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길입니다…" 1500년 세월 품은 왕복 4.1km 숲길
울창한 숲과 완만한 흙길이 시작되는 하늘재 탐방로 입구. / 한국관광공사
울창한 숲과 완만한 흙길이 시작되는 하늘재 탐방로 입구. / 한국관광공사

월악산 자락으로 들어서면 울창한 숲 사이로 완만한 고갯길이 길게 뻗어 있다. 충북 충주시에서 경북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까지 이어지는 하늘재로, 거친 바위와 가파른 오르막이 많은 월악산 산행 코스와 달리 흙길을 따라 천천히 걸을 수 있다.

길 양옆으로 활엽수와 굵은 소나무가 빽빽하게 자라 한낮에도 그늘이 넓게 드리워지고, 여름철에도 뜨거운 햇볕을 피해 숲길을 걷기 좋다.

문헌에 남은 가장 오래된 고갯길, 1800년 전 계립령의 흔적

미륵대원지와 하늘재 방향을 정갈하게 안내하는 나무 이정표와 석등. / 한국관광공사
미륵대원지와 하늘재 방향을 정갈하게 안내하는 나무 이정표와 석등. / 한국관광공사

하늘재는 지금도 흙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산길이지만, 길을 따라가다 보면 1800년 넘게 이어져 온 오랜 역사를 함께 만날 수 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아달라왕 3년인 서기 156년 계립령을 열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당시 계립령이 지금의 하늘재에 해당한다. 

조선시대 문경새재가 주요 통로로 자리 잡기 전까지 하늘재는 영남 지역과 한강 유역을 오가는 길목으로 이용됐다. 삼국시대에는 고구려와 백제, 신라가 주변 지역을 두고 치열하게 맞섰고,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길로도 오랫동안 쓰였다.

이후 문경새재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하늘재를 지나는 발길은 예전보다 줄었지만, 산속 고갯길은 큰 포장 공사를 거치지 않아 지금도 흙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거대한 돌부처가 숲길의 시작을 알리는 미륵대원지

하늘재로 향하는 길은 충주 미륵대원지에서 시작한다. 숲길에 들어서기 전 넓은 절터를 먼저 둘러볼 수 있는데, 옛길을 오가던 사람들이 머물던 사찰과 원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절터에는 보물로 지정된 충주 미륵리 석조여래입상을 포함해 오층석탑과 팔각석등, 거북 모양의 귀부 등 여러 석조유물이 자리하고 있다.

미륵대원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북쪽을 바라보고 서 있는 거대한 석조여래입상이다. 국내 석불 가운데 북쪽을 향한 모습이 드문 데다 주변에 옛 절터와 석탑, 석등이 함께 남아 있어 하늘재를 걷기 전 둘러보기 좋다. 오래전 이 길을 오가던 사람들은 먼 길을 떠나기 전 사찰에 들러 무사히 고개를 넘기를 빌었고, 미륵대원지는 당시 하늘재를 오가던 사람들의 발길과 함께 오랜 시간을 지나왔다.

가파른 계단과 거친 바위 없이 걷는 왕복 4.1km 흙길

미륵대원지에서 하늘재 정상까지 걷는 길은 가파른 산을 오르는 등산보다는 숲속을 천천히 걷는 트레킹에 가깝다. 출발점에서 고갯마루까지 경사가 완만한 편이고 긴 계단이나 거친 바위 구간도 많지 않아 평소 산행을 자주 하지 않는 사람도 비교적 편하게 걸을 수 있다.

탐방로는 흙과 낙엽이 깔린 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발밑이 딱딱한 포장도로가 아니어서 걷는 내내 부담이 크지 않고, 오르막도 서서히 높아져 속도를 늦춰 걷다 보면 어느새 하늘재 고갯마루에 닿는다. 울창한 나무가 길을 둘러싸고 있어 한낮에도 그늘 아래를 걷는 구간이 많고, 중간에 잠시 쉬거나 숲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둘러보기에도 좋다.

