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내내 물소리가 따라옵니다…" 용소부터 쌍폭포까지 품은 7.7km 정선 계곡 숲길
백석봉과 상원산 사이 항골계곡을 따라 짙은 이끼와 맑은 물길이 펼쳐진 7.7km 숲길. / 숲생태지도자협회
백석봉과 상원산 사이 항골계곡을 따라 짙은 이끼와 맑은 물길이 펼쳐진 7.7km 숲길. / 숲생태지도자협회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항골계곡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울창한 나무 사이로 항골숨바우길이 펼쳐진다. 백석봉과 상원산 사이 골짜기를 따라 총 7.7km가 이어지는 길로, 걷는 내내 맑은 계곡물이 가까이 흐르고 크고 작은 바위와 짙은 이끼가 숲길을 채운다. 

특히 초입부터 나무 그늘이 길게 드리워져 있고 물길도 가까워 여름철 더위를 피해 걷기에도 부담이 적다. 전체 구간을 끝까지 가지 않더라도 원하는 지점까지 걸었다가 되돌아올 수 있어 일정에 맞춰 코스를 정하기 좋다.

반세기 동안 사람 발길 뜸했던 깊은 산속 옛길이 다시 열린 사연

고즈넉한 물레방아와 오두막이 서 있는 초입 풍경. / 숲생태지도자협회
고즈넉한 물레방아와 오두막이 서 있는 초입 풍경. / 숲생태지도자협회

항골숨바우길의 시작은 약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동차가 깊은 산속까지 들어가기 어려웠던 시절, 산에서 베어낸 목재를 밖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계곡과 산비탈을 따라 사람들이 길을 냈다. 하지만 벌목이 끝난 뒤에는 오가는 사람이 점차 줄었고, 오랫동안 나무와 풀이 자라면서 옛 작업길도 숲속에 묻혀 갔다.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정선군은 남아 있던 옛길을 크게 손대지 않은 채 걸을 수 있도록 다듬어 2022년 일반에 개방했다. 지금도 길을 따라가다 보면 계곡 옆에 모여 있는 크고 작은 돌탑과 오래된 바위, 나무 사이로 남은 옛길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이처럼 반듯하게 새로 닦은 산책로보다 과거 사람들이 목재를 나르며 오갔던 산길을 따라 걷는 느낌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항골숨바우길만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더해진다.

한여름에도 계곡 따라 서늘하게 걸을 수 있는 숲길

나뭇잎 그늘과 시원한 계곡물 소리를 즐기며 완만하게 걷는 항골계곡 산책로. / 숲생태지도자협회
나뭇잎 그늘과 시원한 계곡물 소리를 즐기며 완만하게 걷는 항골계곡 산책로. / 숲생태지도자협회

항골계곡 주차장에서 출발해 숲 안쪽으로 들어가면 계곡물과 나란히 완만한 흙길이 이어진다. 초입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거의 없고 머리 위로는 잎이 무성한 나무가 길게 그늘을 드리워, 햇볕이 뜨거운 여름에도 비교적 편하게 걸을 수 있다. 바로 옆에서는 계곡물이 계속 흘러 등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물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숲길을 둘러보기 좋다.

다만 숲이 깊어질수록 계곡과 가까워 습기가 높게 느껴지는 구간도 나타난다. 따라서 초반 길이 완만하다고 빠르게 걷기보다는 주변 풍경을 살피며 속도를 조절하는 편이 좋다. 전체 길이가 7.7km에 이르는 만큼 끝까지 걸을 계획이라면 처음부터 서두르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이동하며, 가볍게 둘러보려면 원하는 지점에서 되돌아오는 방식으로 코스를 잡을 수 있다.

길 중간에서 발걸음을 붙잡는 에메랄드빛 용소

바위를 덮은 초록빛 이끼 사이로 맑은 물줄기가 층층이 흘러내리는 계곡 지형. / 숲생태지도자협회
바위를 덮은 초록빛 이끼 사이로 맑은 물줄기가 층층이 흘러내리는 계곡 지형. / 숲생태지도자협회

숲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나무 그늘은 짙어지고, 계곡 주변의 검은 바위에는 초록빛 이끼가 넓게 내려앉아 있다. 그 사이로 흐르던 맑은 물은 바위가 움푹 파인 곳마다 잠시 머물며 깊은 웅덩이를 만든다. 

