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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시 사매면 서도길에는 기차 운행이 멈춘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옛 역의 모습을 간직한 구 서도역이 자리하고 있다. 1932년에 세워진 목조 역사와 승강장, 길게 뻗은 철길이 그대로 남아 있어 지금도 과거 전라선 열차가 오가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과 물자를 실은 열차가 쉼 없이 드나들던 곳이지만, 2002년 전라선 개량 공사를 거치며 철도 교통 기능을 잃었다. 그러나 열차가 떠난 뒤에도 역사는 철거되지 않은 채 자리를 지켰다. 덕분에 지금은 1930년대 철도 건축과 옛 간이역 풍경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공간으로 남아 있다.
사람과 물자 오가던 작은 간이역
서도역은 1934년 10월 1일 역무원이 배치된 간이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뒤 1937년 보통역으로 승격되며 사매면 주민들의 발이 돼 왔다. 자동차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사람뿐 아니라 생활에 쓰이는 물자도 이곳을 거쳐 오갔고, 작은 목조 역사는 고향을 떠나는 사람과 다시 돌아오는 사람을 매일 맞이했다. 그렇게 수십 년 동안 전라선 열차가 정차했지만 2002년 새 역사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서 서도역에서는 더 이상 기차를 볼 수 없게 됐다.
열차 운행이 멈춘 뒤에도 목조 역사는 철거되지 않았다. 오래된 목재 기둥과 빛이 바랜 외벽, 승강장과 역명판까지 남으면서 실제 기차역으로 쓰이던 시절의 흔적도 함께 보존됐다.
혼불 속 무대 걷고 미스터 션샤인 장면 만나는 옛 철길
승강장 옆으로 길게 뻗은 선로를 따라 걸으면 오래된 목조 역사와 철길 주변의 나무가 차례로 시야에 들어온다. 덕분에 한때 열차가 오가던 간이역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남원 사매면 일대는 최명희의 대하소설 '혼불'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며, 구 서도역 역시 작품 속 인물들이 고향을 떠나거나 돌아오는 장면과 맞닿아 있는 장소다. 1930년대에 세워진 역사가 지금까지 남아 있어 소설이 그려낸 당시의 남원 풍경을 떠올리며 철길을 걷는 재미도 있다.
구 서도역은 이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쓰이면서 다시 많은 사람이 찾는 장소가 됐다. 촬영을 위해 새로 만든 세트장이 아니라 실제 열차가 다니던 목조 역사와 승강장, 철길이 남아 있어 극 중 근대 배경과도 잘 맞았다. 철길 위에 서서 역사를 바라보거나 선로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드라마 속 장면과 오래전 서도역을 이용했던 사람들의 시간을 함께 떠올릴 수 있다.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철길
계절에 따라 구 서도역 철길에서 만나는 풍경도 달라진다. 여름이면 철길 양옆의 큰 나무에 초록빛 잎이 무성하게 자라 선로 위로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오래된 목조 역사는 나무 사이에서 차분하게 자리를 지킨다. 철길을 따라 걷다가 나무 아래나 역사 처마 밑에 잠시 머물며 쉬어가기에도 좋다.
여름이 지나 가을로 접어들면 철길 주변은 붉고 노란 나뭇잎으로 채워진다. 낙엽이 오래된 레일과 승강장 주변에 내려앉고 기와지붕까지 함께 어우러지면서 한적한 폐역의 정취가 더욱 짙어진다. 봄과 여름에는 푸른 나무 사이로 철길을 걸을 수 있고, 가을에는 단풍과 낙엽이 더해져 계절마다 다른 서도역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입장료 없이 상시 개방돼 남원 시내 관광과 묶어 다녀오기 좋은 코스
구 서도역 영상촬영장은 입장료와 주차 요금 없이 둘러볼 수 있어 남원 여행 일정에 함께 넣기 부담이 적다. 정해진 관람 시간이나 사전 예약에 맞춰 움직이지 않아도 돼 광한루원이나 남원 시내를 둘러본 뒤 잠시 들르기에도 편하다.
목조 역사와 역명판을 보고 사진을 남기는 정도라면 20~30분이면 충분하다. 옛 승강장을 지나 철길을 천천히 걷고 곳곳에 남은 흔적까지 살펴보려면 1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둘러보면 된다.
다만 구 서도역 철길은 공원 산책로처럼 반듯하게 포장된 길이 아니다. 실제 열차가 달리던 레일과 나무 침목, 굵은 자갈이 그대로 남아 있어 철길을 걸을 때는 발밑을 살피는 게 좋다. 특히 어린아이와 함께 찾았다면 선로 위를 뛰거나 레일 사이를 오갈 때 넘어지지 않도록 가까이에서 살펴야 한다.
구 서도역 산책 후 들르기 좋은 남원 맛집
구 서도역에서 오래된 철길과 목조 역사를 천천히 둘러봤다면 남원 시내로 이동해 지역 음식으로 허기를 채울 차례다. 남원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음식 가운데 하나가 추어탕이다. 그중에서도 1959년부터 한자리를 지켜온 '새집추어탕'에서는 진하게 끓인 추어탕과 함께 추어숙회, 추어튀김도 맛볼 수 있다.
국물 요리보다 중식이 당긴다면 광한루원 인근의 '경방루'로 향하면 된다. 1909년 문을 열어 4대째 이어오고 있는 중식당으로 물짜장과 탕수육을 찾는 사람이 많다. 특히 물짜장은 일반 짜장면과 달리 걸쭉한 소스를 곁들여 먹는 메뉴로, 남원의 오래된 중식당을 찾아가는 재미까지 더한다.
식사 뒤에는 남원 용성로에 자리한 '명문제과'로 발걸음을 옮겨볼 수 있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동네 빵집으로 생크림슈보르와 꿀아몬드, 수제햄빵 등을 찾는 사람이 많다. 빵은 오전 10시와 오후 1시 30분, 오후 4시 30분에 나오는 것으로 안내돼 있어 원하는 메뉴가 있다면 시간을 확인한 뒤 방문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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