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도, 관람시간도 없다니… 300년 넘게 곤양을 지킨 천연기념물 나무
사천 성내리 비자나무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사천 성내리 비자나무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8월 하순, 여전히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든다. 더위를 피해 실내로 향하는 사람이 많지만, 입장료 없이 그늘 아래를 걸을 수 있는 곳을 찾는 이들도 있다.

경남 사천시 곤양면 성내리에는 천연기념물 제287호 비자나무가 있다. 곤양면사무소 부지 안 성내공원 인근에서 300년 넘게 자란 나무다.

조선시대 관청 정문 지키던 300년 나무

사천 성내리 비자나무 두 그루.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사천 성내리 비자나무 두 그루.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사천 성내리 비자나무의 나이는 약 300년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 지정 당시 기록에 따르면 나무 높이는 18.0m, 가슴높이 둘레는 4.1m이며 가지는 사방으로 뻗어 있다.

조선시대에는 곤양군청사 정문 위치에 있던 나무로 전해지며, 지금은 곤양면사무소 안에 자리해 있다. 본래 암나무로 알려졌으나 최근 일부 가지에서 수꽃이 확인됐고, 약 10m 떨어진 곳에는 작은 수나무 한 그루가 따로 자란다. 또한 1982년 11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사천 성내리 비자나무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사천 성내리 비자나무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현장에는 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서 있다. 한 그루는 높이 21m, 둘레 5m가량으로 크게 자랐고, 다른 한 그루는 지상에서 3~4m 높이 줄기가 부패해 구멍이 생기면서 10여 년 전 줄기가 꺾였다. 이후 새 가지가 돋아나 지금은 높이 15m 정도로 다시 자란 상태다. 나무 밑둥에는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고, 큰 줄기 아래에서 어린싹이 새로 자라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사천 성내리 비자나무는 별도의 관람 시간이나 입장 마감 없이 연중무휴로 방문할 수 있으며 입장료도 없다. 곤양파출소 앞 두 곳에 주차 공간이 마련돼 있어, 차량으로 찾기도 어렵지 않다. 나무 입구 양옆에는 오래된 돌기둥이 서 있고, 안내판에서 천연기념물 지정 번호와 나무의 내력을 확인할 수 있다.

잎은 날카롭고 열매는 약재로 쓰인 나무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사천 성내리 비자나무 클로즈업.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비자나무는 주목과에 속하는 상록침엽교목으로, 개비자나무보다 따뜻한 지역에서 잘 자란다.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으며, 잎끝이 날카로워 손으로 만지면 따끔할 정도다. 열매는 양 끝이 뾰족하고 기름기가 많으며 떫은맛이 난다. 이듬해 9~10월이면 붉은 자주색으로 익는다.

비자나무 열매는 오래전부터 구충제로 쓰였으며 촌충을 없애는 데 사용됐다. 목재는 향이 나고 탄력이 좋아 바둑판을 만드는 데 쓰였고, 습기에도 잘 견뎌 배를 만드는 자재로 활용됐다. 국내에서는 주로 제주도와 전남에서 자라며, 경남 사천에서 자라는 비자나무는 학술 자료로도 다뤄진다.

나무가 서 있는 자리는 옛 곤양읍성 안 관청 구역이었다. 죄인을 다루던 형방 앞뜰에 심어 놓은 나무가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전해진다. 곤양은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로가 지나는 지점이기도 해, 정유년 7월 22일 하루 유숙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또한 면사무소 앞에는 곤양읍성지비와 역대 곤양군수의 공적을 새긴 비석 16기가 한자리에 모여 있다. 나무 뒤편 계단을 오르면 성내공원으로 이어지며, 응취루와 활터를 지나 안보등산로까지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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