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조망에 막혔던 곳인데…" 24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온 56만㎡ 부산 바다 숲
소나무 숲과 푸른 바다 사이를 잇는 암남공원의 운치 있는 구름다리. / 비짓부산
소나무 숲과 푸른 바다 사이를 잇는 암남공원의 운치 있는 구름다리. / 비짓부산

8월 부산 도심은 한낮 더위가 거세지만, 남포동에서 자동차로 약 4km 달리면 바닷바람이 부는 암남공원에 닿는다. 부산 서구 암남동 산193 일대에 있는 암남공원은 56만 2500㎡ 규모로, 암남반도 남쪽 해안을 따라 숲길과 전망 구간이 길게 뻗어 있다. 

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울창한 소나무가 햇볕을 가리고,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한낮 더위를 식혀준다. 숲길을 따라 해안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나무 사이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고, 전망이 트인 곳에서는 암남공원 앞바다가 넓게 펼쳐진다. 

24년 만에 열린 56만 2500㎡ 암남공원

탁 트인 송도 바다와 하늘 위 케이블카를 조망하며 걷는 해안 산책로. / 비짓부산
탁 트인 송도 바다와 하늘 위 케이블카를 조망하며 걷는 해안 산책로. / 비짓부산

암남공원은 1972년 12월 30일 건설부 고시로 공원에 지정됐지만, 군사보호구역에 포함돼 오랫동안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었다. 출입이 통제된 사이 해안 절벽과 소나무 숲, 바닷가에서 자라는 식물이 훼손을 피했고, 1996년 4월 5일 철조망을 걷어낸 뒤 시민에게 문을 열었다. 공원 지정 후 24년이 지나서야 부산 앞바다와 숲길을 함께 둘러볼 수 있게 된 셈이다.

부산시는 사업비 34억 원을 들여 바다 전망대와 구름다리, 산책로, 광장, 야외공연장, 주차장 등을 마련했다. 예전에 ‘혈청소 입구’로 불렸던 진입로 주변에서는 산책로를 만들던 중 빗살무늬토기와 조개껍데기가 쌓인 패총 등 신석기시대 유물이 발견됐다. 암남공원 일대가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바다 가까이에서 생활하던 터전이었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됐다.

송도해수욕장에서 출발해 암남공원을 돌아오는 4개 구간 해안 산책로

나무 그늘이 햇빛을 가려줘 호젓하게 산책하기 좋은 숲속 탐방로. / 비짓부산
나무 그늘이 햇빛을 가려줘 호젓하게 산책하기 좋은 숲속 탐방로. / 비짓부산

송도해안볼레길은 송도해수욕장 현인광장에서 출발해 암남공원 숲길을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오는 순환 코스다. '볼레길'이라는 이름은 우리말 '보다'와 '둘레길'을 합쳐 만들었으며, 남쪽 바닷길과 태고의 숲길, 아홉 구비 길, 추억 속의 길 등 4개 구간으로 나뉜다. 바다 가까이 걷는 길부터 숲이 짙은 구간까지 차례로 지나게 돼 한 코스 안에서 암남공원의 해안과 숲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송도해수욕장 끝에서 암남공원으로 향하면 해안선을 따라 설치된 철제 데크가 나온다. 데크 아래로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고, 고개를 들면 송도 앞바다와 남항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길목에는 부산비엔날레 조각 작품도 놓여 있어 바다를 바라보며 걷다가 잠시 멈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1억 년 전 퇴적암 절벽 따라 걷는 해안 데크길

 수억 년 전 만들어진 기암절벽과 파도를 곁에 두고 걷는 해안 데크길. / 비짓부산
 수억 년 전 만들어진 기암절벽과 파도를 곁에 두고 걷는 해안 데크길. / 비짓부산

송도해안볼레길을 따라 암남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바다와 맞닿은 퇴적암 절벽이 모습을 보인다. 약 1억 년 전 쌓인 암석이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에 깎이면서 층마다 다른 무늬를 남겼고, 해안에 설치된 철제 데크에서는 절벽의 단면을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다. 발아래에서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고, 시선을 바다 쪽으로 돌리면 송도 앞바다와 멀리 떠 있는 어선이 함께 보인다.

절벽 아래에는 둥근 돌이 깔린 작은 몽돌해변도 자리한다. 몽돌 사이로 밀려든 바닷물이 빠져나갈 때마다 돌 구르는 소리가 들리며, 여름에는 해변 가까이에서 바닷바람을 맞거나 물에 발을 담그는 사람도 볼 수 있다. 해안길 곳곳에는 구름다리와 전망대가 설치돼 소나무 사이로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으며, 데크를 따라 걸음을 옮길 때마다 절벽과 바다가 다른 각도로 펼쳐진다.