에메랄드빛 물빛과 이끼 낀 바위가 어우러진 항골계곡의 용소. / 숲생태지도자협회
에메랄드빛 물빛과 이끼 낀 바위가 어우러진 항골계곡의 용소. / 숲생태지도자협회

용소 주변에서는 바위 사이로 흘러드는 물과 깊은 곳에 고인 물빛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수심이 깊은 곳은 짙은 에메랄드빛을 띠며, 주변의 이끼 낀 바위와 나무 그늘까지 겹치면서 숲 안쪽의 서늘한 느낌이 더해진다. 

숲길 깊숙한 곳에서 만나는 쌍폭포와 긴 폭포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인 바위를 타고 두 갈래 물줄기가 힘차게 떨어지는 쌍폭포. / 숲생태지도자협회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인 바위를 타고 두 갈래 물줄기가 힘차게 떨어지는 쌍폭포. / 숲생태지도자협회

항골숨바우길 후반부로 들어서면 계곡을 따라 걷던 길에서 하나둘 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중 쌍폭포는 가까이 다가가기 전부터 숲 사이로 들려오는 물소리로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두 갈래 물줄기가 바위를 타고 힘차게 떨어지고 주변으로 울창한 나무가 둘러서 있어, 숲길을 오래 걸어온 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쉬어가기 좋다. 

쌍폭포를 지나 조금 더 안쪽으로 걸어가면 긴 폭포가 나타난다. 물이 높은 곳에서 곧바로 떨어지는 쌍폭포와 달리 넓은 암벽을 따라 길게 흘러내려 두 폭포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비 온 다음 날 풍경이 가장 예쁘지만 젖은 바위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

비가 내린 뒤 수량이 풍부해져 더욱 청량하고 깊은 멋을 자랑하는 폭포와 용소 풍경. / 숲생태지도자협회
비가 내린 뒤 수량이 풍부해져 더욱 청량하고 깊은 멋을 자랑하는 폭포와 용소 풍경. / 숲생태지도자협회

비가 내린 다음 날 항골숨바우길을 찾으면 평소보다 물이 넉넉하게 흐르는 계곡과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쌍폭포와 긴 폭포의 물줄기도 굵어지고, 계곡 주변 바위에 내려앉은 이끼는 물기를 머금어 짙은 초록빛을 띤다. 다만 비가 그친 직후에는 흙길이 질어지고 나무데크와 바위에도 물기가 남아 있어 평소보다 천천히 걸어야 한다.

산책 방향을 안내해 주는 '숨바우길' 프레임 표지판. / 숲생태지도자협회
산책 방향을 안내해 주는 '숨바우길' 프레임 표지판. / 숲생태지도자협회

특히 이끼가 낀 바위는 겉으로 보기보다 미끄러워 발을 디딜 때 조심해야 한다. 슬리퍼나 밑창이 매끄러운 신발보다는 바닥이 잘 미끄러지지 않는 트레킹화나 등산화를 신고 걷는 편이 낫다. 장마철이나 많은 비가 내린 뒤에는 계곡물이 빠르게 불어날 수도 있어 물가 가까이 내려가거나 통제된 구간을 넘어가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계곡 트레킹 끝내고 허기 채우기 좋은 정선 토속 음식점 3곳

항골계곡을 따라 숲길을 오래 걸었다면 정선 읍내로 이동해 지역 음식으로 허기를 채울 차례다. 메밀국수가 생각난다면 '회동집'에서 콧등치기국수를 맛볼 수 있다. 메밀로 만든 쫄깃한 면을 후루룩 넘기다 보면 이름처럼 면발이 콧등을 툭 친다고 해 콧등치기국수라는 이름이 붙었다. 

정선에서 빼놓기 어려운 곤드레밥을 먹고 싶다면 '동박골'을 추천한다. 따뜻하게 지은 밥에 곤드레를 넉넉하게 넣고 양념장을 곁들여 비벼 먹는 방식으로, 담백한 나물 맛을 천천히 즐길 수 있다.

조금 더 넉넉하게 차려진 한 상을 원한다면 '옥산장 돌과이야기'로 향하면 된다. 곤드레밥과 감자붕생이를 비롯한 정선 향토 음식을 함께 맛볼 수 있어 항골계곡을 걸은 뒤 늦은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하기에도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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