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땅 밑에 묻혀 있었다… 인천 도심 한복판서 다시 열린 1.5km 물길
파트 단지 사이로 양옆의 푸른 풀숲과 물길이 길게 뻗어 있는 굴포천 생태하천 전경. / 인천투어
파트 단지 사이로 양옆의 푸른 풀숲과 물길이 길게 뻗어 있는 굴포천 생태하천 전경. / 인천투어

인천 부평구 한복판에는 아파트와 상가 사이를 따라 굴포천이 길게 뻗어 있다. 물가를 따라 산책로가 놓여 있고 걷거나 쉬어가는 주민들도 쉽게 볼 수 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금과 같은 풍경은 볼 수 없었다. 굴포천은 복개 시설을 걷어내는 공사를 거쳐 다시 지상으로 나왔고, 2025년 12월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부평구청까지 약 1.5km 구간도 새롭게 문을 열었다.

새롭게 열린 상류 구간은 2008년 먼저 정비된 부평구청에서 부천 경계까지 약 6km 하류 구간과 연결되면서 약 7.5km에 이르는 수변 산책길로 길어졌다. 짧게 동네를 걷고 싶은 사람은 물론 긴 거리를 걷는 사람도 물길을 따라 코스를 잡을 수 있고, 아파트와 상가가 밀집한 부평 한복판에서 하천을 바라보며 쉬어갈 공간도 생겼다.

30년 넘게 아스팔트 아래에 가려졌던 도심 하천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콘크리트에 가려졌던 복개 구간을 걷어내고 자연스러운 수변 모습을 되찾은 굴포천 물길. / 인천투어
콘크리트에 가려졌던 복개 구간을 걷어내고 자연스러운 수변 모습을 되찾은 굴포천 물길. / 인천투어

부평구 도심은 오랫동안 차량과 보행자가 쉴 새 없이 오가는 공간이었다. 도시가 빠르게 커지던 시기에는 늘어나는 교통량과 주차 공간을 감당하기 위해 굴포천 상류를 콘크리트로 덮고 그 위를 도로와 주차장으로 사용했다. 물길은 사람들의 일상에서 점차 자취를 감췄고, 그렇게 30년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후 복개 시설을 걷어내고 하천 바닥과 주변을 정비하면서 땅 아래에 숨어 있던 굴포천이 다시 햇빛을 마주하게 됐다.

나무 그늘 아래로 주민들이 여유롭게 산책과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수변 산책로. / 인천투어
나무 그늘 아래로 주민들이 여유롭게 산책과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수변 산책로. / 인천투어

새로 열린 약 1.5km 상류 구간에는 물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로도 마련됐다. 출퇴근길이나 장을 보러 가는 길에 하천을 내려다볼 수 있고, 도심 한가운데서 잠시 걸음을 늦추고 쉬어갈 공간도 생겼다. 앞서 정비를 마친 부평구청에서 부천 경계까지의 하류 구간과도 연결돼 짧은 동네 산책부터 긴 거리 걷기까지 원하는 구간을 골라 이용할 수 있다.

수백 년 전 한강과 서해를 이으려 했던 굴포천 운하 공사

한강과 서해를 연결하려 했던 운하 굴착 역사의 흔적을 품고 흐르는 굴포천 수변 풍경. / 인천투어
한강과 서해를 연결하려 했던 운하 굴착 역사의 흔적을 품고 흐르는 굴포천 수변 풍경. / 인천투어

굴포천을 따라 걷다 보면 지금의 산책길에서는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오래된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고려 시대에는 남쪽 지방에서 거둔 곡식을 배에 실어 수도로 옮겼는데, 강화도와 김포 사이 손돌목은 물살이 거세 배가 지나기 까다로운 곳으로 꼽혔다. 고려 고종 때 최이는 위험한 바닷길을 피해 굴포천을 이용해 한강과 서해를 잇는 운하를 만들려 했다. 굴포천에서 원통현을 지나 인천 앞바다까지 뱃길을 내겠다는 구상이었지만 공사는 끝내 마무리되지 못했다.

