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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해상국립공원 바다 위에 떠 있는 비진도는 경남 통영 한산면 비진리에 있는 섬으로, 위에서 보면 가운데가 잘록한 8자 모양을 띤다.
섬에 발을 들이면 고즈넉한 어촌 마을과 산호빛 해변, 천연기념물 자생지, 그리고 작은 암자가 차례로 반긴다. 여름철이면 피서객들이 해변을 가득 채우고, 선선한 바람이 불 때면 바다를 벗 삼아 섬길을 걷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배에서 내리면 먼저 만나는 안섬 내항마을
비진도 북쪽 안섬에 배가 닿으면 내항마을이 먼저 나온다. 오래된 돌담집 사이로 좁은 골목이 나 있고, 어민들이 쓰는 그물과 조업 도구가 집 앞과 길가에 놓여 있다. 식당이나 카페가 많은 관광지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주민들이 오래 살아온 섬마을의 모습이 더 먼저 보인다.
내항마을에는 제주에서 건너온 해녀들의 이야기도 남아 있다. 제주 출향 해녀들이 통영 앞바다까지 와서 물질을 하며 살았고, 그 삶의 자취가 마을 안에 스며 있다. 배에서 내려 골목을 걷다 보면 바다를 생업으로 삼아온 사람들의 시간이 느리게 겹쳐진다.
마을 뒤쪽에는 천연기념물 제63호로 지정된 비진도 팔손이나무 자생지가 있다. 팔손이나무는 손바닥처럼 갈라진 잎이 넓게 퍼지는 상록성 식물로, 비진도에서는 숲을 이룰 만큼 무리 지어 자란다.
서쪽 모래사장과 동쪽 몽돌이 만나는 550m 모래톱
비진도 여행의 중심에는 안섬과 바깥섬 사이를 잇는 550m 모래톱 해변이 있다. 모래톱을 사이에 두고 서쪽과 동쪽 해변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서쪽 해변은 고운 모래가 길게 이어진 백사장이다. 물이 얕고 맑아 여름철 물놀이객이 많이 찾는다. 흰 모래 위로 푸른 바닷물이 얕게 밀려들어, 비진도 해변의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가 선명하게 보인다.
동쪽 해변은 자갈과 몽돌이 많은 해변이다.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둥근 돌들이 서로 부딪치며 낮은 소리를 낸다. 같은 모래톱을 사이에 둔 해변이지만, 서쪽에서는 부드러운 백사장을 걷고 동쪽에서는 몽돌 해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바깥섬 능선을 따라 걷는 산호길 트레킹
바깥섬 능선을 따라 난 산호길은 비진도에서 가장 많이 걷는 탐방 코스다. 외항마을에서 선유봉 방향으로 오르는 길이며, 초반부터 오르막이 이어지는 구간도 있다. 다만 데크와 길 안내가 정비돼 있어 등산 장비까지 갖추지 않아도 운동화 차림으로 걸을 만하다.
해안 절벽을 따라 걷다 보면 갈치바위라 불리는 바위 지대가 나온다. 태풍 때 파도에 떠밀려 온 갈치가 바위 틈과 소나무 가지에 걸려 넝쿨처럼 매달렸다는 이야기가 마을에 남아 있다. 갈치바위라는 이름도 여기서 나왔으며, 주민들은 이 일대를 슬핑이치라고도 부른다.
산 중턱 숲속의 작은 암자 비진암
이 산호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산 중턱에서 비진암을 만나게 된다. 숲 안에 들어앉은 작은 암자로, 단청을 입힌 사찰 건물보다 민가에 가까운 모습이다.
비진암 주변에는 예전에 수포마을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떠났지만 암자는 그대로 남아 지금도 섬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규모가 큰 사찰은 아니어도 숲길을 걷다 잠시 숨을 고르기 좋은 곳이며, 마당에 서면 나무 사이로 비진도 앞바다가 내려다보인다.
여객선 이용법과 방문 전 챙겨야 할 것들
비진도는 통영항 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다. 직항을 타면 40분 안팎 걸리지만, 한산도 등 인근 섬을 거치는 배편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배편마다 도착 선착장과 소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예매 전에 시간표를 살펴봐야 한다.
섬에는 내항 선착장과 외항 선착장이 있다. 산호길과 선유봉 트레킹을 먼저 할 계획이라면 외항 선착장에서 내리는 쪽이 낫다. 섬 안에는 버스나 택시 같은 대중교통이 없고, 차량을 싣지 못하는 배편도 많다. 내항에서 외항까지는 약 2km 거리로, 걸어서 30분가량 걸린다. 차는 통영항 주차장에 세워두고, 짐은 가볍게 챙겨 배에 오르는 편이 수월하다.
비진도의 절경을 마음에 담고 즐기는 통영 미식 여행, 추천 맛집 3곳
한려해상의 보석 같은 섬 비진도에서 두 가지 아름다움을 지닌 바다와 산호길 트레킹을 맘껏 즐겼다면, 이제 통영항으로 돌아와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채울 차례다. 통영 여객선터미널 인근과 도심에는 바다 내음을 품은 특색 있는 지역 맛집들이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다.
가장 먼저 통영의 명물인 충무김밥을 제대로 맛보고 싶다면 '뚱보할매김밥집'을 추천한다. 유명 방송 프로그램인 '전현무계획'에도 소개될 만큼 오랜 내공을 자랑하는 이곳은, 담백하게 싼 김밥에 매콤달콤한 오징어무침과 오뎅무침, 그리고 아삭하게 잘 익은 섞박지를 곁들여 먹는 어우러짐이 일품이다.
통영만의 푸짐한 술상 문화인 '다찌'를 합리적으로 경험해 보고 싶다면 한식당 '또바기 반다찌'로 향해보자. 한 상 가득 차려지는 다찌 문화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주민들도 많이 가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신선한 해산물과 정갈한 한상차림으로 우아한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희운정'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정성이 가득 담긴 희운정정식과 갈치정식으로 알려진 이곳은, 메인 요리부터 밑반찬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맛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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