해안 데크 지나 소나무 그늘로 들어가는 암남공원 숲길

울창한 솔숲 아래 산책로와 휴식 공간, 예술 조각품이 한데 어우러진 경내 풍경. / 비짓부산
울창한 솔숲 아래 산책로와 휴식 공간, 예술 조각품이 한데 어우러진 경내 풍경. / 비짓부산

철제 데크가 놓인 해안 구간을 지나 공원 안쪽으로 들어서면 소나무가 우거진 숲길이 시작된다. 산책로는 행복길과 사색길, 도전길, 바라기길 등 네 구간으로 나뉘며, 흙길을 따라 걷는 동안 짙은 솔향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나뭇가지가 한여름 햇볕을 가려 해안길에서 달아오른 몸을 식히며 걷기에도 알맞다.

숲길 전체를 둘러보는 데는 약 1시간이 걸리며, 오르막과 내리막이 나오는 구간마다 팔각정자와 벤치가 놓여 있다. 걷다가 땀이 나면 그늘 아래 잠시 앉아 쉬어갈 수 있고, 나무 사이로 바다가 보이는 지점에서는 송도 앞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다.

감천항 무역선과 오륙도까지 보이는 두도전망대

암남공원 숲길을 따라 남쪽 끝까지 걸으면 절벽 위에 세워진 두도전망대에 닿는다. 나무가 우거진 길을 빠져나와 전망대에 서면 바다 건너 작은 무인도 두도가 가장 먼저 보인다. 섬에는 하얀 등대가 세워져 있고 사람의 출입이 제한돼 바닷새가 쉬거나 둥지를 트는 모습을 멀리서 살펴볼 수 있다.

전망대 망원경으로는 가까운 두도뿐 아니라 영도와 오륙도 방향까지 바라볼 수 있다. 서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감천항에 정박한 대형 무역선과 항만 시설이 펼쳐져 송도 앞바다와는 다른 부산 항구의 모습을 만난다. 전망대 아래 갯바위에는 낚시를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절벽과 바위가 가파르기 때문에 지정된 산책로와 전망 구역 안에서 둘러봐야 한다.

8월 땡볕 피하고 미끄럼 사고 줄이는 해안 산책 수칙

넓은 바다와 섬 풍경을 시원하게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 / 비짓부산
넓은 바다와 섬 풍경을 시원하게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 / 비짓부산

8월 암남공원을 걸을 때는 한낮 더위와 높은 습도부터 살펴야 한다. 통풍이 잘되는 가벼운 옷을 입고 생수를 챙겨 수시로 마시며, 볕이 강한 낮 12시부터 오후 3시 사이는 긴 산책을 피하는 편이 좋다. 숲길에는 모기와 벌레가 나타날 수 있어 얇은 긴소매 옷과 벌레 기피제도 함께 준비하면 걷는 동안 불편을 덜 수 있다.

해안 철제 데크와 몽돌해변 주변 바위에는 파도에 튄 물과 이끼가 남아 미끄러운 구간이 생긴다. 슬리퍼나 바닥이 평평한 샌들보다 밑창이 잘 미끄러지지 않는 트레킹화나 등산화를 신어야 발을 헛디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구름다리와 전망대에서는 난간 밖으로 몸을 내밀지 말고, 벼랑 끝에 설치된 안전선도 넘지 않아야 한다. 사진을 찍을 때도 정해진 데크와 전망 구역 안에서 멈춰 서서 주변을 살핀 뒤 촬영하는 편이 안전하다.

암남공원 산책 뒤 찾는 송도 해안가 음식

암남공원 산책을 마친 뒤에는 공원 주차장 주변 조개구이촌으로 자리를 옮겨 식사할 수 있다. 가리비와 키조개를 연탄불에 구워 먹고 치즈를 얹은 조개구이까지 함께 주문하면, 바닷바람을 맞으며 오래 걸은 뒤 여럿이 둘러앉아 허기를 채우기 좋다.

산책 뒤 따뜻한 국물이 생각난다면 송도해수욕장 주변에서 대구탕을 맛볼 수 있다. 맑은 국물과 두툼한 대구살로 속을 든든하게 채울 수 있고, 밥과 생선구이를 먹고 싶은 날에는 해안도로 주변 백반집에서 노릇하게 구운 고등어와 밑반찬이 차려지는 고등어구이 정식을 고르면 된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