수백 년 뒤인 조선 중종 때 김안로가 다시 운하 공사에 나섰다. 앞서 추진됐던 길을 따라 땅을 파 내려갔지만 원통현 부근의 단단한 지형을 넘지 못하면서 서해까지 물길을 잇는 계획은 다시 멈췄다. 지금은 주민들이 편하게 걷는 굴포천 주변에 고려와 조선 시대에 걸쳐 한강과 서해를 연결하려 했던 운하 공사의 역사가 남아 있는 셈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빌딩 사이 풍경이 달라지는 굴포천 산책길

계절의 맞춰 하천 산책로변을 화사하게 채운 분홍빛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난 모습. / 인천투어
계절의 맞춰 하천 산책로변을 화사하게 채운 분홍빛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난 모습. / 인천투어

굴포천 산책길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주변 모습도 달라진다. 봄에는 하천 양옆의 벚나무에 연분홍빛 꽃이 피고, 바람이 불면 꽃잎이 물 위로 하나둘 떨어진다. 물길 뒤로 아파트와 상가가 이어져 있어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과 벚꽃을 함께 볼 수 있다. 여름에는 나무마다 잎이 무성해지고 산책로 곳곳에 그늘이 생겨 뜨거운 햇볕을 피해 걷기에도 좋다.

가을이 오면 물가에서 자라는 물억새와 수크령이 누런빛으로 바뀌고, 떨어진 낙엽이 산책길 주변을 채운다. 날씨가 더 추워지는 겨울에는 잎이 떨어진 나뭇가지 사이로 하천과 건물들이 그대로 드러난다. 

산책을 마친 뒤 아이와 함께 들르기 좋은 부평굴포누리 생태 체험관

아이와 굴포천을 찾았다면 산책과 함께 부평굴포누리 생태 체험관을 둘러볼 수 있다. 하천을 따라 걷는 동안 노랑꽃창포와 키 큰 수생 식물을 살펴보고, 물속을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까지 찾아본 뒤 체험관으로 이동하면 반나절 나들이 코스를 알차게 꾸릴 수 있다. 

체험관에서는 하천의 물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살펴보고, 생활 속에서 물을 아끼거나 주변 자연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행동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접할 수 있다.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관람 시간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나 안내 전화를 통해 일정을 확인하는 편이 좋다.

장마철과 집중호우 때 굴포천에서 꼭 지켜야 할 안전 수칙

수풀이 우거진 잔잔한 하천 위로 백로가 날아오르는 평화롭고 정겨운 도심 생태하천 환경. / 인천투어
수풀이 우거진 잔잔한 하천 위로 백로가 날아오르는 평화롭고 정겨운 도심 생태하천 환경. / 인천투어

평소 잔잔하게 흐르는 굴포천도 장마철이나 집중호우 때는 상황이 빠르게 달라질 수 있다. 도심 하천은 비가 많이 내리면 주변 도로와 건물에서 흘러든 빗물이 한꺼번에 모이면서 짧은 시간 안에 수위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산책을 나서기 전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거나 많은 비가 예보됐다면 하천 아래 산책로로 내려가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이미 산책 중이라면 비가 거세지기 전에 가까운 출입로를 이용해 하천 밖으로 이동해야 하며, 통제 안내가 내려진 구간에는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가까이 붙어 있는 구간에서도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자전거가 빠르게 지나갈 수 있어 스마트폰 화면을 계속 내려다보거나 이어폰 소리를 크게 높인 채 걷는 행동은 피하는 게 좋다. 비가 내린 뒤에는 물가 주변 돌과 바닥이 쉽게 미끄러워지기 때문에 지정된 산책로 밖으로 벗어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굴포천 나들이의 피로를 달래줄 산책로 주변 맛집

굴포천을 따라 한참 걷고 나면 따뜻한 국물 요리가 생각나기 마련이다. 산책 뒤 식사 장소를 찾는다면 '부평닭한마리닭개장'에서 닭칼국수로 허기를 채울 수 있다. 뜨거운 육수에 면을 넣어 끓여 내는 메뉴라 걷는 동안 출출해진 배를 든든하게 채우기 좋고, 국물과 면을 함께 먹을 수 있어 식사 메뉴로도 부담이 적다.

특히 날씨가 서늘한 날이나 저녁 무렵 굴포천을 걸은 뒤라면 따끈한 칼국수 한 그릇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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