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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군 화개면 지리산 자락에는 화개동천을 따라 맑은 계곡물이 흐른다. 한여름에도 울창한 숲이 햇볕을 가려주고 물소리가 가까이 들려 산길을 걷는 동안 더위를 잠시 잊게 된다. 굽은 길을 따라 계곡 안쪽으로 들어가면 나무 사이로 쌍계사 전각이 보이기 시작한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본사인 쌍계사는 43개 말사와 4개 암자를 두고 있다. 지리산 계곡과 화개장터를 함께 둘러보는 여행객이 자주 찾는 사찰이며, 경내 전각과 주변 지역은 1974년 경남 기념물로 지정됐다.
호랑이가 이끈 자리에서 시작된 쌍계사 창건 이야기
쌍계사의 시작은 통일신라 성덕왕 때인 723년으로 올라간다. 의상의 제자였던 삼법 스님은 당나라 유학을 마치고 신라로 돌아오기 전, 육조혜능의 정상인 머리를 삼신산의 눈 덮인 계곡 가운데 꽃이 피는 곳에 모시라는 꿈을 꿨다. 삼법 스님은 꿈에서 들은 말에 따라 육조혜능의 머리를 모시고 신라로 돌아왔다.
삼법 스님은 한라산과 금강산을 돌며 꿈에서 본 장소를 찾았지만 눈이 남은 계곡에 꽃이 피는 곳은 쉽게 만나지 못했다. 오랜 시간 산을 찾아다닌 끝에 지리산에 들어섰고, 숲에서 나타난 호랑이가 꼬리를 흔들며 앞장서기 시작했다. 호랑이를 따라 산길을 걷다 도착한 곳이 지금의 쌍계사 금당 자리였다.
삼법 스님은 주변을 살핀 뒤 꿈에서 본 곳과 같다고 여겨 육조혜능의 머리를 땅에 모시고 건물을 세웠다. 절 이름은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이라는 뜻을 담아 옥천사라 지었다. 이후 옥천사는 쌍계사로 이름을 바꿔 지금까지 이어졌다.
왕복 4.8km 산길 끝에서 만나는 불일폭포와 다시 세운 쌍계사
쌍계사 주차장에서 불일폭포 조망대까지 다녀오는 탐방로는 왕복 4.8km로, 걷는 데 보통 2시간에서 2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지리산 깊숙한 곳에 있는 불일폭포는 약 60m 높이의 절벽에서 물이 떨어진다. 울창한 숲과 높은 암벽 사이로 긴 물줄기가 쏟아지는 곳이며, 국가 명승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쌍계사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불을 질러 경내 건물 대부분이 사라졌다. 한동안 폐허로 남아 있던 사찰은 1632년 인조 때 벽암 스님이 다시 세우기 시작했다. 당시 중건한 전각은 이후 여러 차례 보수를 거쳤으며, 현재 쌍계사 경내에서 볼 수 있는 건물들도 이때 마련된 터와 배치를 중심으로 남아 있다.
보물 대웅전과 경내 곳곳에 남은 문화유산
쌍계사 경내를 걷다 보면 진감선사 대공탑비를 비롯해 여러 보물과 지정 문화유산을 차례로 만난다. 가운데 자리한 대웅전은 1968년 보물로 지정됐으며, 처마와 기둥에 남은 단청과 목조 장식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대웅전 주변에는 응진전과 노전, 청학루가 놓여 있고, 1974년 경남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명부전과 팔상전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사찰 입구에서 대웅전으로 오르는 길에도 오래된 건물과 문화유산이 이어진다. 천왕문과 금강문, 일주문, 대방은 1974년 유형문화재로 지정됐고, 같은 해 나한전과 육조정상탑전도 유형문화재에 포함됐다. 적묵당과 마애여래좌상은 1983년 문화유산자료로, 설선당은 1985년 문화재자료로 각각 지정받았다.
경내 안쪽에는 삼법 스님이 모셔 온 육조혜능의 초상화를 안치한 칠층 규모의 육조정상탑이 있다. 가까운 곳에서는 1963년 보물로 지정된 승탑과 1972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석등도 볼 수 있고, 1979년 지정된 불경 목판까지 남아 있어 쌍계사가 지나온 시간을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1000년 세월을 견딘 사천왕수와 산속 암자
쌍계사 대웅전에서 숲길을 따라 약 500m 오르면 부속 암자인 국사암에 이른다. 경사가 있는 산길 끝에서 암자 뜰로 들어서면 굵은 줄기에서 넓은 가지를 뻗은 사천왕수가 한가운데 서 있다. 진감국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땅에 꽂자 뿌리가 내리고 잎이 돋았다는 이야기를 간직한 느릅나무로, 수령은 1000년이 넘는다고 한다. 여름에는 푸른 잎이 가지마다 무성하게 자라 뜰 한쪽에 넓은 그늘을 만든다.
국사암을 둘러본 뒤 조금 더 오르면 불일암에 닿는다. 원효 스님과 의상 스님이 도를 닦았다고 전해지는 곳으로, 1205년에는 보조국사 지눌도 이곳에 머물렀다.
벌레 기피제와 편안한 신발을 챙기는 여름 쌍계사 관람법
여름철 쌍계사를 찾을 때는 옷차림과 신발부터 살펴야 한다. 주차장에서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까지 오르는 길에는 경사와 돌계단이 많아 숲 그늘 아래에서도 금세 땀이 난다. 바람이 잘 통하는 얇은 옷을 입고 밑창이 미끄럽지 않은 운동화를 신으면 돌길과 계단을 걷기 편하다.
산모기와 날벌레가 많은 시기에는 얇은 긴소매 겉옷과 벌레 기피제도 챙겨야 한다. 경내 전각과 국사암까지 둘러보면 1시간 30분 넘게 걸을 수 있어 생수를 준비해 틈틈이 마시는 편이 좋다.
쌍계사를 둘러본 뒤 찾기 좋은 하동 식당 2곳
쌍계사 경내와 숲길을 오래 걸은 뒤에는 화개면과 섬진강 주변 식당에서 따뜻한 음식으로 허기를 채울 수 있다. 참게탕과 은어튀김, 재첩국처럼 하동에서 많이 먹는 메뉴가 있어 사찰 관람 뒤 늦은 점심이나 저녁 식사로 이어가기 좋다.
얼큰한 국물이 생각날 때는 '쉬어가기좋은날식당'에서 참게탕을 맛볼 수 있다. 참게를 넣고 푹 끓인 국물과 은어튀김을 함께 판매해 따뜻한 탕과 바삭한 생선 요리를 한자리에서 먹을 수 있다.
섬진강 재첩 요리가 궁금하다면 '혜성식당'에서 재첩국과 재첩회무침을 주문할 수 있다. 맑게 끓인 재첩국은 담백하고, 재첩회무침은 채소와 양념을 곁들여 새콤하고 매콤한 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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