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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로 접어든 설악산 깊은 산중에는 긴 산길을 걸어야만 만날 수 있는 암자가 있다. 해발 1244m 고지에 자리한 봉정암이다. 가파른 돌길과 계곡길을 지나 거대한 암봉 사이로 들어갈수록 내설악 깊숙한 산세가 눈앞에 펼쳐진다.
왕복 산행에 11시간이 넘게 걸릴 만큼 길고 험한 길이지만 봉정암을 찾는 등산객과 불자는 끊이지 않는다. 긴 오르막을 지나 봉정암에 가까워질수록 주변을 둘러싼 암봉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암자에 올라서면 용아장성과 소청봉 일대의 뾰족한 봉우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셔틀버스 하차 후 왕복 20km 걸어야 닿는 험난한 등산 코스
봉정암 산행은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에서 시작한다. 백담사까지는 일반 차량이 들어갈 수 없어 용대리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백담사행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는 굽이치는 계곡길을 따라 약 15~20분 이동하며, 백담사에 도착한 뒤부터는 봉정암까지 직접 걸어 올라가야 한다.
백담사에서 봉정암까지는 편도 약 10km다. 영시암과 수렴동대피소를 차례로 지나 봉정암까지 올라갔다가 같은 길로 내려오면 왕복 약 20km를 걷게 된다. 출발 전에는 백담사 경내를 잠시 둘러볼 수 있다. 만해 한용운과 인연이 깊은 백담사를 지나 산길로 들어서면 옆으로 계곡물이 흐르고, 숲길을 따라 한동안 완만한 길이 계속된다.
백담사에서 영시암까지 약 3.5km는 큰 오르막이 거의 없어 비교적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숲길 옆으로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나무 그늘도 짙어, 초반에는 주변 풍경을 보며 천천히 걷기 좋다.
맑은 계곡물 흐르는 수렴동 지나며 마주하는 웅장한 폭포수 풍경
영시암에서 약 1.2km 더 걸으면 수렴동대피소에 닿는다. 화장실과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어 잠시 쉬면서 물을 마시거나 간식을 먹기 좋다.
수렴동대피소를 지나면서부터 길은 조금씩 가팔라지고, 쌍용폭포 쪽으로 약 1시간을 걷는 동안 수렴동계곡의 힘찬 물줄기와 큰 폭포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계곡을 따라 시원한 물소리가 계속 들리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바윗길이 많아지고 경사도 높아져 걷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거친 숨 몰아쉬며 돌계단 오르는 사자바위 너머 마의 깔딱고개
바윗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다 보면 사자바위 부근부터 경사가 눈에 띄게 가팔라진다. 숨이 차오를 만큼 오르막이 길게 이어지지만, 사자바위에 닿으면 주변으로 설악산의 높은 암봉과 깊은 계곡이 펼쳐져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쉬어가기 좋다.
사자바위를 지나 봉정암까지 남은 약 1시간은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으로 꼽힌다. '깔딱고개'라는 이름처럼 가파른 돌계단과 바윗길을 계속 올라야 해 다리에 힘이 빠지고 호흡도 거칠어진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고도를 높이면 발아래로 내설악의 깊은 계곡과 겹겹이 솟은 암봉이 보이고, 봉정암에 가까워질수록 시야도 점점 넓어진다.
깎아지른 절벽 끝 진신사리탑과 산중 요사채에서 맞이하는 깊은 밤
가파른 깔딱고개를 모두 오르면 봉정암과 오층석탑이 눈앞에 들어온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오층석탑은 봉정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으로, 석탑이 자리한 언덕에 오르면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을 비롯한 설악산의 높은 암봉을 넓게 바라볼 수 있다.
백담사에서 봉정암까지 올라온 뒤 다시 같은 길을 내려가야 하는 만큼 하루에 왕복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해 산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봉정암에는 숙박을 위한 요사채가 마련돼 있으며, 산중에서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새벽이나 아침에 하산하는 방식으로 일정을 잡기도 한다. 밤이 깊어지면 주변 산은 어둠에 잠기고, 날씨가 맑은 날에는 불빛이 거의 없는 산 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볼 수 있다.
가을 고지대 산행, 미리 챙겨야 할 장비
9월에 접어들면 해발 1244m에 자리한 봉정암은 평지보다 기온이 낮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낮에는 오르막을 걷다 보면 땀이 날 정도로 햇볕이 따뜻하지만, 해가 지거나 이른 아침에는 산바람이 불면서 기온이 빠르게 내려간다. 땀에 젖은 옷을 그대로 입고 오래 쉬면 몸이 금세 식을 수 있어 땀이 잘 마르는 옷을 입고, 얇은 바람막이나 겉옷도 배낭에 챙기는 편이 좋다.
봉정암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돌과 바위가 많은 데다 계곡 주변에는 물기가 남은 곳도 있어 신발도 신경 써야 한다. 밑창이 미끄러운 일반 운동화보다는 바닥이 잘 미끄러지지 않는 등산화가 좋고,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등산 스틱을 사용하면 무릎에 가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산행 시간이 길기 때문에 물과 간식도 넉넉하게 챙겨야 한다.
설악산 산행 뒤 들르기 좋은 백담사 인근 맛집 3곳
봉정암 산행을 마치고 백담사까지 내려왔다면 용대리에서 따뜻한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기 좋다. 용대리는 황태 덕장으로 잘 알려진 곳이라 주변 식당에서도 황태를 넣은 음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용대리황태마을'에서는 뽀얗게 끓여낸 황태해장국을 맛볼 수 있는데, 뜨거운 국물에 부드러운 황태살이 들어 있어 오랜 산행 뒤 편하게 먹기 좋다.
매콤한 음식이 생각난다면 더덕구이와 황태구이를 함께 내는 '백담황태구이'도 있다. 양념을 발라 구운 황태와 더덕을 밥에 곁들이면 든든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고, 함께 나오는 산채 나물과 반찬도 잘 어울린다. 국물 음식보다 밥과 반찬을 천천히 먹고 싶을 때 들르기 좋다.
시원한 면 요리가 당긴다면 용대리에서 조금 이동해 '인제막국수'를 찾을 수도 있다. 메밀면에 매콤새콤한 양념을 비벼 먹거나 차가운 동치미 국물을 곁들이면 산행 뒤 달아오른 몸을 식히면서 식사를 마무리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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