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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교육시설을 둘러보려는 이들은 대개 규모가 큰 향교나 이름이 잘 알려진 서원부터 떠올린다. 향교는 전국 곳곳에 남아 있지만, 어떤 건물이 남아 있는지, 과거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보고 찾는 경우는 많지 않다.
조선 전기에 지어진 뒤 지금까지 원형을 지켜온 건축물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면, 충남 논산시 노성면으로 가는 길을 살펴볼 만하다. 이 지역에는 지방 교육과 제례 기능을 함께 맡았던 옛 시설이 여름철 붉은 꽃, 연못과 함께 남아 있다.
노성향교, 조선 전기부터 이어진 교육과 제향 공간
노성향교는 충남 논산시 노성면 노성산성길에 자리한다. 1398년 태조 7년에 지어졌으며, 유학자의 위패를 모시고 지역민을 가르치기 위해 세워진 지방 교육시설이다. 조선시대 향교는 오늘날 학교와 역할이 달랐다. 국가에서 토지와 노비를 내려 교관이 교생을 가르치도록 했으며, 유학자를 기리는 제사도 함께 지냈다.
이 같은 향교 제도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이어졌다. 갑오개혁이 있었던 1894년 이후 근대식 교육제도가 도입되면서 노성향교의 교육 기능은 중단됐고, 이후로는 봄과 가을에 석전을 봉행하고 초하루와 보름에 분향하는 제향 중심 공간으로 남았다. 노성향교는 1967년과 1975년 두 차례 중수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췄으며, 1997년 충남 기념물로 지정됐다. 현재는 전교 1명과 장의 여러 명이 운영을 맡고 있다.
연못과 배롱나무가 만드는 여름 풍경
노성향교를 찾으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입구 옆에 자리한 연못이다. 여름이 되면 녹색 연잎 사이로 연꽃이 피어나며, 맑은 수면 위로 하늘과 향교 지붕이 함께 비친다. 연못 가장자리에서는 연꽃과 연잎, 기와지붕이 한 프레임에 담기는 각도를 잡을 수 있다.
연못을 지나 향교 입구인 외삼문 쪽으로 걸어가면, 담장을 따라 심어진 배롱나무를 만난다. 목백일홍이라고도 불리는 이 나무는 백 일 동안 꽃이 핀다고 해 붙은 이름으로, 선비의 지조를 뜻한다고 해 옛날부터 향교나 서원 주변에 심어졌다. 노성향교의 배롱나무는 여름이면 진분홍빛 꽃송이를 가지마다 가득 피워, 한옥 담장과 함께 어우러진다.
명륜당에서 대성전까지, 전학후묘 배치
외삼문을 지나면 유생들이 모여 글을 읽고 학문을 익히던 강학 공간인 명륜당이 나온다. ‘인간 사회의 윤리를 밝히는 집’이라는 뜻을 가진 명륜당은 조선시대 향교의 교육 기능을 맡았던 대강당이다. 마당을 사이에 두고 명륜당을 마주 보는 동재와 서재는 유생이 머물던 공간으로, 툇마루와 창호문에서 조선시대 주거 건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명륜당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계단과 내삼문이 나오고, 그 너머 가장 높은 자리에 노성향교의 중심 건물인 대성전이 있다. 노성향교는 앞쪽에 배움의 공간을, 뒤쪽 높은 곳에 제사 공간을 두는 전학후묘 배치를 따른다. 대성전에는 공자를 비롯한 중국의 5성, 송조 2현, 설총과 최치원, 안향, 정몽주, 이황, 이이, 김장생 등 우리나라 18현의 위패가 봉안돼 있으며, 이곳에서 봄과 가을마다 석전대제가 열린다. 또한 대성전 앞마당에 서서 뒤돌아보면, 향교 지붕과 노성면 일대 들판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명재고택·궐리사·노성산성으로 이어지는 동선
노성향교는 별도의 입장료 없이 상시 개방된다. 향교 바로 옆에는 조선 후기 양반 가옥인 명재고택이 있어, 지금은 한옥 체험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마을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사찰인 궐리사가 나오고, 그 주변으로 노성산성도 자리한다.
노성향교에서 시작해 명재고택과 궐리사, 노성산성까지 동선을 이으면 조선시대 교육과 생활, 종교, 지역 역사까지 한 번에 둘러보는 탐방 코스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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