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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뜨거운 햇볕이 내려앉은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화성 아래에는 넓은 기와지붕이 성곽을 따라 펼쳐진다. 정조가 수원에 머물 때 사용했던 수원화성행궁으로, 모두 576칸에 이르는 건물이 들어서 한때 조선시대 행궁 가운데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했다.
지금은 옛 궁궐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둘러볼 수 있지만 한동안 행궁 자리에는 병원과 경찰서 등 여러 건물이 들어서면서 본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35년 긴 복원 끝에 576칸 규모 되찾은 수원화성행궁
수원화성행궁이 지금의 모습을 되찾기까지는 3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훼손된 행궁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은 1989년 복원추진위원회가 꾸려지면서 본격화됐고, 1996년부터 건물을 하나씩 되살리는 공사에 들어갔다. 이어 2003년 1단계 복원을 마친 공간이 일반에 공개돼 다시 시민과 여행객을 맞았지만, 당시에는 옛 행궁의 모든 건물이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남아 있던 우화관과 별주 복원까지 마무리된 시점은 2024년 4월이다. 우화관은 행궁을 찾은 관리나 사신이 머물던 객사였고, 별주는 궁중 행사에 쓰일 음식을 마련하던 공간이다. 두 건물이 문을 열면서 오랫동안 나뉘어 진행됐던 복원 공사도 마무리됐고, 수원화성행궁은 576칸 규모를 다시 갖추게 됐다.
정조와 혜경궁 홍씨의 시간을 품은 행궁
수원화성행궁은 정조가 수원을 찾을 때 머물던 곳으로, 1789년 10월부터 1800년 1월까지 12년 동안 모두 13차례 행차가 이어졌다. 정조는 행궁에 머물며 국정을 살피고 신하들과 여러 일을 논의했으며, 1795년에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환갑을 맞아 봉수당에서 진찬연을 열었다. 지금도 봉수당을 비롯한 여러 전각을 둘러보면 정조가 수원에 머물던 당시 행궁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면서 행궁의 모습은 크게 훼손됐다. 객사였던 우화관 자리에는 수원공립소학교가 들어섰고, 혜경궁 홍씨의 환갑잔치가 열렸던 봉수당은 자혜의원 진료실로 쓰였다. 낙남헌은 수원군청, 북군영은 경찰서로 사용되면서 행궁 안 여러 건물이 본래 쓰임을 잃었고, 이후 병원 건물을 새로 짓는 동안 남아 있던 전각까지 철거됐다. 왕이 머물고 궁중 잔치가 열리던 행궁은 그렇게 한동안 원래 모습을 찾기 어려운 공간으로 남게 됐다.
오전 11시 신풍루 앞에서 펼쳐지는 무예24기 시범공연
수원화성행궁을 둘러보다 오전 11시가 가까워지면 정문인 신풍루 앞 광장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이곳에서는 정조 시대에 편찬된 '무예도보통지' 에 실린 24가지 무예를 선보이는 무예24기 시범공연이 무료로 열린다. 행궁의 전각을 천천히 살펴보던 관람객도 기합 소리와 북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광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공연에서는 검과 창을 비롯한 여러 병장기를 다루는 동작과 맨손 무예를 차례로 볼 수 있다. 진검을 이용한 베기와 창술이 이어지고 여러 명이 대형을 맞춰 움직이는 장면도 펼쳐져 조선시대 군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무예를 익혔는지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오후 6시부터 열리는 달빛 따라 걷는 야간 산책
낮 동안 화성행궁을 둘러봤다면 해가 진 뒤 다시 찾는 것도 좋다. 2026년 야간개장 '달빛화담'은 지난 5월 1일부터 오는 11월 1일까지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 공휴일에 운영되며 오후 6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관람할 수 있다. 마지막 입장은 오후 9시다.
밤이 되면 신풍루를 지나 봉수당과 낙남헌 등 행궁 곳곳에 조명이 들어오고, 3D 홀로그램과 레이저 연출, 나비 드론, 달빛 윤무 사진관 등 야간 프로그램도 만날 수 있다. 5월부터 8월까지는 토요일 오후 8시 유여택에서 무예24기 야간 공연도 진행돼 낮에 보는 행궁과는 다른 방식으로 둘러볼 수 있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화성행궁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지만 야간개장은 무료 대상에서 빠진다. 야간 관람을 계획했다면 낮 시간 무료입장과 혼동하지 않는 편이 좋다.
관람 전 확인해두면 좋은 운영 시간과 입장료
화성행궁은 계절에 관계없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며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입장은 관람 종료 1시간 전인 오후 5시에 마감돼 늦은 오후에 찾는다면 도착 시간을 미리 살펴두는 편이 좋다. 2026년 야간개장 기간에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과 공휴일에 오후 9시 30분까지 관람할 수 있어 낮과 밤 가운데 원하는 시간대를 골라 둘러볼 수 있다.
화성행궁과 화령전 관람료는 개인 기준 어른 2000원, 군인 및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20명 이상 단체는 어른 1500원, 군인 및 청소년 1200원, 어린이 800원으로 할인된다.
화성행궁 산책 뒤 이어가기 좋은 수원 맛집 3곳
화성행궁과 성곽 주변을 천천히 걸었다면 팔달문 방향으로 내려가 수원의 먹거리를 찾아갈 수 있다. 수원통닭거리에서 오래 자리를 지켜온 '진미통닭'은 커다란 가마솥에 생닭을 튀겨내며, 통닭을 주문하면 닭똥집 튀김도 함께 나온다.
통닭보다 갈비가 당긴다면 화홍문 가까이에 자리한 '연포갈비'로 이동할 수 있다. 생갈비와 갈비정식, 갈비탕 등을 판매하고 있어 식사 시간과 입맛에 맞춰 메뉴를 고를 수 있으며,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을 둘러본 뒤 곧바로 이동하기에도 거리가 가깝다.
가볍게 한 끼를 먹고 싶다면 장안문 앞 '보영만두'로 향하면 된다. 1977년 장안문 앞에서 문을 연 곳으로, 바삭하게 구운 군만두와 매콤한 쫄면을 함께 주문하는 사람이 많다. 쫄면은 매운맛 정도를 골라 먹을 수 있어 입맛에 맞추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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