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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군 고금도는 배 시간을 맞춰 들어가던 섬에서 벗어나 차로 편하게 오갈 수 있는 여행지가 됐다. 강진 마량항에서 국도 77호선을 따라 고금대교를 건너면 낮은 산자락과 유자밭, 바다를 끼고 자리한 마을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섬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넓은 들판과 작은 포구가 나타나고, 해안도로에서는 고기잡이배가 떠 있는 바다와 크고 작은 섬들을 바라보며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다리로 육지와 연결된 덕분에 배편을 기다릴 필요 없이 원하는 시간에 들어가 하루 일정으로 둘러보기에도 편하다. 고금도에는 청동기 시대 고인돌을 비롯해 조선 수군의 전투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장소와 산자락에 자리한 사찰도 남아 있다.
뱃길 40분을 5분으로 줄인 고금대교
고금도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강진 마량항과 섬을 잇는 고금대교다. 1999년 착공해 8년여의 공사를 거친 뒤 2007년 6월 29일 개통했으며, 길이 760m의 왕복 2차로 교량이 마량과 고금도 사이 바다를 가로지른다. 고금대교가 놓이기 전에는 사람과 차량 모두 배를 타고 건너야 했지만, 다리가 열린 뒤에는 차를 타고 곧바로 섬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배로 약 40분이 걸리던 마량과 고금도 사이 이동 시간도 고금대교 개통 뒤 5분 안팎으로 크게 줄었다. 배편을 기다리거나 차량을 배에 싣는 절차가 사라졌고, 마지막 배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섬을 빠져나올 일도 없어졌다. 여행객도 원하는 시간에 고금도로 들어가 해안도로와 포구를 둘러본 뒤 다시 마량으로 나올 수 있어 하루 일정으로 움직이기 한결 편하다.
고금대교를 건너는 짧은 시간에도 양옆으로 마량 앞바다와 섬들이 펼쳐진다. 다리를 건너 고금도에 들어서면 해안 가까이 자리한 마을과 들판이 차례로 나타나며 섬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발길 닿는 곳마다 만나는 청동기 시대 거석 무덤
고금대교를 건너 섬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고금도가 품고 있는 오래된 흔적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고금면 가교리와 청용리, 덕암리 일대에는 청동기 시대 무덤인 지석묘가 여러 곳에 모여 있으며, 완도 고금도 지석묘군은 5개 구역에 걸쳐 1만 3186㎡ 규모로 남아 있다. 섬 지역에서 보기 드물 만큼 많은 지석묘가 한곳에 모여 있어 2005년 전남 기념물 제231호로 지정됐고, 지금도 보호·관리되고 있다.
고금도 일대 지석묘에서는 마제석검과 칼돌, 대팻날 등의 석기가 발견됐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에서도 내륙에서 쓰던 석기와 비슷한 유물이 나온 점을 보면 청동기 시대에도 고금도와 내륙 사이에 사람과 문화가 오갔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넓은 들판과 낮은 구릉 사이에 자리한 고인돌을 따라 걷다 보면 지금의 섬 풍경 속에서 수천 년 전 사람들이 남긴 무덤 유적을 함께 마주하게 된다.
고인돌은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청동기 시대 무덤인 만큼 관람할 때도 조심해야 한다. 거대한 덮개돌 위에 올라가거나 기대어 사진을 찍기보다 마련된 길을 따라 천천히 둘러보는 편이 좋다.
정유재란 마지막 해전 앞두고 조명 연합수군 머문 묘당도
고금도 북서쪽 묘당도로 향하면 정유재란 막바지 조명 연합수군이 머물렀던 완도 묘당도 이충무공 유적을 만날 수 있다. 이순신은 1598년 2월 17일 고금도에 수군 본영을 설치했고,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도 이곳에 합류했다. 같은 해 진린은 전쟁에서 이기기를 기원하며 관우를 모신 관왕묘를 세웠다. 지금 유적에는 정전과 동무·서무, 동재·서재, 관왕묘비, 내삼문·중삼문·외삼문, 홍살문 등이 남아 있어 당시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관왕묘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훼손됐고, 해방 뒤 고금도 유림이 옛 자리에 사당을 다시 세워 현판을 충무사로 바꿨다. 정전에는 이순신을 모셨으며 1959년에는 당시 가리포 첨사였던 이영남을 동무에 모셨다.
노량해전 뒤 이순신 유해가 10여 일 머문 월송대
충무사 뒤편으로 걸음을 옮기면 소나무가 우거진 월송대를 만날 수 있다. 노량해전에서 순국한 이순신 장군의 유해를 충남 아산으로 옮기기 전 10여 일 동안 모셨던 곳이다. 전투를 마치고 돌아온 장군의 유해가 머물렀던 자리라는 사연이 전해지면서 충무사와 함께 둘러보는 장소로 꼽힌다.
월송대와 충무사를 둘러보기 전에는 가까운 완도이순신기념관에 들러 당시 이야기를 먼저 살펴볼 수 있다. 기념관 1층에는 기획전시관과 영상관, 체험관이 마련돼 있고 2층에서는 고금도를 중심으로 펼쳐진 이순신의 활동을 소개한다.
조선과 명나라 수군이 고금도에 머물렀던 당시 상황을 살펴본 뒤 충무사와 월송대로 이동하면 장소마다 남아 있는 이야기를 이해하기 한결 쉽다. 방문 날짜에 따라 운영 시간이 달라질 수 있어 출발 전 완도군 안내 페이지에서 개관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바다 건너 신지도와 완도읍까지 이어지는 장보고대교
고금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바다 위에 길게 놓인 장보고대교가 모습을 드러낸다. 2017년 개통한 장보고대교는 고금도와 신지도를 잇는 교량으로, 두 섬 사이를 차량으로 바로 오갈 수 있게 됐다. 다리를 건넌 뒤 신지도를 지나 신지대교까지 달리면 완도읍으로 들어갈 수 있어 강진 마량에서 고금도와 신지도를 거쳐 완도 본섬까지 차로 이동할 수 있다.
장보고대교를 건너는 동안에는 양옆으로 완도 앞바다와 크고 작은 섬들이 펼쳐져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도 좋다. 신지도에 들어서면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으로 이동할 수 있고, 신지대교를 건너 완도읍으로 들어가면 완도타워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섬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줄 든든한 지역 맛집 2곳
고금도의 고인돌과 충무사, 월송대, 해안도로까지 둘러봤다면 이제 식사 장소를 정할 차례다. 섬 안에서 따뜻한 국물로 배를 채울 수도 있고, 고금대교를 건너 강진 마량항으로 넘어가 해산물 메뉴를 맛볼 수도 있어 돌아가는 방향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강진 쪽으로 이동한다면 마량항 인근의 '마량회타운'을 찾을 수 있다. 회정식과 된장물회, 회덮밥, 장어주물럭 등을 판매하며, 항구 가까이에 자리해 고금도 일정을 마친 뒤 들르기 좋다. 바다를 바라보며 회와 물회처럼 마량항에서 많이 찾는 메뉴로 한 끼를 채울 수 있다.
섬을 벗어나기 전 따뜻한 국물이 생각난다면 고금면 고금동로에 있는 '금강식당'도 있다. 곰탕을 판매하고 차량을 세울 공간도 마련돼 있어 충무사와 고금면 일대를 둘러본 뒤 식사 장소로 잡기 좋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고금대교 쪽으로 이동하거나 섬 안의 다음 장소로 바로 향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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