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500원 받던 곳, 지금은 무료입니다… 강화해협과 대교 풍경 한눈에 담기는 국내 여행지
초지진 성벽 입구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초지진 성벽 입구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8월처럼 더운 시기에는 멀리 떠나지 않고 하루 안에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를 찾게 된다.

고속도로를 오래 달리지 않아도 되고, 도착한 뒤 많이 걷지 않아도 되는 곳을 고르다 보면 수도권 근교로 눈길이 향한다. 논밭과 갯벌이 번갈아 나타나는 길을 따라 강화대교를 건너면 섬에 들어서자마자 초지진을 만날 수 있다.

강화도로 들어오는 길목을 지키던 자리

초지진 큰나무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초지진 큰나무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초지진이 자리한 곳은 처음부터 이곳이 아니었다. 병자호란 이후 서해안을 지키던 체제가 강화도 중심으로 다시 짜이면서, 경기 서남부 해안에 흩어져 있던 진(鎭)들이 잇달아 강화도와 그 인근으로 옮겨왔다.

초지진은 1656년 안산에서 옮겨와 이 자리에 설치됐고, 이후 초지돈대·장자평돈대·섬암돈대까지 함께 관할하며 해상에서 강화도로 들어오는 길목을 지켰다. 남양에 있던 영종진이 자연도(지금의 영종도)로 옮겨오면서 강화도를 지키는 1차 방어선이 갖춰졌고, 초지진은 그 뒤를 잇는 역할을 맡았다.

지금 남아 있는 성벽과 소나무를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그 안에 새겨진 시간 때문이다. 1871년, 미국 해병이 함포 지원을 받으며 초지진에 상륙했다. 초지진을 지키던 병력이 맞서 싸웠지만 화력에서 크게 밀렸고, 결국 미군에 점령당했다. 이때 군기고와 화약고, 진사 등 군사 시설물이 모두 부서졌고, 포대에 남아 있던 대포 40여 문 역시 파괴되거나 강화해협으로 굴러떨어졌다.

초지진에 위치한 대포.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초지진에 위치한 대포.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4년 뒤인 1875년 8월에는 일본 군함 운요호가 담수를 구한다는 구실로 초지진 포대에 접근했다. 초지진 수비군이 포격을 시작하자 운요호는 함포로 맞섰고, 이 과정에서 초지진 포대는 다시 한번 무너졌다.

이 사건은 이후 강화도 조약으로 이어져 조선의 문호가 열리는 계기가 됐다. 두 차례의 충돌을 겪은 뒤 초지진은 문을 닫았고, 오랜 시간 돈대의 터와 성의 기초만 남아 있었다.

작은 돈대 하나에 담긴 복원 기록

초지진 성벽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초지진 성벽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지금 초지진에서 볼 수 있는 시설은 1971년 사적으로 지정된 뒤 1973년에 다시 세운 초지돈대다. 높이 4m가량, 장축 100여m에 이르는 타원형 구조로, 안에는 3개소의 포좌와 100여 개의 총좌가 남아 있다.

중앙 포각 안에는 조선시대 대포 1문이 전시돼 있는데, 실제 유물이 아니라 당시 모습을 본떠 만든 것이다. 또한 성벽 아래쪽으로는 총통을 걸었던 대포 구멍이 몇 곳 남아 있는데, 당시 대포는 고정식이라 방향을 바꿀 수 없었고 화약보다는 돌을 쏘는 방식이었다는 점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초지진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입구 옆에는 예전에 매표소로 사용했던 건물이 남아 있다. 한때 입장료로 약 500원을 받았지만 현재는 무료로 개방하고 있으며, 매표소 건물은 해설 인력이 머무는 곳으로 사용하고 있다.

매표소를 지나 경사진 길을 오르면 높이 약 5m의 성벽이 나타난다. 철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서면, 복원된 성벽을 가까이에서 둘러볼 수 있다. 개방 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관람 시간은 약 15분으로 비교적 짧은 편이다.

성벽 위에서 이어지는 강화해협 풍경

성벽 위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눈앞으로 강화해협이 넓게 펼쳐진다. 밀물 시간에 맞춰 걷다 보면 바닷물이 가까이까지 차오른 모습을 볼 수 있고, 맞은편으로는 김포 대명항에 전시된 군함과 암초를 알리는 해상 무인등대가 함께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걸어가면 강화 초지대교가 가깝게 보이고, 다리 뒤편으로는 산책로가 이어지는 황산포구까지 시야에 담긴다. 낮 시간에는 오가는 배가 드물지만, 이른 시간대에는 포구를 오가는 배들의 움직임을 함께 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입구 앞에는 무료 주차장이 넓게 마련돼 있다. 주차장 한쪽에는 오래된 굵은 소나무들이 늘어서 있어, 성벽과 함께 사진에 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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