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숲 전체가 천연기념물…" 200년 넘게 마을 지킨 800m 왕버들길 군락지
삼태천을 따라 왕버들 노거수들이 800m 물길을 따라 길게 숲을 이루는 삼태마을숲 전경. / 고창군
삼태천을 따라 왕버들 노거수들이 800m 물길을 따라 길게 숲을 이루는 삼태마을숲 전경. / 고창군

전북 고창군 성송면 삼태마을에는 삼태천을 따라 길게 뻗은 삼태마을숲이 있다. 삼태마을숲은 2025년 9월 국가지정 자연유산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며, 마을 앞 하천을 따라 오래된 왕버들이 줄지어 자라고 있다. 여름에는 넓게 뻗은 가지가 숲길 곳곳에 그늘을 만들고, 바로 옆으로 삼태천 물길이 지난다.

숲길에 들어서면 수령 200년 안팎의 왕버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부 나무는 줄기 둘레가 3m를 넘을 정도로 굵으며, 넓게 퍼진 가지가 숲길 위를 덮고 있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심은 숲

오랜 세월 하천변을 따라 울창하게 뿌리내린 왕버들 군락. / 고창군
오랜 세월 하천변을 따라 울창하게 뿌리내린 왕버들 군락. / 고창군

삼태마을이라는 이름은 고려시대 윤씨와 유씨, 하씨 성을 가진 세 정승이 마을에 터를 잡고 살았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1922년에 편찬된 전선무장읍지에도 삼태마을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으며, 마을 뒷산에서 내려다보면 마을 터가 물 위에 떠 있는 돛단배처럼 보인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마을 사람들은 비가 많이 내려 삼태천 물이 불어나면 배 모양의 마을이 물에 떠내려갈 수 있다고 여겼다. 배를 묶어두는 말뚝처럼 나무가 마을을 지켜줄 것이라 믿어 하천 양쪽 둑을 따라 직접 나무를 심었고, 오랜 세월 가꾸면서 지금의 삼태마을숲이 만들어졌다. 

19세기 조선시대에 제작된 전라도무장현도에도 삼태마을 주변 숲이 그려져 있다. 지금 볼 수 있는 왕버들 숲이 오래전부터 마을과 삼태천 사이를 따라 자리해 왔다는 점을 고지도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200년 된 왕버들이 줄지어 선 국내 최대 규모 군락지

목교 위에서 바라본 수령 200년 왕버들의 그늘과 푸르른 들녘 산책로. / 고창군
목교 위에서 바라본 수령 200년 왕버들의 그늘과 푸르른 들녘 산책로. / 고창군

삼태마을숲에서는 삼태천을 따라 약 800m 구간에 걸쳐 왕버들 군락을 볼 수 있다. 국내에 남아 있는 왕버들 군락 가운데 규모가 큰 곳으로, 수령 200년 안팎의 왕버들 노거수 95그루가 자라고 있다. 왕버들뿐 아니라 팽나무와 곰솔, 상수리나무, 버드나무 등 12종 224그루의 나무가 하천 주변을 채우고 있다.

왕버들은 같은 숲에서도 자란 모습이 조금씩 다르다. 하천 쪽으로 굵은 가지를 길게 뻗어 물가 위를 덮은 나무가 있는가 하면, 줄기가 위로 높게 자란 나무도 볼 수 있다. 오래된 나무는 줄기가 굵고 가지가 넓게 퍼져 여름이면 숲길 위로 넓은 그늘을 만든다. 

천연기념물 지정 뒤 이름표 달아준 삼태마을 주민들

맑은 하늘 아래 정갈한 연못과 푸른 수목이 어우러진 천연기념물 삼태마을숲의 평화로운 풍경. / 고창군
맑은 하늘 아래 정갈한 연못과 푸른 수목이 어우러진 천연기념물 삼태마을숲의 평화로운 풍경. / 고창군

삼태마을숲은 2014년 제15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2025년 9월에는 국가지정 자연유산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앞서 전라북도 기념물 제117호로 관리됐던 숲은 천연기념물 지정 뒤 국가 차원의 보호와 관리를 받고 있다.

천연기념물 지정 기념행사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숲에 자라는 오래된 나무에 직접 이름표를 달았다. 주민들이 오랜 세월 왕버들과 숲을 지켜온 이야기도 함께 소개됐으며, 지금도 삼태마을숲은 마을과 삼태천 사이에서 주민들의 손길을 받으며 보존되고 있다.

상업시설 없이 삼태천 따라 걷는 숲길

삼태마을숲 주변에는 상가나 규모가 큰 관광시설이 많지 않다. 숲길을 걷다 보면 바람에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와 삼태천 물소리가 함께 들리고, 길 양옆으로는 오래된 왕버들과 하천 풍경이 계속 펼쳐진다. 인공 시설이 적어 마을과 숲, 삼태천이 맞닿아 있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별도 입장료 없이 둘러볼 수 있고 관람 시간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원하는 시간에 숲길을 걸을 수 있다. 오솔길은 경사가 크지 않은 구간이 많아 어린아이와 어르신을 동반한 가족도 천천히 걸을 수 있다. 

오래된 왕버들을 보호하며 걷는 삼태마을숲

노거수 보호 구역 옆으로 마을의 역사와 신앙이 서린 비석군이 조성되어 있는 숲길 입구. / 고창군
노거수 보호 구역 옆으로 마을의 역사와 신앙이 서린 비석군이 조성되어 있는 숲길 입구. / 고창군

삼태마을숲을 둘러볼 때는 정해진 숲길을 따라 걷고, 땅 위로 드러난 왕버들 뿌리를 밟거나 올라서지 않아야 한다. 오래된 왕버들은 굵은 뿌리가 지면 가까이 넓게 퍼진 경우가 많아 사진을 찍을 때도 나무와 거리를 두는 게 좋다. 하천 주변 식물을 꺾거나 나뭇가지를 훼손하지 않고, 가져온 쓰레기는 숲에 남기지 않고 직접 챙겨 나온다.

숲과 삼태천이 맞닿아 있어 여름에는 모기와 벌레가 많을 수 있다. 얇은 긴소매 옷과 벌레 기피제를 챙기고, 흙길 곳곳에 나무뿌리가 드러나 있어 걷기 쉬운 운동화를 신는 게 안전하다.

삼태마을숲 둘러본 뒤 찾을 수 있는 고창 장어 식당

삼태마을숲을 둘러본 뒤 장어구이를 먹고 싶다면 선운사 방면에 있는 '풍천장어 연기식당'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 곳은 장어 전문점으로, 갯벌장어와 보통장어를 양념구이와 소금구이로 먹을 수 있다. 양념구이는 매콤달콤한 양념에 숯불 향이 더해지고, 소금구이는 장어의 담백한 맛을 살려 굽는다.

구운 장어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나오며 부추무침과 된장찌개, 계란찜 등 밑반찬도 함께 차려진다. 양념구이와 소금구이를 나눠 주문하면 서로 다른 맛으로 장어를 먹을 수 있어 여러 사람이 함께 식사하기에도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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