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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성군 서삼면과 북일면에 걸쳐 있는 축령산에는 산자락을 따라 편백과 삼나무, 낙엽송이 빼곡하게 들어선 숲이 펼쳐져 있다. 1950년대부터 20여 년 동안 나무를 심어 가꾼 곳으로, 약 240ha에 이르는 숲에는 약 300만 그루가 자라고 있다. 2010년 국립 치유의 숲으로 지정된 뒤 사계절 산책객이 찾고 있으며, 한여름에는 20~30m 높이까지 자란 나무가 햇볕을 가려 숲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더위를 피하며 걷기 좋다.
장성 축령산 편백숲은 그늘만 넓은 곳이 아니다. 아이와 어르신도 걷기 편한 데크길과 흙길이 마련돼 있고,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빽빽한 편백 사이로 산바람이 스며든다.
300만 그루 나무가 만든 한여름 숲그늘
장성 축령산 편백숲은 모암마을과 대덕마을 등 산자락 주변 마을에서 들어가는 길이 여러 곳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북일면 금곡 주차장에서 출발하면 넓은 임도를 따라 숲 안쪽까지 비교적 편하게 걸어갈 수 있다.
숲길을 걷는 동안에는 편백과 삼나무에서 나는 은은한 나무 향도 느낄 수 있다. 나무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내보내는 휘발성 물질인 피톤치드는 여름철 기온이 오를수록 방출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전해지며, 빽빽한 나무 사이를 걷다 보면 바깥의 뜨거운 공기에서 벗어나 한결 서늘한 숲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전쟁 뒤 민둥산에 300만 그루를 심은 임종국 선생
지금 축령산을 가득 메운 편백과 삼나무 숲은 독림가 춘원 임종국 선생이 1950년대 중반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졌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산의 나무가 베어져 붉은 흙이 드러난 땅에 개인 재산을 들여 묘목을 심었고, 비가 오지 않는 여름에는 물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내리며 어린 나무에 물을 줬다. 20년 넘게 편백과 삼나무를 심고 가꾼 끝에 약 240ha에 300만 그루가 뿌리를 내렸고, 당시 심은 나무들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20~30m 높이로 자라 축령산의 넓은 숲을 이루고 있다.
숲 안쪽에는 나무를 심던 시절의 흔적도 남아 있다. 조림 작업 당시 일꾼들이 이용했던 것으로 전해지는 깊이 약 1.5m의 우물터가 있으며, 주변에는 오랜 세월 자란 은행나무와 느티나무가 굵은 가지를 펼치고 있다. 어린 묘목을 하나씩 심던 시절부터 지금의 울창한 편백숲이 되기까지 긴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숲길을 걷다 보면 축령산이 처음부터 울창한 산이 아니었다는 사실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자신이 가꾼 숲의 나무 아래 잠든 임종국 부부
축령산 숲길을 따라 우물터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 독림가 춘원 임종국 선생의 묘가 자리한다. 1987년 세상을 떠난 뒤 전북 순창 선영에 안장됐지만, 2005년 가족들이 뜻을 모아 평생 나무를 심고 가꾼 축령산으로 묘를 옮겼다. 국내 두 번째 수목장으로 기록된 곳으로, 수십 년 동안 직접 돌본 숲에서 마지막 자리를 잡았다는 사연이 전해지면서 산책길을 걷는 사람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는 장소가 됐다.
몇 걸음 떨어진 상수리나무 아래에는 부인 김영금 여사의 묘가 따로 자리한다. 부부를 한 나무 아래 함께 모시면 자라난 뿌리가 다칠 수 있다는 김영금 여사의 뜻에 따라 서로 가까운 거리를 두고 각각 안장했다. 평생 축령산에 나무를 심었던 임종국 선생과 곁에서 숲을 함께 지켜온 부인이 나란히 나무 아래 잠들면서, 축령산을 오늘의 편백숲으로 가꿔온 두 사람의 이야기도 숲길 한편에 남아 있다.
체력에 맞춰 걷는 9곳 숲 공간과 2km 데크길
축령산 편백숲의 규모를 한눈에 보고 싶다면 산 중턱 전망대까지 올라가 보는 편이 좋다. 나무 계단을 따라 전망대에 서면 능선마다 편백과 삼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선 모습이 시야 가득 펼쳐지고, 수십 년 동안 자란 나무들이 산자락을 덮은 모습도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숲 안에는 이름과 분위기가 서로 다른 9곳의 공간이 마련돼 있어 걷는 거리와 체력에 맞춰 길을 고를 수 있다. 미로의 숲을 지나 국립장성숲체원 산림치유센터 쪽으로 가는 약 2km 데크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길이 평탄해 아이와 어르신도 부담을 덜고 걸을 수 있다.
옛 농촌 풍경 남은 영화 촬영지와 빗자루 세워진 세심원
축령산 편백숲을 걷고 나면 인근 금곡영화마을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축령산의 울창한 숲은 영화 '쌍화점'과 '태백산맥' 등의 촬영 배경으로 쓰였으며, 차로 조금 이동하면 1950~1960년대 농촌 모습을 간직한 금곡영화마을에 닿는다.
마을에는 초가집과 낮은 돌담길이 남아 있어 오래전 시골 풍경을 천천히 살펴볼 수 있고, 영화 '내 마음의 풍금'을 비롯한 여러 작품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마을 안쪽에는 청담 변동해 선생이 1999년 낡은 움막을 편백나무와 황토로 손수 고쳐 만든 '세심원'이 자리한다. 마음을 씻는다는 뜻을 담아 이름을 붙였으며, 오랫동안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왔다.
2017년에는 축령산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순동으로 만든 빗자루 모양의 '세심비'도 세웠다. 마당을 빗자루로 쓸듯 마음속 묵은 생각을 털어내고 돌아가라는 뜻을 담은 조형물로, 금곡영화마을과 세심원을 찾은 사람들이 사진을 남기는 장소로 자리 잡았다.
장성 여행 뒤 들르기 좋은 지역 맛집 3곳
장성 축령산 편백숲과 수변 산책로를 둘러본 뒤에는 장성 지역 음식을 맛보며 식사를 이어갈 수 있다. 따뜻한 국물이 생각난다면 진원면의 '진초동순두부 장성본점'에 들를 수 있다. 얼큰하게 끓인 순두부찌개에 통삼겹양파보쌈과 여러 밑반찬이 함께 나와 숲길을 오래 걸은 뒤 든든하게 먹기 좋다.
고기 메뉴를 찾는다면 장성읍의 '불태산진원성'도 있다. 한우 구이를 비롯해 점심에는 푹 끓여낸 한우 갈비탕을 맛볼 수 있으며, 큼직한 고기가 들어간 따뜻한 국물과 밥을 함께 먹을 수 있다. 식당 내부도 넓어 가족이나 여러 명이 함께 장성을 여행할 때 식사 장소로 찾기 편하다.
장성역 근처에서는 '해운대식당'을 찾을 수 있다. 매운 갈비찜과 애호박찌개가 주요 메뉴로, 애호박과 돼지고기를 넉넉하게 넣어 칼칼하게 끓여낸 한식 한 끼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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