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산 오를 필요 없었다…" 짧게 올라 탁 트인 전망 만나는 해발 44m에 위치한 여행지
돌계단을 따라 옥녀봉 정상으로 오르는 길목에 서 있는 조선시대 봉수대와 수목 풍경. / 한국관광공사
돌계단을 따라 옥녀봉 정상으로 오르는 길목에 서 있는 조선시대 봉수대와 수목 풍경. / 한국관광공사

충청남도 논산시 강경읍 북옥리 금강변에 자리한 강경 옥녀봉은 해발 44m에 불과한 나지막한 봉우리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높이만으로 짐작하기 어렵다. 주변에 높은 산이나 건물이 많지 않은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어 짧은 오르막을 올라 정상에 서면 굽이쳐 흐르는 금강과 드넓은 논산 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날이 맑으면 논산 평야 너머로 부여와 익산 방면의 산줄기까지 바라볼 수 있으며, 한여름에도 긴 산행 없이 정상까지 오를 수 있어 부담이 크지 않다. 오래전부터 빼어난 경치로 이름을 얻어 논산 8경 가운데 한 곳으로 꼽혔고, 정상 주변에는 잠시 머물며 금강과 평야를 바라볼 수 있는 공원이 마련돼 있다. 

해발 44m 언덕에서 펼쳐지는 금강과 논산 평야

금강 물줄기와 논산평야, 초가 예배당 모습. / 충남 제공
금강 물줄기와 논산평야, 초가 예배당 모습. / 충남 제공

옥녀봉 정상에 자리한 송재정에 오르면 발아래에는 한여름 초록빛으로 물든 논산 평야가 펼쳐지고, 넓은 들판 사이로 금강이 굽이치며 강경 읍내를 지나간다. 높은 산이 시야를 막지 않는 평야 지대라 멀리까지 바라볼 수 있으며, 산과 계곡을 내려다보는 전망대와는 다른 시원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옥녀봉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서쪽으로 내려앉는 붉은빛이 금강 수면과 넓은 들판에 번지면서 낮에 보던 풍경과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정상까지 오래 걷지 않아도 돼 무더운 여름날 부담을 덜 수 있고, 송재정과 주변 벤치에 앉아 금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쉬어갈 수도 있다. 

보름달 뜨는 밤 선녀가 내려왔다는 옥녀봉 이야기

선녀 설화와 금강 풍경을 품고 느티나무 아래 고즈넉하게 자리한 정자 송재정. / 한국관광공사
선녀 설화와 금강 풍경을 품고 느티나무 아래 고즈넉하게 자리한 정자 송재정. / 한국관광공사

옥녀봉에는 금강 풍경과 함께 오래전부터 강경 지역에서 내려오는 선녀 이야기도 남아 있다. 달빛이 밝은 보름날 밤이면 하늘나라 선녀들이 옥녀봉으로 내려와 금강에서 목욕을 하고, 주변 경치를 바라보며 쉬다가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는 내용이다. '옥녀봉'이라는 이름 역시 선녀를 뜻하는 옥녀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봉우리를 걷다 보면 금강의 옛 풍경과 지역에 남은 설화를 함께 접할 수 있다.

보름달이 뜨는 밤에는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낮과 사뭇 달라진다. 강경 읍내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금강 수면 위로 달빛이 비치면서 넓은 평야와 강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옛사람들이 달 밝은 밤의 금강을 바라보며 선녀 이야기를 떠올렸던 배경도 이런 풍경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횃불과 연기로 소식을 전하던 조선시대 옥녀봉 봉수대

둥근 돌탑 형태의 옥녀봉 봉수대. / 한국관광공사
둥근 돌탑 형태의 옥녀봉 봉수대. / 한국관광공사

옥녀봉 정상 한가운데에는 돌을 둥글게 쌓아 옛 모습을 되살린 조선시대 봉수대 터가 남아 있다. 봉수는 멀리 떨어진 관아나 군사 시설에 위급한 소식을 빠르게 전하던 통신 수단으로, 낮에는 연기를 피우고 밤에는 횃불을 밝혀 다음 봉수대로 신호를 넘겼다. 높은 곳에서 먼 지역까지 서로 신호를 확인해야 했던 만큼 사방이 탁 트인 옥녀봉은 봉수대를 두기에 좋은 자리였다.

옥녀봉 봉수대는 남쪽 전북 익산 광두원산에서 올라온 신호를 받아 북쪽 황화산성과 노성봉수 쪽으로 전달하던 곳이다. 해발 44m의 낮은 봉우리지만 주변이 넓은 평야라 멀리까지 바라볼 수 있어 신호를 주고받기 수월했다. 지금은 봉수대가 군사 통신 시설로 쓰이지 않지만, 정상에 올라 금강과 강경 평야를 바라보면 당시 이곳을 지키던 사람들이 얼마나 먼 곳까지 살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산꼭대기 바로 아래 남아 있는 국내 최초 침례교회 예배당

한국 침례교회가 첫 예배를 드린 역사적 장소인 초가 형태의 최초 예배당. / 충남 제공
한국 침례교회가 첫 예배를 드린 역사적 장소인 초가 형태의 최초 예배당. / 충남 제공

옥녀봉 정상의 봉수대와 송재정을 둘러본 뒤 비탈길을 따라 몇 걸음 내려가면 조선시대 군사 유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초가집 한 채를 만날 수 있다. 국내 최초 침례교회 예배 터로 전해지는 곳으로, 1890년대 후반 미국에서 온 선교사와 지역 주민들이 함께 예배를 드리기 시작하면서 한국 침례교회의 첫 출발지로 자리 잡았다. 화려한 장식 대신 초가와 소박한 건물 형태가 남아 있어 개신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던 무렵의 예배 공간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옥녀봉에서는 좁은 언덕길을 사이에 두고 조선시대 봉수대와 근대 침례교 예배 터를 차례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정상에서는 횃불과 연기로 소식을 전했던 옛 군사 통신의 흔적을 보고, 바로 아래에서는 1890년대 후반 시작된 침례교 역사를 접하게 된다. 

시간 제약과 입장료 부담 없이 찾기 좋은 옥녀봉 공원

누구나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옥녀봉 공원 전경. / 한국관광공사
누구나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옥녀봉 공원 전경. / 한국관광공사

강경 옥녀봉은 연중무휴로 개방돼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찾을 수 있으며, 별도의 입장료도 받지 않는다. 공원 입구 가까이에는 무료 주차 공간이 마련돼 있어 차를 이용해 방문하기 편하고, 화장실 등 기본 편의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정상까지 오르는 거리도 길지 않아 강경 일대를 둘러보다 잠시 들러 금강과 넓은 평야를 바라보며 쉬어가기 좋다.

여름에는 햇볕이 강한 한낮보다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찾으면 한결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이른 시간에는 금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산책할 수 있고, 늦은 오후에는 송재정과 정상 주변에서 서쪽으로 기우는 해와 금강 풍경을 함께 바라볼 수 있다. 

옥녀봉 산책 뒤 들르기 좋은 강경 맛집

옥녀봉과 강경 읍내를 둘러본 뒤 따뜻한 국물로 식사하고 싶다면 '황산옥'에 들를 수 있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식당으로 민물생선 요리와 복어 요리를 내며, 맑은 국물로 끓여낸 복지리도 맛볼 수 있다.

담백한 복어 살과 개운한 국물이 어우러져 옥녀봉 산책을 마친 뒤 한 끼 식사로 먹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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