횃불을 든 채 만장굴을 탐사했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해설을 따라 걷다 보면 용암이 지나간 자국과 바위 모양을 놓치지 않고 살펴볼 수 있다.
출발 전 확인해야 할 만장굴 관람 시간과 준비물
만장굴 탐방은 매표소를 지나 제2입구로 내려간 뒤 약 1km 길이의 데크를 따라 용암석주까지 걸어갔다가 같은 길로 돌아오는 코스다. 동굴 내부를 살펴보고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걸어도 전체 관람에는 4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은 오후 5시 10분에 마감한다. 매월 첫째 주 수요일에는 시설 점검으로 문을 닫고, 입장료는 성인 4000원, 청소년과 어린이 2000원이다.
여름이라도 동굴 안은 10~15도 안팎을 유지해 반소매와 반바지 차림으로 오래 머물면 추위를 느낄 수 있다. 바깥 기온이 높더라도 얇은 긴소매 겉옷을 준비해 안에서 걸칠 수 있도록 한다.
탐방로에 데크가 설치돼 있지만 습기가 많은 동굴 안에는 물기가 남은 곳이 있어 굽이 높은 신발이나 샌들은 피하는 게 안전하다.
만장굴 관람 뒤 들르기 좋은 구좌읍 식당과 카페
만장굴 관람을 마친 뒤 구좌읍 해안도로로 이동하면 전복 요리로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다. '명진전복'에서는 전복돌솥밥과 전복구이를 판매하며, 돌솥밥을 덜어낸 뒤 남은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숭늉으로 마무리된다. 서늘한 동굴에서 오랫동안 걸은 뒤 따뜻한 밥과 숭늉으로 몸을 녹일 수 있다.
해산물이 들어간 면 요리를 찾는다면 인근 '해녀촌'에 들를 수 있다. 회국수는 회와 채소, 양념을 면에 비벼 먹는 메뉴이며, 성게국수는 성게가 들어간 국물과 면을 함께 먹는다. 식당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어 구좌 해안 풍경을 보며 식사할 수 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세화해변 앞 '카페 한라산'에서 커피와 당근 케이크를 먹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구좌읍에서 재배한 당근으로 만든 케이크는 커피와 함께 주문하기 좋으며, 창가와 야외 자리에서는 세화해변을 바라볼 수 있다. 만장굴 관람 뒤 구좌 해안도로를 따라 이동하며 제주 동부 일정을 마무리하기에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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