미륵대원지에서 하늘재 정상까지 약 2km를 걷고 같은 길로 돌아오면 전체 거리는 약 4.1km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며 걸어도 왕복 2시간 안팎이면 출발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 

겹겹이 드리운 나뭇잎 아래 걷는 여름 하늘재 숲길

숲길 진입로에 세워진 하늘재 표지석과 갈림길 이정표 풍경. / 한국관광공사
숲길 진입로에 세워진 하늘재 표지석과 갈림길 이정표 풍경. / 한국관광공사

여름철 하늘재 탐방로는 길 양옆으로 떡갈나무와 신갈나무 같은 활엽수와 굵은 소나무가 빽빽하게 자라 있다. 나뭇가지가 길 위까지 뻗어 있어 한낮에도 햇볕을 바로 받는 구간이 적고, 미륵대원지에서 하늘재까지 약 2km를 걷는 동안 대부분 나무 아래로 이동할 수 있다. 

숲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도 줄어들고 나무 사이로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고, 길의 경사도 크지 않아 서둘러 정상에 오르기보다 주변을 천천히 살펴보며 걷기 좋다.

백두대간 능선에 닿은 뒤 같은 길로 돌아오는 왕복 코스

하늘재의 역사와 주요 탐방 코스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연관찰로 안내판. / 한국관광공사
하늘재의 역사와 주요 탐방 코스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연관찰로 안내판. / 한국관광공사

완만한 흙길을 따라 걷다 보면 충북 충주와 경북 문경의 경계에 자리한 하늘재 정상에 닿는다. 백두대간 능선이 지나는 고갯마루에는 이를 알리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고, 주변으로 포암산과 이어진 산줄기도 바라볼 수 있다. 

정상을 지나 문경 방향으로 내려가면 길은 미륵대원지에서 올라온 흙길과 달리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바뀐다. 하늘재 숲길을 가볍게 걷는 일정이라면 고갯마루에서 다시 방향을 돌려 미륵대원지로 내려가는 왕복 코스로 잡는 편이 편하다. 올라올 때 지나온 숲길을 다시 걸어 내려가며 한낮의 햇볕도 피할 수 있다.

비 온 뒤 미끄러운 흙길과 벌레에 대비하는 여름 산행 준비

백두대간 능선 고갯마루 정상에 세워진 '백두대간 하늘재' 표지석. / 한국관광공사
백두대간 능선 고갯마루 정상에 세워진 '백두대간 하늘재' 표지석. / 한국관광공사

하늘재는 완만한 흙길이 많아 걷기 어렵지 않지만, 여름에는 비가 내린 뒤 길이 미끄러워질 수 있다. 나무가 울창해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구간이 많고 습기도 쉽게 남아 흙길과 돌, 밖으로 드러난 나무뿌리에 물기가 오래 머문다. 특히 비가 그친 직후에는 발을 잘못 디디면 미끄러질 수 있어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운동화나 트레킹화를 신고 걷는 편이 좋다.

숲이 깊은 만큼 여름에는 모기와 벌레도 자주 만날 수 있다. 얇은 긴소매 옷과 긴바지를 입으면 피부 노출을 줄일 수 있고, 모기 기피제도 미리 챙겨두면 걷는 동안 한결 편하다. 

하늘재 걷고 난 뒤 들르기 좋은 수안보 먹거리

미륵대원지와 하늘재 숲길을 둘러본 뒤에는 수안보 온천 지구로 이동해 식사를 할 수 있다. 수안보 일대에서는 꿩요리를 내는 식당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꿩 샤부샤부부터 만두와 육회, 불고기까지 여러 메뉴를 한 상에서 맛볼 수 있는 곳도 있다. 담백한 고기 요리를 찾는다면 하늘재 산행 뒤 한 끼 메뉴로 고르기 좋다.

따뜻한 국물이 생각날 때는 직접 콩을 갈아 끓여 내는 촌두부 전골도 잘 어울린다. 부드러운 손두부에 버섯과 채소를 넣고 끓여 담백하게 먹을 수 있어 가족과 함께 찾기에도 부담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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