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때 불타 20년 넘게 방치됐는데… 조선 왕들이 620년간 가꿔온 10만 평 정원
창덕궁 후원에 위치한 연못과 정자.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창덕궁 후원에 위치한 연못과 정자.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서울 종로구에서 걸을 곳을 찾다 보면, 대개 카페 거리로 발길이 향하기 마련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한적하게 걸을 수 있는 장소는 많지 않다.

색다른 풍경을 위해 궁궐을 찾더라도 본궁만 둘러본 뒤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뒤편에 마련된 정원까지 걷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은데, 서울 종로구 율곡로에 자리한 창덕궁 후원도 그중 하나다.

창덕궁 후원, 620년을 이어온 왕실 정원

창덕궁 후원에 위치한 보물 주합루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최린
창덕궁 후원에 위치한 보물 주합루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최린

창덕궁 후원은 서울 종로구 율곡로 99에 자리한다. 창덕궁 북쪽에 딸린 정원으로, 1405년 태종 5년에 이궁으로 지어진 창덕궁과 함께 조성됐다. 세조 때 연못과 정자가 늘었고, 이후 여러 임금을 거치며 규모가 커졌다. 임진왜란 때 불에 타 20년 넘게 방치됐다가 광해군 대에 다시 지어졌고, 인조와 숙종, 정조를 거치면서 지금 남은 정자와 연못 대부분이 갖춰졌다.

면적은 무려 10만3000여 평에 이른다. 궁궐 북쪽에 있어 '북원', 뒤편에 있어 '후원'으로 불렸고 일반인 출입이 막혀 있던 궁궐이라 '금원'이라는 이름도 함께 전해진다. 1997년에는 창덕궁 본궁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형을 살린 연못과 정자

창덕궁 후원 부용지에 위치한 부용정. / ⓒ한국관광콘텐츠랩-최린
창덕궁 후원 부용지에 위치한 부용정. / ⓒ한국관광콘텐츠랩-최린

후원은 북악산 줄기인 매봉을 등지고 있고, 담 안 곳곳에서 샘물이 솟아난다. 서쪽 담 안 물줄기는 금천교 아래를 지나 남쪽으로 빠지고, 동북쪽 옥류천 물줄기는 동쪽으로 나간다. 땅에서 솟은 물은 애련지와 부용지를 채운 뒤 창경궁 춘당지까지 이어진다.

지금 남은 연못은 부용정이 있는 부용지, 애련정이 있는 애련지, 연경당 앞 장방지, 존덕정 앞 반월지, 관람정 앞 반도지, 옥류천 주변 청의정과 태극정 앞 작은 못까지 여럿이다.

정자와 건물 옆 단에는 기이한 형태의 돌을 놓아 꾸몄고, 돌을 받친 대는 사각형과 육각형, 팔각형, 원형 등으로 갖가지다. 대석에는 사자 같은 동물이나 꽃무늬를 새긴 것도 남아 있다. 정자 지붕은 사각형부터 육각형, 팔각형, 부채꼴까지 제각각이고 난간과 문살에는 정교한 목조 솜씨가 담겨 있다.

수령 300년 넘은 느티나무까지 식재돼

창덕궁 후원 부용지 일대. / ⓒ한국관광콘텐츠랩-두드림
창덕궁 후원 부용지 일대. / ⓒ한국관광콘텐츠랩-두드림

부용지는 사람 손으로 만든 연못으로, 못 안 작은 섬과 부용정이 어우러져 후원에서 손꼽히는 자리로 꼽힌다. 정조는 세손 시절부터 이 일대를 즐겨 찾았고, 즉위한 뒤에도 신하들과 이곳에서 시를 짓거나 배를 띄우며 잔치를 열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시를 다 짓지 못한 신하를 연못 속 섬으로 보내 장난스레 벌을 준 일화도 전해진다. 정조는 후원 곳곳 가운데 뛰어난 경치 10곳을 직접 골라 '상림 10경'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1975년 조사한 거목조사표에 따르면 수령 300년이 넘는 느티나무와 은행나무, 회화나무 등이 확인됐으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향나무와 다래나무도 볼 수 있다.

창덕궁 항공뷰. / ⓒ한국관광콘텐츠랩-황성훈
창덕궁 항공뷰. / ⓒ한국관광콘텐츠랩-황성훈

다만, 경복궁 후원은 자유 관람이 아니라 해설을 동반한 예약제로 운영된다. 일반 관람은 60분, 좀 더 자세히 둘러보는 심화 관람은 90분이 걸린다.

입장권은 창덕궁 정문 인근 매표소에서 구입할 수 있고, 본궁과 후원을 함께 도는 통합권도 마련돼 있다. 예약 방법과 회차별 시간은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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